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게 긴 연휴다. 목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엿새나 된다. 내가 직장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긴 연휴다. 그때 이런 긴 연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손주들 봐줘야 하는 기간이 늘어날 뿐이다. 아들에게 추석엔 처가에 가라고 했지만 며느리가 야간근무로 출근을 하니 이번 연휴기간을 일산에서 보낸다고 했다.
벌써 연휴 3일째다. 차린 음식 덕에 배가 빵빵하도록 과식을 했다. 운동을 해서 비워야 되는데 헬스장도 쉬니 소화가 되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남은 처방은 산에 가서 땀을 흠뻑 흘리는 것 뿐이다. 아내는 애들도 있으니 동네 산에나 얼른 다녀오란다. 그럴까 하다가 이번 금요일에 사기막골야영장을 예약했는데 지난 21일에 오픈을 해서 정보가 전혀 없어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사이트 크기와 바닥, 콘센트 위치, 개수대와 화장실, 계곡은 있는지? 버스정류장과의 거리, 장비 이동 수단과 거리 등등등을 알아야 필요한 장비를 알 수 있으니....
손주들 재롱을 보다가 9시 반이 거의 됐다. 서둘러 물과 빵을 넣고 나오려는데 하늘이 어둡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단다. 우산과 비옷도 챙기고 집을 나서니 평소보다 3시간이나 늦은 시간이라 영 어색하다. 버스를 타고 대화역으로 가려고 버스시간을 보니 한 시간이나 있어야 오는 것으로 표시되었다. 연휴기간이라 그런가 싶어 탄현역으로 가니 열차가 바로 왔다. 열차를 타고 가며 바로 우이령이나 사기막골에서 내려 캠핑장을 들려보고 힘 닿는 곳까지 걷자 마음을 먹었다.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사람이 엄청 많다. 귀향하지 않은 이들이 다들 산으로 왔나보다. 내 앞에 바로 선 주말버스를 탔다. 이 정도로 정거장에 사람이 많으면 34번이나 704번에 사람이 많으니 8772번을 타고 가서 북한산입구에서 환승을 하면 편하게 가게 되니까.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려고 섰는데 다들 걸어 올라가는 모습에 내 발길도 휩쓸렸다. 이게 아닌데 싶은데도 돌아서지지가 않는다. 그래, 둘레길로 사기막골까지 갔다가 구파발이나 연신내로 돌아오자고 마음을 먹고 발길 가는 대로 걸었다.
며칠간 조금씩 내린 비로 길이 젖어 있다. 이제 원효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효자리CU정거장으로 내려가는 길로는 가지 않을 작정이다. 찻길은 걷기는 편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넓은 길을 혼자 걷자니 외롭다. 오가는 이들도 없다. 길 건너편 버스정거장으로 가고 싶다. 이제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싫증이 났다. 산길을 걸어 오를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연휴에 운동도 같이 쉬어서 생긴 후유증인가 보다.
오래전 동네 고교동문회에서 같이 걸었던 효자리 둘레길을 따라 드디어 찻길을 벗어났다. 젖은 길을 조금 오르자 길바닥에 검게 변해가는 밤송이가 잔뜩 깔려 있었다. 그 검은 밤송이들 사이로 짙은 갈색의 밤알이 보인다. 집을까, 말까? 하나를 주워서 보니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이즈음 길에 떨어진 밤들에는 거의다 벌레들이 있다. 여기서 밤골 국사당 앞으로 가는 둘레길은 조금은 시적이다. 조금만 오르고 내리며 돌아가는 길이 작은 물가를 지나기도 한다. 길 옆 물속에 떨어진 작은 밤송이들을 줏어 주머니에 넣고 걷는다. 가끔씩 만나는 이들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가 넘친다.
밤골에 이르니 사람이 많다. 대부분 숨은벽능선을 가거나 그 아래 계곡을 따라 올라 백운대로 가는 이들일 거다. 가시막골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숨은벽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앞서 가던 부녀가 고민을 한다. 배낭에서 이어폰을 꺼내다 그리로 가는 길이 숨은벽으로 가는 길이 맞다고 말했다. 나는 두 번 정도 간 길인데 이제 기억도 없다. 걷다 이정표를 보니 백운대까지 4키로가 넘었다.
길에 떨어진 밤톨들을 줏으며 걷다보니 사기막골이다. 길을 내려가자 바로 옆에 야영장이 있었다. 안내소에 아무도 없다. 연휴기간 중이라 그런가? 알아볼 것이 많은데....
안내판을 보고 현장을 파악한 후 둘러보니 내가 예약한 자리가 입구에서 너무 가깝다. 삼각산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과는 적당한 거리고 콘센트는 사이트 바로 옆이다. 사이트는 다져진 굵은 모래다. 샤워를 하려면 최소 1500원은 들겠다. 오두막집과 오토캠핑장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이제 버스정거장까지의 거리가 궁금해 찻길을 찾아 입구로 나갔다. 밤을 줏으며 한참을 내려가니 안내소가 나왔다. 거기서 필요한 정보를 얻었는데 버스정거장에서 1키로가 넘는 듯 했다. 되돌아 올라와 우이령길입구를 향했다. 오늘 길 중 가장 높이 올라가는 길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제 게을러져서 그만 걷고 싶어졌는데 평지를 여기까지 온 것이 대단했다. 우이령길 입구에서 길을 건너 704번을 탔다. 북한산입구에서 탄 이들이 시루에 깔린 팥고물 같았다. 추석인 오늘 산에 많은 사람들이 왔나보다.
나는 이번 금요일의 야영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텐트를 4인용이나 3인용 가벼운 것으로 하나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전기매트나 전기 침낭도....
ㅡㅡㅡ
손주들 때문에 바삐 썼는데 다시 수정할 것이다. ㅠㅠ (했다)
추석이지만 가야할 곳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오르고 싶은 유혹을 참고 왼쪽의 둘레길로 갔다.
막혀 있는 저 길로 오래전에 두서너 번 내려오고 오르고 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사이트 옆의 전기콘센트함. 길가에 바로 붙어 있다.
내가 사용할 사이트다. 뒤의 건물이 화장실과 개수대
충의길 입구에서 본 삼각산. 오른쪽 길이 야영장과 둘레길 진관사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위 사진을 찍은 다리에서 돌아서면 이런 계곡이다, 풀숲이 아닌 상황. 다리를 경계로 반대의 풍경이다.
왼쪽은 야영장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버스정거장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가 사진을 찍는 장소란다. 그냥 출렁다리다. 가을 단풍이 들면 좋을까?
우이령입구로 가는 둘레길 중간의 쉼터와 전망대.
여기서 아직 1키로는 더 가야 우이령입구다. 그런데 찻길을 따라가야 한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거장에 앉아 산을 보았다. 왼쪽이 오봉이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21 대성문 - 문수봉 - 구기동, 정 박사와 (1) | 2023.10.22 |
---|---|
10.9 고봉산 (1) | 2023.10.11 |
9.23 백운대 동영상 (0) | 2023.09.24 |
9.23 백운대 - 대동문 (0) | 2023.09.24 |
9.16 행궁지 - 대성문 (1) | 2023.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