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4 대피소 - 대성문

PAROM 2023. 11. 5. 13:55

무릎과 팔꿈치가 무척 아프다. 대성문에서 대남문으로 가다 다니지 않던 길로 올랐는데 낙엽 밑에 숨어 있던 나무뿌린지 돌뿌린지에 걸려 넘어지며 피도 났고 바지와 티에 구멍도 뚫렸다. 아픈 것도 그렇지만 옷들도 좋은 것들인데....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벌어진 일이고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지. 너무 아파서  넘어진 자리에서 고통이 조금 줄 때까지 있다가 절름거리며 팔꿈치를 감싸고 간신히 내려와 겨우 집으로 왔다. 월요일에 안산에 가서 손주들 등교 시켜야 하는데 큰일났다. 
 
11.1일에 24 - 25일 사기막골 예약을 해서 청송회 친구들과 같이 가려고 했는데 희망자가 없다. 다들 캠핑에는 재미가 없나보다. 하여 지금 올빠들에게 운을 띄웠는데 역시 시원찮다. 가족들과 가야되나 보다. 
 
이달은 주말에 전시회 참석과 처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오늘 산에 가지 않으면 한 번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어제 아파트 친구들과 거나하게 마셨는데도 일찍 깨어 산에 간다고 했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없으니 귤 2개와 샌드위치, 물 한 병을 넣고 산행준비 끝. 탄현역에 7시 24분에 맞춰 15분에 집을 나섰는데 7:15분 차 뒤에 7:37분 차다. 시간표가 바뀐 것을 몰랐다. 대곡까지 계속 서 있으려니 허리가 아우성이다. 웬일로 3호선도 경로석만 비었다. 그곳에 앉아 갈 밖에.... 
 
주말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데 길이 다 젖었다. 먼지가 일지 않아 좋은데 산길을 오르기엔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낙엽을 밟을 땐 얼음판이라 생각해야 한다. 어제 늦게까지 마신 막걸리와 맥주 덕에 속이 쓰리다. 알마겔 한 포로 달래고 계속 오른다. 이 가을 들어 비가 아주 자주 오는데 계곡물이 불을 정도는 아니라 폭포엔 물이 비치지 않는다. 수요일에 헬스장에서 높은 기울기로 한 시간을 걸어 그런지 다른 때보다 힘이 덜  든다. 
 
집에서는 오늘 아주 천천히 길위의 돌맹이 하니하나를 다 보며 걷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작심 두 시간도 안 되었다. 역사관 앞에서 겉옷을 벗어 넣고 이어폰을 낀 후 물 한모금 마시고 출발하려는데 스님들이 엄청 많이 산을 오르신다. 플래카드를 보니 태고사 원증국사님의 탄신일이라 기념식 등 행사가 여럿 있는가 보다. 태고사 앞을 지날 때까지 스님들 두세 분 씩인 팀을 많이 앞질렀고 내려올 때도 많이 지나쳤다. 북한산을 다니면서 아니 살면서 하루에 가장 많은 스님을 뵀다. 태고사가 태고종의 종찰인 것을 플래카드로 알게 됐다. 
 
태고사를 지나 대피소에 올라 땀을 식히는데 50대 남녀가 오더니 떡하니 막걸리를 꺼내 따른다. 여기서 마시면 과태료 낸다고 하니 공원 직원이 없는데 어떠냔다. 음주금주 표지 아래에서 마시면 안된다고 하니 여자가 집어 넣으라고 해서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 버젓이 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꼴보기 싫은 인간을 뒤에 두고 동장대로 향했다. 여전히 흙길은 젖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바위는 말라 있어 발디딤이 쉬웠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보국문에서 내려가려고 했는데 보국문에서 내려가는 험한 너덜길이 싫어 대성문으로 향했다. 대성문에서 북악터널 아래까지 10키로가 넘으면 그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대성문 앞에 가서 이정표를 보니 9키로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도 힘도 여유가 있어 대남문으로 가기로 하고 능선 성곽길이 아닌 아래 둘레길로 향했다. 그렇게 대남문으로 가던 중 평소 절대로 가지 않던 내리막길로 내려 갔다가 오르는 곳에서 낙엽에 파묻힌 무언가에 걸려 크게 엎어졌다. 숨이 턱 막히고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정신을 차리니 엄청 아프다. 가장 아픈 왼무릎을 보니 바지가 구멍이 났는지 찢어졌는지 살이 보인다. 흙도 잔뜩 묻었다. 살살 만지니 아프다. 뒤 따라오던 이가 괜찮냐고 물어보고 지나친다. 아파서 아무 대답도 못했다. 한참 서서 고통이 줄기를 기다렸다가 아무 생각없이 대남문을 향했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뒤돌아 바로 대성암으로 내려오는데 무릎을 굽히기 힘들다. 그런데 오른쪽 팔꿈치도 아파서 보니 구멍이 났고 팔을 받쳐주어야 할 정도다. 완전히 119에 구조요청을 해야할 정도로. 
 
고통의 내려오는 길. 특히 돌계단은 공포였다. 겨우겨우 내려와 역사관앞 의자에서 샌드위치와 귤을 먹고 다시 일어서는데 비명소리가 절로 났다. 그런데 왜 배낭에 든 스틱을 펴지 않았는지? 넘어진 후 바로 사용했으면 덜 고생했을텐데, 아니 대피소에서 부터 썼으면 다치지 않았을 수 있었을텐데.... 에휴. 
 
무릎을 굽히기 힘들어 역사관에서 찻길로 내려와 바로 집으로 왔는데 오는 길에 있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다 이용해서 왔다. 내일은 통증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큰일이다. 침대의 온도를 올리고 자야겠다.

 

 

남쪽전망대가 있는 봉우리에서

 

시간표를 잘못 알고 나온 바람에 텅 빈 역에 한참을 있어야 했다.

 

오늘은 천천히 잘 걸어보자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원효봉

 

폭포에 물이 없다.

 

백운대 갈림길 삼거리의 단풍

 

중성문

 

네 발로 오른 후 보이는 나월봉, 여기서는 높아 보이는데 남장대지능선에 서면 한참 아래다.

 

산영루가 용학사 입구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즉, 낙엽이 다 졌다는 얘기다.

 

대피소로 가는 길

 

대피소에 올랐다.

 

나뭇잎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문수봉이 이제 보인다.

 

동장대

 

주능선 성곽길에도 낙엽이 다 져서 쓸쓸하다.

 

제단 뒤에서 보이는 삼각산과 시단봉의 동장대

 

증명사진 찍고

 

아직도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칼바위와 형제봉 뒤로 백악

 

보국문으로 내려가기 전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보수공사가 거의 완료된 보국문이 공사전과 달라졌다.  난간도 없는데 이 모습이 원형이었나?

 

북쪽전망대

 

대성문도 공사를 하려는 지 막고 뭔가를 열심히 재고 있었다.

 

발굴조사 중인 경리청상창지 앞길

 

더운 날들에 알탕을 하던 곳인데 모래가 많이 쌓여 얕아졌다.

 

태고사의 행사 때문인지 역사관 앞이 꽉 찼다.

 

다 내려왔다. 

 

구멍 난 바지. 티에도 팔꿈치에 이만한 구멍이 났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16 대피소 - 보국문  (1) 2023.12.17
12.2 행궁지 - 대동문  (1) 2023.12.03
10.28 대성문 - 대피소  (1) 2023.10.29
10.21 대성문 - 문수봉 - 구기동, 정 박사와  (1) 2023.10.22
10.9 고봉산  (1)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