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 2 불광역 - 효자리 둘레길

PAROM 2023. 9. 3. 06:50
오늘은 전에 걷던 산길을 걷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오후 2시에 가게 임대계약 약속이 잡혔다. 중개업소에 계약조건을 말해줬고 그대로 해주겠다는 대답을 듣고 소유자인 아내에게 가라고 하니 자긴 모르니 안 가겠단다. 매입도 자신이 혼자하고 세도 다 받으면서.... 약속시간도 퇴근하고 가면 되도록 잡았는데.
2시까지 집에 오려면 내가 산에서 좋아하는 길을 걷지 못하고 내려와 시원한 막걸리도 못하니.... ㅠㅠ 
 
밤새 성질을 가라앉히고 내가 중개업소에 가겠다고 새벽에 얘기하니 자기가 갈테니 그냥 산에 가란다. 그러고 보니 아침준비를 다하고 벌써 샌드위치를 만들어 놨다. 그래, 산에 가서 걷다가 시간에 맞춰 오자.
가볍게 배낭을 꾸리고 탄현역에서 6:57분 차를 탔다. 그러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어딜 걷지? 온갖 곳이 다 걷고 싶어져서 시간 계산을 하고 털어내기를 끝없이 반복하다가 구파발역과 연신내역을 지났다.  
 
늘 붐비던 불광역 2번 출구 앞 의자엔 두 명만 앉아 누굴 기다리는가 보다. 출구 밖으로 나오니 7:50분이다. 일단은 장미공원으로 걸었다. 그러면서 또 고민. 구기동으로 가서 대남문으로 바로 올라? 아니면 향로봉을 지나 대남문으로? 족두리봉을 넘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편하고 시간에 맞춰 탈출하기 좋은 둘레길로 들어갔다.
----효자리 편의점 앞에서 
 
시간이 일러 불광사로 가는 길이 한산하지만 오르는 길에 힘이 들고 땀이 난다. 요 며칠 사이 갑자기 날이 가을 다워져서 아침 저녁으론 쌀쌀해져 살기가 좋아졌다.
불광사를 돌아드니 본격적으로 오르내림이 번갈아 나타나는 긴 길이 지루하게 한다. 둘레길 입구에서 얼핏 이정표에 진관사입구까지 5.8키로로 적혀 있는 것으로 봤다. 아직 길이 어두워 바위가 나타나면 잘 보이지 않아 더듬어야 했다. 그래도 몇 번 걸어봤다고 길이 제법 익숙하다. 족두리봉으로 오르는 갈림길들을 지나며 오래 전 상가 관련 친구들 셋이 같이 걷다 쉬었던 잊을 수 없는 장소가 조금은 변해서 나타났다. 이제는 다른 세상에 있는 분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분들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지나치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다. 거의가 여자 분들인 점도 북한산길과 다르다.
 
둘레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데 힘이 드는 느낌이 온다. 이길은 다른 길들 보다 오르내림이 심하다. 불광중학교 옆으로 다시 산을 올라 예전 기자촌을 지난다. 길 중간에 벌써 아람이 벌은 밤이 송이 째 숲에 떨어져 있다. 그것을 보니 달큰한 생밤 맛이 혀 끝에 감돈다.
이제 진관사까지는 멀지 않다. 그런데 다리가 꼬인다. 뭐지? 이 정도를 걷고 왜 이러지? 일찍 집에 가야 된다는 생각에 그런가? 그래도 오늘은 코스를 제대로 따라 걷자. 그런데 몇 시에 탈출하지? 벌써 10시가 훨씬 넘었다.
사육신을 옹호했던 왕족을 모신 묘역을 잠깐 둘러보고 한옥마을을 통과해 삼천사로 간다. 진관사 입구 아래 은행나무 숲에 텐트를 친 이들도 여럿이고 운동기구에 매달린 아주머니들도 많다. 그래, 건강은 스스로 있을 때 지켜야 한다. 
 
산입구에 올 때까지 둘레길에서 만난 이들을 보다가 산 앞에서 사람들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긴 둘레길과 옷차림이며 장비며 모습이며  나이며 소리들이며 다 딴판이고 다른 세상 같아 보였다. 내가 다니던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늦었는데 이런 세상이 되는구나  싶었다. 저 앞에 눈에 익은 모습이 보여 쫓아가 봤으나 처음인.... 낙담해 계곡입구 다리를 건너 다시 둘레길로 들어갔다. 이 시간에 산길로 들어가면 약속시간에 늦으니 어쩔 수 없다. 
 
둘레길로 들어가니 다시 오래된 느낌이 드는 세상으로 저절로 왔다. 여기서 효자동까지는 늘 젖은 길인데 얼마전까지 비가 왔으니 질커덕 거리기가 더 심하다. 시간이 있으면 사기막골까지 가고 싶다. 원효봉으로 가는 갈림길에 많은 이들이 여러 떼로 뭉쳐 뭔가를 의논하고 있다.  제대로 잘들 하라고 빌며 난 좁고 험한 돌길을 따라 내려와 큰길로 나왔다. 그리고 길로 나오자마자 있는 편의점으로 직행.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약속장소에 가니 조금 시간이 있다. 다행이다.
도장을 찍고 집에 돌아와 막걸리 잔과 마주했다. 그런데 왜 이리 힘이 들지? 요즘 특히 더.

 

불광사 앞. 이제 본격적으로 둘레길에 들어간다. 

처음 만난 전망대. 북쪽을 보았다.

족두리봉으로 가는 갈림길

오른쪽 줄 안에서 쉬며 점심을 먹었었다.

불광중학교 옆의 둘레길

산을 내려와 다시 오르는 길가의 이정표

길가 묘 앞을 돌아가는 데크길

전망대 앞 억새 밭

진관동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을 둘레길을 걸은 후에야 알았다.

삼천사 방향으로 가는 길 중간의 공원에서

개울을 따라 걷는 데크길

백화사에서 북한동으로 가는 길

의상봉으로 가는 길

여긴 둘레길과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집으로 오기 위해 북한산성입구로 걷다가 보이는 원효봉, 노적봉, 기린봉, 의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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