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6. 2 대피소 - 보국문, 눈비돌

PAROM 2023. 6. 4. 08:13

2주 만에 다시 산에 다녀왔다.
지난 번 산행 당일에는 몰랐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파 이후 사나흘을 고생했다. 몸을 자주 움직여 줘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탓이다.
지난주엔 아내가 비가 내려 퇴근하기 힘드니 차를 태워달라고 해서 산에 오지 못했다. 물론 나도 비를 맞고 산행을 하기엔 건강에 자신이 없었고, 눈 상태도 산을 쉰 이유가 되었다. 산을 쉬고 나흘의 연휴를 집에만 있기엔 갑갑해서 연휴 마지막 날 새벽 38일 만에 다시 피트니스쎈터에 나가 운동을 시작했다. 오래 쓰지 않던 근육을 다시 움직이니 온몸이 아팠지만 계속 운동을 하니 주말쯤에는 적응이 되었다.
사실 오늘은 산에 오는 것보다 화천 사창리에 가서 낚시하면서 차박을 하려고 했었다. 이번주도 사흘간 연휴라 오랫만에 텐트에서도 자 보려고 했는데 혼자  가기가 주저 되어 산으로 오게 되었다. 사실 나에겐 모든 날들이 쉬는 날이지만 주변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번 산행이 무리가 되었어서 오늘은 보국문까지만 걸으며 맛만 보기로 했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을 고사하고 빵 반 조각에 수박 한 그릇, 물 1리터만 넣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산에서 일찍 내려와 아주 오랫만에 쉼터에 들리려고도 했다.
아내의 출근을 따라 7시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열차 시간을 보지 않았는데 역에 도착하니 바로 차가 왔다. 환승은 접근 중이란 불빛을 보고 한참을 뛰어야 했다. 그렇게 가서 구파발에 내렸는데 버스들이 금방 지나갔는지 십 분이나 후에야 차가 온단다. 이말산을 넘어 갈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정거장에 배낭을 멘 이들이 넘쳐났고 예비군들도 많아졌다. 십 분을 기다려 탄 송추행 버스에서 사람들 사이에 낑겨 무척 힘 들었다. 어릴적 만원버스 보다 더 힘 든 것이 배낭들 때문이었다. 그때도 딱딱한 책가방에 눌리면 더 아팠었었다. 
 
만원버스에서 풀려나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아직 몸이 적응을 마치지 못했다. 눈과 근육들이 앞으로 걷게 될 길에 긴장이 되었나 보다.
산이 짙어져 있었다. 지난주에 내린 비 때문에 계곡물 소리도 들려왔다. 조금 걷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눈이 다시 흐려졌다. 어제 안과에선 시력과 근시가 수술 전보다 좋아졌는데 흐린 것이 지속되면 레이져 치료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러면 다시 복구가 안 되니 최후 수단이라 했다. 눈이 불편하니 죽을 맛이다.  
 
이제 산은 화려한 꽃들이 사라졌다. 하얀 산딸나무 꽃들이 머리위에 숨어 있을 뿐이다. 물론 계곡 입구에 노랗게 무리지어 피었던 큰금계국을 빼고.
이른 시간인데 등산객들이 많다. 젊은이들이 더 많다. 이미 내려오는 이들도 많다. 산에 생기가 넘친다. 덕분에 나도 한층 젊다고 느낀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역사관에 도착해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어폰과 썬그라스를 챙기는데 전화가 왔다. 눈비돌이다. 버스를 타고 정릉으로 오는 중이란다. 시간에 되면 보국문에서 보기로 했다. 내가 지나친 이들이 하나 둘 지나갔다. 등을 다 적신 땀이 마르기 전에 다시 일어났다. 엉덩이를 붙이고 쉬었더니 다리에 다시 힘이 넘친다. 가파른 비탈을 바삐 올라 찻길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가니 날파리들이 덤빈다. 얘네들 좀 만나지 았으면 좋겠다. 이제 싫은 모기도 덤빈다는 얘기다. 세상이 좋은 것으로만 이뤄지진 않지. 감내 해야 할 작은 것들이다. 
 
봉성암갈림길 앞의 계곡 앞에 배낭을 벗고 쪼그려 앉아 세수를 했다. 참 시원하다. 이런 맛도 산으로 이끄는 이유 중 하나다. 땀에 다 젖은 손수건을 적셔 목에 두르니 온몸이 상쾌하다. 세수를 하는 사이 한 쌍이 지나쳐 간다. 참 부러운 이들이다. 이제 대피소까지 6백 미터 가량의 본격적인 오름길이다. 중간중간 쉬고 있는 이들을 지나쳐 대피소 지붕아래에서 다시 배낭을 벗었다. 이제 능선길이니 힘든 길은 끝났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이 달다. 조금 있으니 걱정한 대로 모기가 덤벼드는 것이 보인다. 손수건을 휘둘러 쫓아내다가 다시 배낭을 짊어졌다. 가자 동장대로. 
 
땀이 눈에 들어갔는지 침침해진다. 눈이 어서 정상이 되어야 하는데 언제나 이럴려는 지 참 힘들다. 걷기 좋은 길은 느낄 사이도 없이 지나치고 불편한 돌길은 인생이 그렇듯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동장대에서 문수봉이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 하늘이 참 맑다. 이렇게 맑은 날을 이젠 가뭄에 콩 나듯 본다. 대동문으로 가다가 제단 뒤의 성벽에 올라 삼각산을 찍고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눈 수술 후 발아래가 흐리게 보이던 것은 나아졌지만 아직은 완전하진 않다. 
 
대동문 앞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대동문 보수공사는 지붕이 올라간 것이 보이니 곧 끝이 나겠다 싶다. 보국문으로 가는 길 막바지에 있는 칼바위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시내와 형제봉도 뚜렷하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이 남았다. 보국문에 도착해 사진을 찍는 사이 눈비돌이 올라왔다. 알탕을 하고 싶단다. 잠시 쉰 후 계곡으로 내려섰다. 자주 쉬며 알탕을 하던 곳에 도착하니 누군가가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갔다. 아직 산에 이런 나쁜 이들이 있는지.... 나는 땀이 식어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구경만 했다. 이곳엔 아직 모기가 덤비지 않아 좋았다. 
 
노적사 아래의 정자에서 들개들에게 먹을 것을 던지며 희롱하는 아낙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내려왔다. 하지 말라고 하는 짓들 좀 말았으면 좋겠다.  
 
두 달 만에 쉼터에 들렸다. 그것도 두 곳이나. 그런데 산에 다녀왔으니 이제 차박을 하고 싶은데 언제 갈까?

 

출근하는 아내를 따라 일찍 집을 나섰다.

계곡입구와 초입에 큰금게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계곡폭포에 물이 제법 쏟아지고 있다.

산 아래 계곡이 짙어졌다.

역사관 앞. 일찍 산에 온 이들이 많다.

중성문 아래 계곡의 작은 소. 길 가만 아니라면 발 담고 쉬고 싶은 곳이다.

이제 중성문이 나뭇잎에 가려졌다.

용학사로 가는 옛길을 네 발로 오르면 바로 보이는 나월봉. 여기서 보면 무척 높게 보인다.

산영루

봉성암갈림길 앞의 계곡. 징검다리 옆 바위에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면 시원한 세상을 맞는다.

드디어 대피소에 올랐다.  저 지붕 아래에서 쉬었다.

헬기장 앞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하얗게 웃고 있다.

동장대로 가는 숲길. 이런 길로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동장대 앞의 전망대. 여기서는 남장대지능선도 함께 보인다.

동장대

대동문 위 제단 뒤의 성벽에 반쯤 올라 삼각산을 배경으로.... 오늘 걷는 길 중에서 삼각산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삼각산이 이렇게 보이니 제단을 놓았나 보다.

공사 중인 대동문. 지붕이 올라갔다.

칼바위 앞으로 보이는 풍경. 이렇게 맑게 보이는 날이 극히 드물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이다. 눈 수술 후 빛이 번지듯 부셔서 햇볕이 나면 썬그라스를 써야 했다.

방금 보국문에 올라온 눈비돌이 힘든가 보다. ^^

참 대단한 눈비돌이다.

법용사 앞과 역사관 앞에 구급차가 있는 것을 보니 누군지 다쳤나 보다. 산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대서문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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