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21 대성문 - 문수봉 - 구기동, 정 박사와

PAROM 2023. 10. 22. 08:26

오늘은 오랜만에 주능선상에 발을 디딜 예정이라 들뜬다. 오래전 정 박사와 같이 산길을 걷기로 했으니 백운동암문과 청수동암문 사이의 주능선 어딘가로 오를 것이 분명하다. 지난 9.23일에 백운대에 오르고 난 이후 북한산 능선을 오르지 못하고 둘레길을 걷거나 고봉산에 다녀오고 사기막골 야영장 답사와 야영을 하며 지냈으니 산이 잘 있는지도 궁금했다. 더구나 지난 열흘 간은 코와 목감기에 걸려 집에 박혀 있었으니 바깥 세상의 산이 무척 궁금했다.  
 
사흘 전부터 목 아픈 것이 나아져 목요일과 어제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했다. 어제 저녁에 아내가 토요일에 산에 갈 거냐고 묻는다. 지난주에 못 갔으니 갈 줄 알고 묻는 투다. 정 박사와 같이 가기로 했다고 말하니 샌드위치빵이 두 쪽만 있단다. 상관없다. 반씩 나누면 되니까. 감기에 걸린 바람에 잠이 많이 늘었다. 일찍 잤으니 일찍 깼는데 부엌에서 소리가 난다. 어제 저녁에 장을 봐 온 재료들로 갓김치, 파김치, 동치미, 깍두기를 담그고 간을 보란다. 간 보는 것은 질색인데 어쩌랴, 봐야지. 싱겁지만 다 됐다고 했다. 시어지면 다 맛있어 지니까. 그리고 잠깐 사이에 샌드위치를 두 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빵 색갈이 다르다. 내가 자는 동안에 빵집에 다녀왔나 보다.  
 
6시 반 쯤 됐는데 아내가 밖에 비가 온단다.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뭔 일이람? 꾸렸던 배낭 속에 든 것들을 다 꺼내 방수배낭에 옮기고 우산도 챙겼다. 아내가 출근하고 난 후  약속시간에 맞춰 8시에 집을 나섰는데 가로수 밑에만 비가 떨어진다. 길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산을 접어 배낭에 넣고 역으로 갔다. 하늘이 빠른 속도로 짙은 회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다. 하얀 구름이 색칠을 하고 있다.  
 
자주 다니던 시간에서 늦게 열차를 타니 낮설다. 구파발역에 내려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긴, 아주 긴 줄이 있다. 그동안 없던 줄이 있으니 반갑다. 산으로 가는 버스들이 모두 줄 앞에 서니 마음이 편하다. 단풍철이라 그런지 산으로 가는 이들이 무척 많다. 조금 늦게 도착한 정 박사와 만나 704번을 타고  부대끼다 산성입구에 내렸더니 바로 뒤에 주말버스가 도착한 것이 보였다. 뒷차를 탔으면 앉아 편히 왔을텐데.... 한참을 보러 오지 않았다고 심술을 부리는 듯하다. 
 
아침에 춥다고 해서 한겨울용 티와 바람막이를 입었는데 햇살이 비추니 덥다. 집에서 나올 땐 2도 였는데 한 시간만에 10도로 오른 것이다. 더우면 한꺼풀 벗으면 된다. 추울 때 입을 것이 없으면 문제다.  
 
아주 오랜만에 계곡입구에 섰다. 반갑기 그지 없다. 길가 나뭇잎 끝에 작은 물방울들이 달려 반짝이고 있는 것이 크리스탈 구슬 같다. 새벽에 내린 비가 만든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계곡은 조용하다. 여름이 끝나며부터 자주 내리던  비가 개울을 메꾸진 못했다.
젖은 길을 조심하며 올랐다. 오랜만에 북한산에 온 정박사의 숨소리가 들린다. 간간히 정치인들 욕하는 재미(?)-차라리 처절한 요구다-를 흘리며 길고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친구와 같이 걸으면 이런 재미가 있어 산길이 더 신난다. 
 
며칠 전에 설악 공룡능선을 다녀온 친구의 강건함을 부러워하고, 산에 다니는 친구가 점점 줄어듦을 안타까워하며 계곡을 따라 걷다가 대성문으로 올라 잠시 쉬고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에 올랐다. 새벽에 내린 비 덕분에 온천지가 맑고 밝았다. 하늘은 푸르렀고 길가 곳곳에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이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제 우리의 나이는 더 이상 대화 주제에서 사라졌다. 옛날 같으면 큰 잔치를 할 나이인데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직 젊은데.... 그것도 한창. 
 
문수봉에서 다시 대남문으로 내려와 바위 한 귀퉁이에 앉아 점심을 때우고 심한 비탈의 돌계단들을 스틱에 의지해 힘겹게 구기동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점심이 채 소화가 되지 않은 탓에 뭘 먹기도 뭐했고, 갈만한 식당들도 없어 헤어져 경복궁역과 불광역으로.... 
 
집으로 오는  중 아롬이가 전화를 했다. 오늘 내일 정발산역 앞에서 막걸리축제를 한다고. 가고 싶었지만 그냥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아흐레만에 막걸리를 마셨다. 오랜만에 마시니 한 병 마시기도 전에 취기가 확 올랐다. ㅎ~~
아내에게 앞으로는 샌드위치를 얇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비가 그친 뒤 하늘이 맑다.

가을비가 자주 왔는데도 폭포에 물이 말랐다.

역사관 앞

중성문 아래 계곡이 황량해 졌다.

중성문

용학사로 가는 옛길에 단풍이 들었다.

산영루

백운동계곡 곳곳에 예쁜 단풍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대성암 대문이 열려 있어서....

대성문에 먼저 올랐다.

대남문을 거쳐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에

맑은 하늘 덕분에 멀리까지 보였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부탁을 해서 같이 한 장 찍고

구기동계곡. 오늘은 이 계곡으로 내려갔다.

내려오는 길에 처음 만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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