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29 계곡 알탕, 정 박사 이 교수와 함께

PAROM 2023. 7. 30. 09:49
덥다. 참 덥다.
장마가 끝나니 더 덥다. 앞으로 보름 이상을 이 더위 속에서 버텨야 한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처음 계획은 식구들이 다 모여 집에서 하루를 보내려 했었다. 그랬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학으로 8월 1, 2일 손주들을 돌봐야 되어 생일 행사가 월요일인 7.31로 미뤄지는 바람에 산에 가기로 했는데 마침 같이 산에 가냐는 친구의 물음에 무조건 OK를 했다. 그리고 어제 눈비돌이 산에 가냐고 물어서 늘 그렇듯 간다고 하며 "단, 내일은 너무 더워서 꼭대기는 안 가고 알탕을 하고 내려 갈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내일 정 박사와 같이 9시에 구파발에서 만나 산에 간다"고 했다.  
 
새벽 5시인데 아내가 벌써 일어나 부엌이 시끄럽다. 그새 수박을 잘라 그릇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넣고 묵밥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호박전과 두부, 베이컨을 부치고 있다. 내가 미역국을 끓이려고 했는데 주도권을 빼앗겼다. 옆에서 심부름만 했다. 아내가 꾸려준 먹거리가 막걸리 까지 있으니 배낭에 차고 넘친다. 오늘 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려면 난 죽었다. 심부름을 마치고 핸펀을 보니 카톡이 와 있다. 정 박사가 예정보다 26분이나 일찍 도착예정이란다. 서둘러 옷을 입고 아쿠아슈즈를 신고 집을 나서 한참 오다 생각해보니 물을 넣지 않았다. 이 더운 날에 물이 없으면 죽음인데, 어쩌지? 산아래 편의점에서 사자. 사실 배낭에 물 종류는 엄청 많다. 막걸리, 탄산수, 얼음, 묵밥 육수, 수박, 스코틀랜드 위스키, 모기약  이건 먹을 수 없으니 빼고. ㅋ~~ 샌드위치와 옥수수 삶은 것까지 넣었으니 어깨가 파인다. 우산과 스틱을 넣지 않아 다행이다. 
 
구파발역 정거장에 먼저 와 기다리던 정 박사와 이 교수를 만나 주말버스를 타고 산으로 가는 길이 뜨겁다. 바람도 없고 높은 구름이 낀 것이 오늘 산길 걷기가 힘들겠다는 느낌이 온다. 북한산에 오랫만에 온 두 분은 반갑고 즐거워한다. 같이 걷는 나도 즐겁고 신난다. 계곡 첫 계단 앞에서 이 교수가 나눠 준 과일과 식혜가 달고 참 시원하다. 계곡 바닥에 물때가 많이 끼었지만 물소리는 시원하다. 올 들어 처음 신고 나온 머렐 아쿠아슈즈에 모래가 자꾸 들어가 발바닥이 아프다. 모래 한 알에 이리 불편한데 맨발로 걷는 이들은 뭐지? 
 
역사관 앞에서 눈비돌과 통화를 한 후 잠시 쉬며  땀을 날리고 다시 걷는다. 꼭대기까지 갈 일이 없으니 여유롭다. 하지만 선봉사 아래 비탈을 오르며 땀이 본격적으로 흐르고 힘이 들기 시작한다. 뭐 그래도 좋다. 이제 온 것 만큼 더 가면 되니까.
법용사 앞 다리를 지나면 계곡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계곡에 촘촘히 박혔다. 길에서 보이는 알탕장소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에 쉬었던 곳까지 기서 쉬어야지 편하고 물도 더 맑다.  
 
땀 범벅이 되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정 박사는 대남문까지 갔다내려와 쉬려고 했었나 보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11시 쯤이라 물가로 가서 배낭을 벗고 물속으로 풍덩! 시원하다. 땀이 쏙 들어갔다. 물에서 나와 모두의 배낭을 풀으니 먹을 것이 너무 많다. 구경만으로 배가 부를 정도다.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흑임자죽으로 속을 달랜 후 먹방 시작. 샤인머스킷, 사과, 메론, 수박, 옥수수, 유부초밥, 호박전, 묵밥, 식혜, 탄산수. 너무 많아 샌드위치는 손도 못 댔다. 가져간 음식들도 다 반 이상 남았고.... 그러고 보니 오늘 물속에서 나와 바로 모기약을 뿌린 덕분에 모기에 전혀 물리지 않았다. 신 난다. 
 
물가자리가 참 시원해서 더위를 잊었는데 자리를 정리하고 길로 나오니 엄청나게 덥다. 물가자리에서 나오며 지난주에 줏어 놓아둔 쓰레기봉투가 그대로 있어서 정 박사와 같이 그것을 들고 내려와 역사관 옆에 두고 계곡길로 내려서니 산악회 사람들이 얼마전 단풍을 만났던 곳에서 또 식사를 하고 있어 둘러보았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실망하고 터덜대며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오면 늘 식당에 들려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산속에서 배를 가득 채웠기에 아이스크림 하나씩으로 대신하고 구파발역으로.... 
 
집에 오니 아롬이가 집에 가려다  1층에서 나를 만나 다시 집에 들어와 늦게 가고 난 마신 막걸리상을 치우고....  이제 쉬어야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물을 빼 놓고 집 앞에서 이러고 있다. 

오늘 같이 걸은 두 분.

폭포가 시원하긴 한데 바닥돌에 이끼가 잔뜩....

역사관 앞. 더워서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다.

중성문 아래 계곡. 이때쯤 지쳤다.

중성문

산영루

알탕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이 시원함을 모를꺼다.

정 박사와 같이 쓰레기를 들고 내려오는 중. 모처럼 산에서 착한 일을 했다.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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