완연한 봄날이다. 개나리나 진달래가 피었나 하고 둘러 보았다. 아직 집 앞에 어떤 꽃도 피지 않았으니 산에 꽃이 있을 리가 만무다. 하긴 이제 3월 둘째 주였으니....
요즘 군사와 문화 빼고 경제, 사회, 정치 모두 다 엉망이라 매일 저녁 때만 되면 울적해진다. 아무 것도 아니라 무시하고 싶지만 삶에 이토록 크게 영향을 미치니 나를 대신할 이는 잘 뽑고 볼 일이다. 주식시장에선 공매도하는 이들이 신 났다. 매일 신 났다. 같이 따라 하고 싶지만 내 성격엔 아니다. 남의 재산을 깎아 내 주머니를 채우는 짓은 내게 맞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열불이 난다. 덕분에 깊은 잠을 잔게 한참 전이다.
새벽 세 시 반에 깨서 핸드폰을 보다가 아내가 왜 깨우지 않았냐고 출근에 늦었다는 바람에 늦게 이불을 벗어났다. 덕분에 오늘은 김밥이고 샌드위치고 없다. 냉동실의 호두과자 세 알과 쑥인절미, 곶감을 꺼내 놓았다. 찬밥을 냉이된장국에 말아 먹고 아내가 꺼내 놓은 먹거리들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오늘부터는 다시 브리즈25 배낭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8시까지는 8도인데 오후엔 20도다. 아침 찬바람에 춥기 싫어서 지난주에 입었던 바지와 겉옷을 입었다. 티만 조금 얇은 것으로 입고.
오늘은 늦은 바람에 7:52에 탄현역을 출발하는 차를 탔다. 그런데 승객은 훨씬 적다. 대곡역에서 바로 환승을 했고 구파발에서도 역시 바로 주말버스를 탔다. 이제 이 열차를 탈까보다. 봄이 되어 그런지 다음 열차를 타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참 많다. 주말버스에 서서 온 승객들이 여럿이었으니. 버스에서 제일 먼저 내려 산으로 들어간다.
계곡 앞에 서니 산들바람이 불어 온다. 지난주만 해도 찬 기운이 바람에 있었는데 오늘은 훈훈하다. 벌써 봄이 된 것인가? 수문자리에 얼음이 한 뼘 남았고 나무계단 옆 북사면 계곡에 한 길 남았다. 가는 세월이 얼음들도 아쉬운가 보다. 찬 기운이 없으니 땀이 기승을 부려야 되는데 등판이 젖은 느낌이 별로 없다. 하지만 둔해져서 그런 것이었다. 땀은 여전히 나서 다 적셨는데 나만 몰랐던 거다. 역사관 앞에서 잠시 추스리고 이어폰을 꽂고 다시 걸었다.
오늘 새벽에 내려받은 두 곡에 발걸음 가볍게 백운동계곡을 올랐다. 오늘은 나를 지나치는 이들은 없고 쳐지는 이들만 있다. 노래와 더불어 신났다. 그런데 어디로 갈까? 오늘 오기로 한 손주들이 오지 않는대서 시간 여유는 많다. 길게 걸을까? 이번주에 또 안산에 가야하니 조금만 걷자. 오랫만에 만경대 아랫길로 해서 위문에서 내려갈까? 일단 보국문으로 가자. 거기서 가는 데 까지 가자.
행궁지 갈림길 아래계곡길에 아직 얼음이 있다. 발길 닿은 곳은 까맣다. 혹시나 미끄럽거나 깨질까봐 조심스레 건넌다. 앞 산객과의 거리가 아주 조금씩만 좁혀진다. 갈라지기 전에 앞지르려고 속도를 높였다. 목표를 이루면 다음 목표가 생겨야 재미가 있다. 우선은 능선에 오르는 일이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길을 숨소리 높여 오른다. 이 무슨....
보국문이 보이며 지나다니는 이들도 보인다. 능선에 오르기가 꽤나 힘들다. 보국문에 오르니 대성문 쪽에서 온 이가 앞에 섰다. 숨소리를 참으며 뒤따라 계단을 올랐다. 힘들어 죽겠다. 보국문 갈림길 4.1키로 까지 한 시간 조금 더 걸렸고 보국문까지 4백 미터를 15분 걸렸다.
칼바위가 보이는 성곽에 오니 이제 다 왔다는 느낌이다.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대동문에서 돌계단길로 제단봉우리로 올랐다. 이길은 막바지에 있어 늘 제일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늘은 아직 힘을 덜 써서 그런지 한 번만 멈추고 올랐다. 오늘도 배낭엔 별게 없으니 제단에서 절도 하지 않고 그냥 통과다.
이제 고민이다. 위문으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위문으로 가려면 스틱은 반드시 펴야 한다. 그런데 귀찮다. 위문으로 가기 위해 대피소 첫 갈림길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냥 일찍 내려가고 싶다. 그래 그러자.
대피소 처마 아래에서 물 한모금과 쵸코렛 하나로 이른 끼니를 때우고 배낭을 다시 짊어졌다. 그런데 발길은 아래로 향했다. 그 발길이 산아래로 계속 이어졌다. 백운대와 위문은 날이 맑은 다음날을 위해.... 자연관찰로로 내려오다가 보니 쉼터에서 어떤 산악회인지 시산제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쉬고 가려고 했는데 참 도움이 안된다.
이제 두 시가 가까워지니 하늘이, 앞산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난, 이제 집으로 간다.
아직 9시가 되지 않았다. 이제 산으로 들어간다.
계곡폭포 한 구석에 얼음이 조금 남았다.
역사관 앞. 늘 여기서 물 한모금 마시고 이어폰 꽂고 썬그라스를 모자에 올리고 간다.
중성문 아래 계곡 웅덩이 주변 나무들에 푸른 기운이 도는 듯하다.
중성문. 문 전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난주에 이 길 양 옆으로 얼음들이 있었는데....
산영루. 주변에 얼음들이 많이 보인다.
산영루 앞의 와폭. 드디어 얼음들이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보국문. 어서 보수공사가 끝나기를....
보국문 옆 능선 위에 올랐다. 저 뒤로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인다.
칼바위
칼바위 앞으로 보이는 형제봉
보수공사 중인 대동문
제단봉우리의 성곽 앞에서 본 동장대와 삼각산
대동문 옆 봉우리의 제단. 많은 이들이 행사 차 다녀가서 풀들이 다 누웠다.
동장대. 여기사 시단봉이다.
동장대 앞의 전망대
대피소로 가는 평화로운 길
북한산대피소
대피소 옆 나무 사이로 삼각산이 보인다.
대피소 아래 광장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중성문
다 내려 왔다. 아직 정오 전이다.
집 출발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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