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25 이말산..대피소..대동문

PAROM 2023. 8. 27. 14:25

하루 일찍 산에 다녀와서 막걸리상을 마주하고 있다. 세상 참 좋다. 아니다. 더럽게 정치하는 못된 놈들, 자기들 이익을 위해 온갖 거짓과 가식, 비난과 칭송을 해대는 쓰레기만도 못한 놈들이 이 세상에 없어야 '참 좋다' 소리가 나올 거다.
내일, 토요일에 아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집에 온다고 했다. 이번 8월 들어서는 안산에 가기로 예정됐던 날에 아들이 휴가를 냈다고 해서 예쁜 녀석들을 보러가지 못했다. 그러니 어서 보고 싶다. 요즘 부쩍부쩍 크고 있으니 많이 컸을 것이고 변했을 것이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오늘 새벽 운동은 내일 하기로 하고 5시부터 서둘러 준비를 했다.

아침을 먹고, 챙겨준 먹거리를 넣고 집을 나서니 6시 반이다. 집을 나서니 길에 출근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진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가? 만약 역에 사람이 많으면 밖으로 나와서 고봉산을 가야겠다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빈자리가 있는 열차다. 물론 경로석에. 거기에 앉아 환승을 하며 구파발까지 갔다. 구파발역에 내리니 배낭을 멘 이들이 제법 보인다. 버스 기간표를 보다가 얼마전에 서울시내버스요금이 1500원으로 인상된 것이 생각나 산까지 걸어가기로 마음 먹고 2번 출구 앞의 계단을 올랐다.

아침을 많이 먹은 탓에 첫 계단을 다 오르기도 전에 몸이 거북해지며 부대낀다. 다행히도 화장실을 찾을 정도는 아니다. 오늘 따라 오르는 길이 길고 가파르다. 내려오는 이들이 부럽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참 정성이다. 욕 먹겠지만 난 개는 무조건 마당에 두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하나고등학교 옆으로 내려오며 이정표를 보니 구파발역에서 2.3키로가 조금 넘는다.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갈까? 사실 지난 밤에 갑작스레 등산을 마음 먹은 터라 코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난주에 문수봉을 가느라 기진맥진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정 박사도 더운 날엔 긴 산행은 하지 않겠다 했다. 그러니 오늘은 노고산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면 둘레길을 따라 송추까지 걷자고. 한겨울에도 땀을 많이 흘리게 하는 부왕동암문을 넘을까 했던 생각은 기억 저편으로 진작에 사라졌다.

큰 길에 내려오니 횡단보도의 빨간 신호가 무척 길게 느껴졌다. 길을 건너 한옥촌을 지나며 천상병, 중광, 이외수 세 분의 문학관을 보니 담이 없어졌다. 좋아하는 분들인데 거리감이 더 없어져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진관사 입구에서 둘레길로 내려섰다.
ㅡㅡㅡ 나중에 계속. 잔소리하는 분의 등장으로...

(19:24)
진관사에서 삼천사로 가는 둘레길.
비가 여러 날 제법 와서 계곡에 물이 많다. 은행나무 숲 아래 물가를 보니 손주들이 놀기 딱 좋을 것 같다.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는 분들이 나를 보는 느낌이다. 우씨, 빨리 벗어나야지.
표시된 큰 길가 둘레길로 가지 않고 커피집과 캠핑장 옆으로 지나는 길로 걸었다. 아스팔트 포장을 했는데 누구 부담으로 했는지 궁금했다. 큰길로 걷다가 백화사 쪽으로 가니 눈이 환해졌다. 좋은 집들이 많이 들어섰다. 이제 여긴 우리 동네 토박이들의 집은 아닐 것이다. 길이 참 멀고 길다. 산길로 들어서 조금 가니 의상봉 가는 길만 터 놓고 산성입구로 가는 길엔 노란 띠를 쳐 길을 막았다. 큰 비에 길이 쓸려나가 되돌아 가란다. 이럴거면 입구에서 안내를 했어야지....
그냥 걸어 산성입구로 갔다. 길은 평상시와 별 다름이 없었고 북한산국민학교 가까이 가서야 길이 패인 곳이 나타났는데 상태는 막을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북한동탐방지원쎈터 앞에 도착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제 어디로 가지? 계획대로라면 둘레길로 가야 한다. 그런데 발은 계곡길을 걷고 있다. 오늘이 금요일인데 산에 사람들이 많다. 다들 젊다. 뭐지? 요샌 집에서도 출근도장을 찍으니 그런 이들인가? 지난주 뒤에 문수봉을 오르며 했던 고생에 다시 문수봉 가는 일은 주저된다. 산에 들어오기 전에 걸은 거리가 이미 5키로가 넘었을 것이니 대피소까지만 갔다가 와도 다른 때보다 많이 걷는 것이니 그러자고 마음 먹었다. 이미 한 시간 반을 더 걷고 시작이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물소리가 크고 바람이 시원하다. 요 며칠 내린 비로 물이 많이 불었고 계곡 바닥도 깨끗해졌다. 그런데 산이 밝아졌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많이 떨어진 탓이다. 손수건을 연신 적셔가며 올랐다. 먼저 걸은 거리가 있어 더 힘이 들고 땀도 더 많이 났다. 그래도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운을 내게 했다. 스틱을 펼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걷기로 했다. 오랫만에 오르는 대피소길이 땀을 나게 하지만 반갑다. 뒤에 오던 위국인 등산객은 쉬는지 보이지 않는다.  대피소 바로 아래 바윗길에서 내려오는 이를 마주쳤는데 스틱의 보호마개를 낀 채로 짚고 있어서 얘기를 하려니 이미 많은 이들이 얘기를 했던 듯 안다고 한다. 괜히 나선 듯 해 미안해 하니 괜찮단다. 다음에 보면 또 말을 걸어야지. 그런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대피소에서 바로 내려오려다 쉬지 않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간 길을 되짚은 적은 거의 없었으니 오늘도 그래야 했다. 능선으로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줬다. 동장대 그늘에 앉아 얼음물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대동문으로 향하며 하늘을 보니 가을 하늘이다. 구름은 끼었지만 참 맑다. 며칠 내린 비가 먼지를 다 씼어갔나 보다. 아직도 공사중인 대동문을 보고 바로 계곡으로 내려섰는데 길이 험하다. 빗물에 길이 돌투성이가 됐다. 스틱에 의지해야 하는데 귀찮아 그냥 내려왔다. 능선에서도 헬기가 떴었는데 내려오면서도 계속 소리가 들린다. 다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역사관 아랫길에서 구급차가 두 대나 내려갔다. 산에서는 늘 조심해도 부족하지 않다. 역사관 앞에서 피자 한 조각과 삶은 감자 한 개와 오이로 요기를 하고 산을 다 내려오니 피곤이 몰려오며 시원한 탄산수가 그립다. 이럴 땐 캔맥주가 딱이다. 어서 집으로 가서 찬물에 샤워하고 한 잔하자!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이말산으로 오르는 계단. 여기서 하나고 옆까지 2.3키로란다.

이말산길에는 흔적만 남은 궁녀들의 묘가 많다.

하나고 옆길로 내려와 한옥마을 앞의 이 횡단보도를 건너 바로가면 진관사이고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삼천사, 계속 가면 둘레길이다.

백화사를 지나 의상봉으로 오르는 길 앞에 가지말라는 줄이 쳐 있다.

북한산초등학교를 조금 못 간 곳의 도로상황. 다니기에 불편함이나 위험은 없어 보였는데....

수문자리에서 본 원효봉과 계곡

폭포에 수량이 풍부해서 좋았다.

폭포 아래 계곡의 모습

역사관 앞. 순간적으로 앵글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중성문 아래 계곡.  잎이 많이 떨어져 환해 보인다.

산영루 옆 와폭 상단 바위에 앉아 땀을 씻고 잠시 쉬고 갔다.

대피소로 오르는 삼거리의 징검다리

대피소 아래 광장 마당에 풀이 무성하다. 말로만 헬기장이지 관리는 전혀....

동장대로 가는 편안한 길

동장대 앞. 볕이 났는데 먹구름이 있었구나.

동장대 앞. 오늘 걸은 길에서 가장 높은 곳일거다.

대동문 위 제단에서 보이는 삼각산

이렇게 보이는 곳에서 한 장 찰칵!

아직도 공사중인 대동문

이곳은 수리가 필요한데....

역사관 앞

대서문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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