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16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24. 3. 17. 18:29

이제 연식이 꽤 되니 건강이 제일 신경 쓰인다. 남의 도움이 있어야 사는 삶은 싫다. 그래서 산에도 헬스장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며칠 전 혈압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지난번 건진에서 빈혈이 나왔다며 남자에게 빈혈은 나쁜 징조일 수 있단다. 그래서 다시 피 검사를 했고 다음날인 그저께 정상이란 통보를 받으니 세상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 좋은 세상의 햇살도 주식시장이 죽을 쑤는 바람에 하루도 못 가서 사라졌다. 어찌보면 인생 자체가 제로썸인 듯 하다. 
 
밤새 여러번을 깼다. 기억 나지 않는 꿈의 찜찜한 여운에 새벽 두 시 이후에는 잠에 들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산에는 가야겠다. 안 가면 더 피곤할 것이니까.
이불에서 벗어나 등산할 복장을 갖추며 일기예보 부터 봤다. 여섯 시에 영상 1도고 낮엔 18도란다. 아침엔 두껍게, 낮엔 얇게 입어야 한다. 봉일천에서 가져온 샌드위치와 오렌지 한 알, 뜨거운 녹차 한 병, 핫팩 한 개, 오랜만에 찾은 스탠리 플라스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이제 탄현역에서는 아예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앉으면 행운이라 생각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 더구나  대곡역부터는 편하게 산으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좋게 생각한다.
주말버스가 내가 만든 줄 앞에 서서 기분 좋게 산으로 왔다. 만들어진 줄 앞에 끼어드는 이가 기분을 상하게 했는데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나도 새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감정들도 차에서 내려 산을 앞에 두고는 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곡에 들자마자 물소리가 크다. 사위가 조용해서 인가 보다. 겨우내 물이 흘러서 그런지 계곡 바닥이 누렇다. 큰 비가 내려 바닥을 훑어가야 깨끗해 질 것이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보이는 이들을 앞지르다 보니 힘이 든다. 오늘은 잠도 부족했으니 짧게 걸어야겠다. 계곡입구에서 벗으려고 했던 웃옷들을 벗지 못한 채 역사관까지 왔다. 덥다. 데크에서 티셔츠 차림이 되니 쌀쌀하다. 물 한 모금 후 이어폰을 끼고 다시 배낭을 메고 길로 나섰다. 
 
산을 다 오르기도 전에 내려와 쉴 곳 생각에 머리가 바쁘다. 그래 용학사 앞 너른 계곡에서 쉬자. 아니 오늘은 그냥 거기서 쉬다가 내려올까? 아니야 그래도 능선은 밟아야지. 대피소로 갔다가 보국문에서 내려와 쉬다가 내려가자. 그게 좋겠다.
대피소로 가는 길이 참 힘들다. 오늘도 초입에서 빨리 걸어서 그런 것이다. 참 조절이 안 된다. 그 바람에 부부인 팀과 대피소까지 거의 같이 걷다시피 했다. 어떻게 부부인 줄 아냐고? 둘이 6미터 이상 수시로 떨어졌다가 만났다 했거든. 이제는 갈림길에서 대피소까지 8백 미터의 가파른 길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 긴 한숨이 나온다. 
 
대피소에서 잠시 서서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 능선길로 나섰다. 북사면 군데군데 눈얼음이 보인다. 산 윗쪽에는 볕이 들지 않으면 아직 겨울이다. 능선길은 대부분이 질척거렸다. 얼음이 있는 곳도 많았고.
동장대와 대동문을 지나 보국문에서 내려오는 데 급한 북사면이라 눈얼음이 깔려 있어 무척 미끄러웠다. 하지만 오늘은 손이 땅에 닿진 않았다. 계곡을 내려오는 발이 무척 무거웠다.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몸이 이상하게 힘겨워 하니까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내려와 용학사 아래 계곡 바위 앞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내려왔다. 피곤하다. 
 
이번주는 할일이 많아 걱정이다.
안산 가고, 계산동 가고, 파주 가고, 상가와 아파트 회의 있고, 종소리 모임이 화정에서 있고....
두 달 전에 세상을 뜬 친구의 생일이 오늘이라고 축하해 주라고 여기저기 떴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사라진다고  바로 지워지지가 않는구나. 아직은 팔팔할 친구인데, 보고 싶다.

 

 

아침엔 쌀쌀해서 위에 세 벌이나 입고 나섰다.

 

산 입구에 옅은 안개가 끼었으니 오늘은 종일 맑겠다.

 

오늘도 폭포엔 물이 넘쳤다.

 

역사관 앞. 지금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조금 쉬다보니 많은 이들이 계속 올라왔다.

 

중성문 아래 언덕길을 부부가 오르고 있다. 어찌 아냐고? ㅎㅎㅎ. 다 아는 수가 있다.

 

통금이 해제된 네발 사용 바윗길로 오르고 나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나월봉

 

산영루 위의 와폭. 아직 얼음이 남았다.

 

대피소로 가는 길. 이제 땀 좀 흘려야 하는 길이다.

 

등이 다 젖고 나서야 대피소에 올랐다. 저 위의 돌집엔 언제 가봤는지.... 힘이 들어서 이젠 저 처마 밑에서 쉬다 다음 장소로 간다.

 

대피소 광장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동장대로 가는 길. 겨울스럽다.

 

동장대 뒤쪽 나무가지 사이로 삼각산이 보인다.

 

동장대

 

동장대에서 대동문으로 내려가는 길

 

제단 뒤의 성벽 너머로 삼각산과 동장대가 보인다.

 

제단에서 대동문으로 내려가는 돌계단길

 

대동문. 이제 공사가 마무리 되어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있다.

 

칼바위와 형제봉을 배경으로

 

보국문으로 가는 길. 북향이라 눈얼음이 아직 길가에 남아 있다.

 

앞 사진의 아래쪽 계곡에도 눈이 그대로 있다.

 

보국문으로 내려가기 전에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보국문에서 눈얼음길을 미끄러지며 힘겹게 내려와 뒤돌아 보았다. 스틱을 펴거나 아이젠을 신었어야 안전했는데 귀찮아서 하지 않은 바람에 고생을 했다.

 

발굴 중인 경리청상창지 옆길

 

점심을 먹은 냇가자리에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역사관 앞

 

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