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4 행궁지 - 문수봉 - 비봉 - 불광역

PAROM 2023. 3. 5. 08:45

봄맞이 산행으로 북한동에서 행궁지 뒷길을 지나 남장대지로 해서 문수봉에 올랐다가 아주 오랫만에 비봉능선을 걷고 탕춘대성을 지나 불광역으로 내려왔다. 힘이 들고 다리도 지쳤고 피곤하다. 역사관 앞에서 등산화끈을 고쳐 매느라 잠시 앉은 것 말고는 계속 서 있었고 먹은 것도 물 두 모금과 쵸코렛 하나 뿐이라 더 지쳤다. 특히 비봉을 지나서 절터로 내려오는 길-이 길만 그런 것이 아니고 향로봉에서 불광으로 내려오는 길도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 하지 않다-에서 높낮이와 거리 조절이 잘 되지 않아 하마터면 무릎이 나가거나 낙상을 할 뻔했다. 이쪽 길은 눈 수술 후에나 다녀야 할 것 같다. 
 
이번 주는 3일을 안산에 다녀왔다. 다른 날 같았으면 운동하러 가지 않았을텐데 엊그제 이틀을 안산에서 오자마자 바로 헬스장에 갔었다. 헬스장 사장이 두어 번 바뀌더니 회원이 많이 줄어 정오에 갔는데도 아는 분들이 두세 명에 불과했다. 5월에 나도 만기인데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다.

안산에 다니느라 피곤했지만 산을 쉴 수는 없다. 이달 들어 일터를 옮긴 아내가 바빠져서 피곤하다고 하기에 편의점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싸 간다고 하고 뜨거운 차도 담지 않고 물만 넣고 배낭을 닫았다.
이제 3월이니 겨울 옷을 입기는 저어해서 나름 가볍게 입는다고 한 것이 MX자켓을 입고 봄바람에 저체온증 걸릴까 염려스러워  방수 겸용 바람막이를 꾸려 넣었다. 환절기에 고생할까 싶어 늦가을용 몬츄라 바지를 입었더니 오늘 날씨에 딱이었다. 요즈음이 산행 옷 맞추기가 참 어려운 때다. 
 
새 현장이라 옆지기(이 말은 '길위에' 님이 쓰는 말인데 듣기 참 좋아 써 본다.^^)가 일찍 출근하고 난 후 잠깐의 짬에 봄이니 작은 배낭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냥 집을 나섰다. 오늘은 등산화끈이 쉽게 매이는 바람에 탄현역에 도착하니 여유가 있다. 이런 첫 여유는 늘 길게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사람이 많다. 주말버스가 오자 승객들이 앞으로 몰려가는 바람에도 서 있던 자리를 버티고 있다가 먼저 타는 즐거움을 느꼈다.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웬지 여유가 있다. 날이 푸근해서 인가? 그래도 계곡으로 들어서니 사위가 적적하다. 많은 이들이 같이 내렸는데 다 어디로 간 거지? 나야 조용하면 더 좋으니 묻거나 따질 이유가 없다. 지난 밤에 영상기온이었으니 2월까지의 추움을 느낄 수 없다. 그래도 계곡 곳곳에 얼음이 보인다. 가는 계절의 끝자락을 안타깝게 부여잡고 있는 하얀 얼음에 연민이 스며든다. 하지만 이내 떨치고 부지런히 계곡길을 올랐다. 지난주에 운동을 부실하게 해서 그런지 숨소리가 크고 거칠다. 
 
역사관 앞 데크에 올라 본격적으로 오를 준비를 했다. 그래봐야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썬그라스를 꺼내 모자에 걸치고 불루투스를 연결하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이다. 걷기 좋은 날인데 백운대로 갈까 하다가, 불광역으로 가고 싶어졌다. 불광역 골목 안에 있는 복지리 하는 집에 가고 싶다. 오랫동안 생각만 했는데 오늘은 거칠 것 없으니 가자! 부산과 인천에서 먹었던 복국, 지리, 매운탕의 삼삼한 맛이 발을 이끌었다. 
 
산길을 걷다가 왜 냉이를 캐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이제 땅도 녹았을테고 밭을 제대로 만나면 참 좋은데.... 냉이 무침과 된장국 생각에 길이 짧아졌다.
이제는 뒤쳐지거나 앞지르거나가 같이 일어나니 괘념치 않으려  하는데 마음 먹었다고 부처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체력이 전과 같지 않으니 어쩌랴. 돌뿌리에 채이며 다니던 길을 올랐다. 그러면서 궁시렁궁시렁 거렸다.  
 
오랫만에 행궁지 뒷길로 올랐다. 전엔 평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경사가 꽤 된다. 역시나 힘이 더 든다. 한 살 더 먹은 값이다. 이곳 능선에서 의상능선이 보인다. 그런데 의상능선에선 네개의 능선인 이쪽이 그저 하나의 능선으로만 보인다.
남장대지능선이 가까워지자 문수봉을 갈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비봉을 가려면 청수동암문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문수봉을 오르고 싶어졌다. (졸려서 버티지 못하겠다. 일단 자겠다.) 
 
암문을 지나 문수봉에 올랐다가 절벽길로 가지 않고 다시 청수동암문으로 돌아와서 비봉능선길을 걸었다. 오랫만에 걷는 바윗길이 반갑다. 하지만 눈 때문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승가봉에서 올려다 보는 의상능선과 문수봉은 늘 느끼지만 참 화려하다. 하늘에 스모그가 잔뜩 끼지 않았더라면 더 멋졌을텐데 참 아쉽다. 오를 때는 길게 느껴졌던 비봉능선길이 짧다. 금방 사모바위를 지나고 비봉을 지났다. 삼천사나 진관사로 빠지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절터로 내려섰다. 이길이 불광동으로 가는 길 중에선 그래도 내겐 제일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험난한 바윗길이다. 몇 번을 높이 조절을 못해 쿵쿵 딛고 삐끗거리기를 했다. 발목운동을 매일 하지 않았더라면 인대를 다쳤을 수도 있었다. 
 
절터에선 어느 산악회가 시산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참석자들을 보니 나 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 나도 여든 넘어서까지도 산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절터를 지나서도 한참을 바윗길로 내려와야 탕춘대성을 만날 수 있다. 탕춘대성에서 짧게 족두리봉 쪽으로 가서 내려갈까 하다가 암문을 지나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힘이 부치기 시작해서 오름길을 만나면 걸음이 늦어졌다. 그렇게 긴 둘레길을 지나 내려오다가 불광역으로 간다는 표지판을 따라 걸으니 처음 걷는 길이고 푸르지오아파트 안으로 해서 통일로로 내려서는 길이었다.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은 길이었다. 그렇게 3월의 첫 산행이 끝났고 꼭 먹고 싶었던 불광역 골목안의 복지리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만석이라 한바퀴를 돌고오니 자리가 생겨 들어가  먹었는데 내 기대가 너무 컸었나보다. 계산복집의 맛이 기억에 남아 있어서 인지 이 멀리까지 왔는데도 배고픔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집에 와서 감자탕과 보리굴비찜을 안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가볍게 입는다고 했는데 한겨울이다.

계곡길의 첫 오름길

계곡폭포엔 아직 겨울이 남았다.

역사관 앞. 조금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이 많이 않았다.

이곳은 아직도 길이 얼어 있어 통제 중이다.

중성문을 지나면서 나오는 노적교로 가는 길. 길 양쪽으로 얼음이....

행궁지로 가는 길 계곡의 얼음. 이 얼음들은 늦게까지 녹지 않는다.

아직 복원 중인 행궁지

이 바위를 왼쪽으로 타고 넘어서면 능선에 가깝게 간다. 그리고 삼각산 전망도 좋다.

앞 사진의 바위를 넘어서서 보는 삼각산. 오늘은 스모그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다.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남장대지능선의 흙길. 참 편안한 길이다. 진달래 피고 정향나무꽃이 피면 더 좋다.

건너편으로 의상능선의 나월봉과 증취봉이 따라오고 있다.

남장대지. 해발고도가 694미터란다.

한참 위에 있던 의상능선이 아래에 있다.

왔으니 한 장 찍고 가야지

오랫만에 이 청수동암문길을 지났다.

청수동암문 앞으로 구파발이 잘 보였는데 오늘은 아니다.

문수봉에 올랐으니 구기동계곡도 보고

삼각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아래 사진의 암릉으로 오르다 뒤돌아서서 문수봉을 보았다.

비봉으로 가는 능선길에 만나게 되는 암릉. 처음 이길을 지날 때는 엄청 겁 먹었었는데....

앞 사진의 암릉을 지나면 이 좁은 통로가 나온다.

이 암벽 위가 승가봉이다.

승가봉. 여기서 보면 보현봉이 문수봉보다 더 높아 보인다.

승가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비봉과 사모바위

사모바위

저 뒤로 향로봉이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탕춘대성길에서 보이는 족두리봉

탕춘대성의 암문

북한산둘레길의 전망대. 이제 거의 다 내려왔다.

먹고 싶었던 복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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