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2 행궁지 - 대동문

PAROM 2023. 12. 3. 08:01

한 달 만에 등산을 했다. 북한동에서 행궁지를 지나 문수봉에 올랐다가 능선성곽을 따라 걸은 후 대동문에서  내려왔다. 오랜만에 산을 걸어서 그런지 보국문을 지나면서 부터는 몸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집에 와서 쉬고 나니 무척 개운하고 성취감이 든다. 역시 등산은 꾸준히 해야 할 운동이다.
11월 4일에 대남문으로 가다가 뭔가에 걸려 엎어져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간다고 했던 토탈미술관 전시회 약속을 빵꾸 냈고, 이후 처조카 결혼식과 사기막골 야영으로 주말을 보냈었다.
이제 겨울이니 25에서 32리터 짜리 배낭으로 짐을 옮겨 담았다. 추가로 겨울용 장비를 넣으니 무겁다. 스틱도 바꿔 넣었다. 이젠 중심을 확실히 잡고 다리의 피로를 분산시키기 위해 스틱을 꼭 쓸 생각이다. 
 
아침을 먹고 겨울 등산복장을 갖춘 후 산에서 먹고 마실 것을 넣고 집을 나오는데 빠진 것이 있어 들락거리다가 늘 타던 시간을 놓쳤다. 오랜만에 산에 가니 익숙했던 것들이 그동안 멀어졌던 탓이다. 겨울옷에 중등산화까지 신고 걸으려니 갑갑하고 뒤뚱거리는 느낌이다. 열차에 자리가 있어 편하게 구파발로 왔는데 버스가 금방 떠났는지 산으로 가는 차가 한참 만에 왔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 길에 사람들이 많다. 겨울 이 이른 시간에 단체로 산에 온 모임이 여럿인 것이 신기하다. 
 
한달만에 걷는 산길.
계곡으로 들어서니 환해진 느낌이다. 나뭇잎들이 다 져서 그런가 보다. 계곡물이 맑고 많이 흐른다. 비가 언제 왔지? 산이 조용하다. 산새들이 조용하다. 내 발자욱 소리만 난다. 늘 느끼는 것이 산 입구에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산에 들어오면 별로 없다. 희한하다. 두꺼운 옷을 입은 채 계곡을 오르는데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춥지도 않다. 바삐 걷는 바람에 역사관에 도착도 하기 전에 다리에 힘이 빠졌다.  
 
역사관 앞 데크의자에 배낭을 벗고 웃옷들은 벗어 넣으니 배낭 키가 많이 커졌다. 이어폰을 끼고 물 한모금 마신 후 대곡역 부터 봤던 데크 앞 저 이는 어디로 갈지 궁금해 하며 다시 길로 나섰다. 이제 위엔 티 하나만 입었는데 춥지가 않다. 그사이 기온이 많이 올랐나?
귀를 온전히 덮을 수 있는 모자를 하나 사야겠다. 모자가 자꾸 귀 밖으로 나가 귀찮고 시리다.  
 
오늘 갈 방향은 확실하게 정했다. 행궁지로 해서 문수봉에 오른 후 힘이 닿는데 까지 가기로. 이젠 돌뿌리를 자주 걷어찬다. 다리에 힘이 떨어졌고 중심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행궁지 앞에서 스틱을 꺼내 폈다. 팔로도 길을 오르려니 힘이 더 드는 것 같다. 곧 익숙해지면 편할 것이다. 행궁지를 크게 돌아가는 길의 막바지에 줄을 잡고 오르는 곳이 있는데 줄에 매달리기 싫어서 낙엽이 많이 쌓인 가파른 비탈을 힘겹게 올랐다. 차라리 줄에 의지했으면 힘이 덜 들었을텐데. 
 
남장대지능선에 오르니 시야가 제법 멀리 나온다. 집 옆의 제니스빌딩이 보였다. 청수동암문으로 내려가는 길 끝에 시커먼 목재계단을 새로 깔아 놓았다. 위험한 구간에 놓는 것이 더 나을텐데 무슨 생각들인지. 문수봉에 사람들이 많다. 참 부지런한 이들이다. 이제 오늘 걷는 길의 제일 높은 곳에 왔으니 내려가는 일이 남았다.
대남문에서 성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갔다. 한 달 전에 다니지 않던 길로 걷다가 엎어졌기 때문에 익숙한 길로 가고 싶었다. 스틱에 의지해 바윗길을 내려서니 편하고 안전하다. 대성문도 보수공사를 하려는지 성문 앞에 건축자재들이 쌓여있다. 오랜만에 왔으니 조금 더 걷기로 한다.  
 
경치 좋은 길. 즉 이 말은 가파른 바윗길이라는 말이다. 북한산에서 전망이 좋으려면 나무가 가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무가 없어야 하고 그 말은 나무가 자랄 수 없는 바윗길이 나무보다 높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길이 대성문에서 보국문까지 6백 미터 이어진다. 북한산에 몇 없는 전망대도 이 구간에 두 곳이나 있다. 보국문 까지 가면서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 탓이 컸겠지만 이젠 힘도 점점 더 부치는 것 같다. 
 
보국문에서 내려가려고 길에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와 대동문으로 향했다. 쉬고 있던 사람에 홀려서 그랬다. 참 가지가지 한다. 내려가는 너덜길이 너무 싫은 탓이 사실은 더 컷다. 대동문으로 가는 길은 가장 편한 길에 속하니 걷는 길이를 늘여도 부담이 크지 않다. 이제 허기가 느껴지고 힘도 들어 내려가기로 한다. 대동문 앞 아래쉼터에서 배낭을 벗으려다 그늘에 앉기 싫어 그대로 내려왔다. 그러다 자리를 잡지 못하며 역사관 까지 내려왔고 거기서 샌드위치 반 개와 뜨거운 녹차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계곡길을 따라 북한동으로 내려왔다. 어디 들어가 쉬고 오려고 했는데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 바로 집으로....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허기진 배에 막걸리를 부으니 바로 취기가 발동. 새벽 2시 허기에 눈을 떠서 이러고 있다. 냉장고 뒤지러 밖에 나가지도 않고. 다시 잠이나 자야겠다. ㅎ~~

 

 

자, 간만에 산으로 가자!

이제 9시인데 왠 사람들이 이리 많지?

 

폭포에 물이 많다. 겨울답게 얼음도 얼었다.

 

폭포 위의 작은 폭포도 바위 사이에 얼음을 붙였다.

 

역사관 앞에서 산행준비를 하는 이들

 

옛길에 있는 "백운동문"이 새겨진 바위

 

낙엽이 지니 큰바위얼굴도 선명히 보였다.

 

산영루 옆의 와폭에도 얼음이 얼었다.

 

행궁지 가는 길에 보이는 경리청상창지 발굴현장

 

행궁지 공사는 언제나 끝나려는지....

 

솔잎 사이로 나월봉이 보였다.

 

남장대지능선 아래 바위에서 보이는 삼각산

 

주능선 너머로 수락과 불암산이 보인다.

 

남장대지능선 끝의 의자소나무

 

남장대지능선의 평화롭고 아늑한 길

 

남장대지에서 보이는 의상능선

 

의상능선 너머 저 멀리 우리동네가 잘 보였다.

 

의상능선, 원효봉, 염초봉, 삼각산

 

청수동암문

 

문수봉에서 보는 비봉능선

 

삼각산

 

구기동계곡

 

증명사진

 

대남문

 

대성문으로 가다가 뒤돌아 본 문수봉

 

지나 온 능선의 성곽길

 

왼쪽의 보현봉을 빼고 남장대지능선과 주능선을 따라 걸었다.

 

북쪽전망대

 

잎들이 지고나니 칼바위가 선명히 보였다.

 

아직도 마무리공사 중인 보국문

 

칼바위와 형제봉

 

대동문도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발굴 중인 경리청상창지 앞길. 나뭇가지 사이로 삼각산과 노적봉이 보인다.

 

역사관 앞. 오후가 되니 인적이 드물다.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원효봉

 

다 왔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3 대성문 - 행궁지  (1) 2023.12.24
12.16 대피소 - 보국문  (1) 2023.12.17
11.4 대피소 - 대성문  (0) 2023.11.05
10.28 대성문 - 대피소  (1) 2023.10.29
10.21 대성문 - 문수봉 - 구기동, 정 박사와  (1)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