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4.8 대남문 - 대동문

PAROM 2023. 4. 9. 08:31

계획대로라면 오늘 아침엔 어유지리 임진강가나 화천 사창리의 계곡에서 눈을 떴어야 했다.
주초에 갑자기 차박을 하고 싶어 산에 갈 생각은 접고 닭꼬치 등 캠핑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토욜 아침 기온이 영하다. 이러면 늦춰야 한다. 난 눈구덩이나 얼음물 속에 들어갈 때는 지났다. 이젠 캠핑을 해도 편하고 따스하고 시원하고 배부르고 얼큰하게 해야되지 않겠나?  결국 추위 때문에 다음으로 차박을 미룰 밖에....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 갑갑하니 산에 가야지.  
 
이틀전에 일하러 갔다가 가져온 김밥과 대구포로 전을 만들어 건네 준다. 춥다고 보온병에 뜨거운 메밀차도 담고 잘 익은 토마토도 넣었다. 산에 진달래가 피어 꽃잎 띄운 막걸리잔으로 한 잔하고 싶다니까 냉장고에서 한 병을 꺼내 준다. 대신 산에서 모르는 이들과는 절대 어울리지 말란다. 어제 저녁에 싸웠는데도 여전하다. 미안하고 고맙다.
겨울옷을 다 빨아서 넣어 두고 나니 추운 날씨에 뭘 입을지 고민이 된다. 아침에만 춥고 낮엔 평상 기온이라고 하니 얇게 입었다. 산에 들어가면서 부터 바삐 걸으면 더워지니까. 
 
늘 타는 탄현역 7:38 차를 탔다. 춘분이 지나니 승객이 많다. 전방전위증 덕분에 허리가 아파 온다. 이제 이 시간에 앉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환승을 해서는 운 좋게 앉았다. 구파발역에서 내려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주말버스가 바로 와서 대충 섞여 탔는데 또 운이 좋아 하나 남은 앞자리에 앉았다. 차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며 보니 이른 시간인데도 등산객들이 무척 많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물소리가 우렁차다. 이틀 전에 종일 내린 비 때문일거다. 들려오던 가뭄 소식도 다 없어지길 바란다.
초입부터 진달래가 활짝 반긴다. 요사이 정치가 엉망이라 그런지 날씨도 기온도 경제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벚꽃은 핀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잎이 나며 지고 있다. 그래도 거르지 않은 것이 차라리 고맙다.
많은 등산객들을 지나치며 오르니 힘이 더 든다. 쉴 틈이 없어서다. 이 병은 언제나 고쳐질지 모르겠다.  
 
길 옆에 붉게 띄를 두른 듯한 진달래꽃밭이 용학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대남문에 이르도록 띄엄띄엄 보이다가 주능선에서 순하고 천진난만한 분홍의 자태를 다시 드러냈다. 오늘은 꽃구경을 하라고 그러는 것인지 앞지르는 이도 마주치는 이들도 거의 없다. 백운동계곡이 이렇게 한산하지는 않은데 말이다. 
 
막걸리 한 병을 더 넣었을 뿐인데 어깨가 아프다. 아직도 술 욕심을 버리지 못한 벌이다. 여름용 티셔츠가 계곡에 불어오는 꽃샘바람에 맥을 못춘다. 이즈음에 부는 바람이 매서운 걸 알면서 너무 얇게 입었다. 추운 걸 피하려면 부지런히 걸어 땀을 흘려야한다. 그러나 보이는 사람이 없으니 굼벵이 걸음이다. 처음엔 대성문에서 대동문으로 걸으며 보국문에서 눈비돌을 보려고 했으나 약속이 생겨 못온다고 해서 조금 더 먼 대남문으로 방향을 바꿨다.  
 
대남문까지 전엔 한 시간 반 걸리던 거리가 이젠 거의 두 시간이나 걸린다. 많이 늦어졌지만 이렇게 산에 오는 것이 어디냐? 그래도 아직 지나치는 이들을 만나면 이내 쳐지긴 하지만 기를 쓰고 쫓는다. 대남문 옆 커다란 진달래가 꽃을 붉게 피워 화사하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은 이들이 많다. 배경에 나무만 보이는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이들을 의아하게 보며 대성문으로 향했다. 바위길을 올라서면 오늘 걷는 길 중 가장 높은 곳이다. 해발 693미터고 고양시, 종로구, 성북구의 경계라는 표지석을 숨가쁘게 지났다. 능선길 주변이 온통 불타는 듯 붉다. 다음주엔 꽃들이 다 질 것이니 실컷 봐 둬야지. 
 
대남문부터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바지 차림인 젊은이들도 여럿이다. 반팔인 이들은 더 많다. 오늘 날씨에 분명 추울 것이다. 서로 마주치고 지나치고 다시 만나고 하며 대성문, 보국문을 지나 대동문으로 갔다. 이틀전 내린 비 때문에 하늘이 조금 맑아지긴 했으나 옛날처럼 깨끗하진 않았고 능선길 중간중간에 진창으로 변한 곳들이 생겼다. 믿기지 않지만 보국문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대성문에서 내려가는 것보다 거리가 100미터 더 짧은 것으로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대동문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보국문 보다 대동문에서 내려가는 길이 훨씬 편해서 좋다. 대동문 아래 쉼터에서 쉬려고 했으나 이미 자리가 다 찼고 응달이 져 추울 것 같아 빠르게 계곡을 내려와 용학사 아래 계곡의 가끔 앉는 자리로 갔다.  
 
물가로 가니 물이 많이 불어 흐르는 소리가 엄청 크다. 계곡 아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물 옆 작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펴고 보니 가까이에 진달래가 없다. 지난주에는 앉은 자리 주변에 진달래가 없었는데 그래도 이곳은 계곡 건너에 진달래가 보인다.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 가 세 송이를 따 와서 막걸리를 따르고 꽃을 띄웠다. 그래 이 맛이다. 막걸리를 마시다 추워서 아내가 굳이 챙겨준 뜨거운 모밀차를 마시니 뱃속이 따듯해지며 취기가 돈다. 비로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에 담았다. 물가라  오래 앉아 있으니 물소리에 귀가 아프다. 집에서 챙겨준 음식을 다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참 쉬어서 그런지 알콜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내려오는 길이 쉽다.  
 
오늘은 계곡에서 쉬며 한 잔 했으니 산아래 쉼터들을 그냥 지나쳤다. 들어갈까 생각도 났지만 집에 가서 뜨거운 샤워를 하는 것이 더....

 

 

오늘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

오늘도 산에 간다.

서암사 뒷산에 개나리와 개복숭아가 피었다.

아래 계곡 물가의 꽃나무들도 활짝 꽃을 피웠다.

폭포다워 졌다.

백운대 갈림길도 화려하게 옷을 입었다.

노적교 아래 길 왼쪽으론 계곡을 우렁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폭포가 보이고 오른쪽 산엔 진달래가 빛나고 있다.

나월봉이 보이는 풍경.

용학사로 가는 옛길에도 진달래가 한창이다.

이 길 모퉁이를 지나면 용학사가 나오는데 나월봉이 조금 전 보다 무척 가까워졌다.

산영루 건너편 산도 진달래꽃밭이다.

행궁지 갈림길 아래에 계곡과 산길이 같은 색으로 같이 흐르고 있다.

경리청상창지 옆길 풍경이다. 노적봉, 백운대와 만경대가 보인다.

대성암.평화롭고 따스하게 보인다.

대성암 앞 대성문 갈림길에서 대남문으로 가는 길과 계곡. 계곡물이 참 많이 흐르고 있다.

붉은 진달래가 핀 대남문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본 서울

대성문으로 가다가 돌아보니 저 멀리 문수봉에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 걷는 길 중 가장 높은 곳에도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대성문으로 내려가는 중 진달래들을 배경으로 한 장 컷.

보국문으로 가다가 돌아본 풍경. 보현봉과 문수봉이 보이고 걸어온 성곽길이 한눈에 보였다.

전망대봉우리에서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그리고 주능선 성곽길

이곳에서 보는 삼각산이 참 멋지다

남쪽전망대에서 형제봉과 백악, 인왕산, 남산, 관악산이 가깝게 보였다.

북쪽전망대 앞에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으려 줄 서 있다.

대피소에서 보국문까지 걸을 때면 늘 이곳에서 문수봉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진달래가 더 있다.

칼바위와 형제봉

오늘 점심이다. 겨울 동안 굶고 다녔는데 올들어 처음 산에서 점심을 먹었다.

앉아 쉬던 자리에서 본 계곡 모습

북한동역사관 계곡 건너에서 봤다.

다 내려왔다.

우리 아파트에도 벚꽃이 벌써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