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체력 때문에 피곤하다. 계곡을 따라 대성문으로 올라갔다가 대피소에서 내려와 오랜만에 쉼터에 앉았다. 북한동에서 축제를 해서 그런지 단풍을 보러 온 사람들 때문인지 사람과 차들로 마을이 가득하다. 산에도 등산객들이 많았다.
수, 목, 금 3일을 손주들 등교 시키러 새벽에 안산에 다녀왔다. 새벽 4시에 나갔다가 낮 11시 경이나 되어 집에 왔어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목요일에 아들집 욕조에 오른쪽 무릎 아래를 크게 부딪치는 바람에 주먹만하게 퉁퉁 부었었고 걷기가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걸을 수 있는 것 같아 산에 가겠다고 하고 배낭을 꾸렸다.
한동안 동네 산에 다니느라 늦게 집을 나왔었기에 서두르는 것을 잊고 뭉기적 거리는 바람에 늘 타던 7:37분 열차를 겨우 탔다. 경의선은 승객이 많아 경로석 조차 앉는 것은 거의 행운이 따라야 한다.
지난주에 다 나은줄 알았던 목과 코감기가 아직도 남아 귀찮게 하고 있다. 산행 내내 훌쩍 거렸다.
주말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오면서 오늘은 천천히 늦가을의 멋진 산을 만끽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자가용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과 골목을 막은 바리케이트에 뭔 일이 있나 했다. 8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에 동네가 미어 터지고 있으니 산속이 걱정이 되었다.
계곡입구를 지나니 길이 휑하다. 다행이다. 간간히 산객들이 보일 뿐이다. 무리해서 앞지르지 말자 다짐을 했다. 이젠 예전 체력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계곡은 조용했다. 하루걸러 쏟아지던 폭우도 별 영향이 없었나 보다. 계곡에 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으니.
ㅡㅡ이제 쉼터에서 나가 축제장에 가서 버스킹도 보고 물건도 사고 해야겠다. (13:51)
지난주에 4인용 반고텐트를 샀다. 쓰고 있는 2인용 텐트는 둘이 쓰기에 많이 좁아서 였다. 딸아이까지 텐트를 가져다 쓰니 하나가 더 필요했고 기왕에 사는 것이니 전실이 있는 것으로 샀다. 친구들과 야영을 할 때도 쓰려다보니 커졌다. 크다보니 이걸 어디다 펼쳐도 불편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너무 커서 둘이 사용하기엔 쫌....
계곡을 따라 오르며 보이는 단풍을 즐겼다. 이맘 때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다. 그런데 단풍잎은 다 말라비틀어져 가지에 기를 쓰고 매달려 있다. 지난주만 해도 좋았는데 일주일 만에 다 변했다. 오늘 온 것이 다행이다.
오늘은 열차 안에서 걸을 길을 정했다. 지난주에 정 박사와 걷고 남은 길을 걷기로 했다. 대성문에서 대피소로 걷는 거다. 근데, 이왕이면 행궁지로 가서 크게 빙 돌을까? 괜히 무리하지 말자. 산에는 계속 와야 하니까.
금위영이건비 앞에 열대여섯 정도 되는 한무리의 산객들이 모여 있다. 젊다. 부럽다. 어울리고 싶지만 끼워주지 않겠지. 그저 내 갈 길만 보고 올랐다. 대성암 앞에서 뒤가 시끄러워 지더니 저 아래 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에구 어서 도망 가자. 그들에게 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아 대성문을 헐레벌떡 죽을 힘을 다해 올랐다. 내가 뭐하는 거지? 그런데 왜 아직도 그들은 안 보이지? 다른데로 갔나? 이상하다. 외길인데. 내 등의 땀이 거의 마를 때쯤 올라온 그들은 대남문 쪽으로 갔다. 저리 느긋하게 걷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성루에 올라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린 후 보국문으로 갔다. 주능선 위는 삭막했다. 이미 겨울 준비가 끝난 모습이었다. 그래도 건너편 능선의 붉고 노랗고 푸른 잎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불어오는 바람에 춤을 추며 시선을 끌고 있다.
스틱을 펼치지 않고 걷다보니 발목이 삐끗거린다. 걷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힘이 든다. 스틱을 꺼낼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뒀다. 이제는 사용해야 하는데....
주능선의 전망은 늘 좋다. 늘 사진도 예쁘게 찍힌다. 능선에서 마주치는 이들도 보기 좋다.
대피소 지붕 아래 양지바른 곳에 앉아 가지고 간 배와 샌드위치를 반씩 만 먹었다. 다 먹으면 배가 불러 저녁 전에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기에 허기만 가시게 하려고 그랬다. 쉬는 동안 많은 이들이 지나갔다. 그걸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사람들 마다 폼이 다 다르다.
이제 산에 와서 제일 걷기 싫은 길만 남았다. 대피소 광장 아래의 단풍은 이미 다 스러졌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썬그라스로 바꿨는데 돗수가 없어 발밑이 어둡다. 험한 길에선 안경을 써야겠다. 하지만 역시 귀찮아 썬그라스 차림으로 산 아래로 내려왔다. 역사관 앞에서 등산화에 든 모래를 빼고 내려오려는데 산악회 사람들과 오르는 조은네 님을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친 것이다. 헤어져 내려오는 길을 다시 계곡으로 잡았다. 혹시나 단풍을 볼 수 있을까 해서였다. 내려와 쉼터에 앉았는데 김승연 교수에게서 11월 11일의 전시회 초대문자가 왔다. 이름만 보고 이승연인 줄 알았다. 이미 3시가 되었는데도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저들은 언제 내려오려고 하는 것인지?
쉼터에서 나가 요들송을 듣다가 고릴라캠핑에서 40과 20짜리 단조팩과 두어 가지를 더 사고 북한동상인회에서 주는 그릇을 받아 집으로 왔다.
역시 샤워를 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막걸리는 좋다. 토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집에서는 한 병으로 제한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원효봉. 단풍이 들어 화려한데 곧 얼음과 눈이 자리를 차지할 거다.
물소리는 나는데 물은 안 보인다.
역사관 앞의 풍경
중성문 아래 계곡. 화려함 뒤에 몰려오는 스산함
중성문
옛길로 가기 위해 네 발로 올라 허리를 펴면 보이는 나월봉과 단풍
산영루
발굴 중인 경리청상창지 옆길. 낙엽이 져서 노적봉이 보인다.
대성암. 단풍색이 지난주에 비해 많이 바랬다.
헐레벌떡 오른 대성문
대남문으로 가는 옆길에 있는 단풍. 지나는 이들 모두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위에 단풍나무가 없다는 얘기다.
대성문 성루에서
보국문으로 가는 길 중간의 암벽길. 처음엔 쇠줄 안쪽에서 조심조심 걸었는데 이젠 바깥으로 성큼성큼 다닌다.
앞 사진의 암벽길을 오르면 나오는 전경
남쪽전망대가 있는 봉우리
여기서 오랜만에 다시 보는 삼각산
다음엔 저 앞의 남장대지능선을 걸어야겠다.
남쪽전망대에서 보이는 형제봉, 백악
북쪽전망대
마무리 공사 중인 보국문
보국문을 지나 오르면 문수봉이 다시 보인다.
칼바위와 형제봉, 백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동문도 마무리 공사 중이다.
대동문 위 제단에서 보이는 삼각산
동장대
동장대 울타리에 들국화가 한창이다.
단풍이 아직 남아 있다.
대피소로 향하는 길에도 단풍은 이미 말라 붙었다.
대피소
대피소 아래가 단풍 명소인데 이미 철이 지났다.
대피소로 가는 길
중성문
다 내려왔다.
쉼터의 메뉴판
요들송을 듣고 물건도 사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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