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6.29 보국문 - 문수봉, 정 박사와

PAROM 2024. 6. 30. 08:25

오래 미뤄졌던 산행날이다. 1.13에 같이 걸었고 4월 말에 운길산을 함께 걸을 수 있었는데 못했고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장마 시작 전에 비 걱정 없이 걸을 수 있는 날, 오늘 산길이 기대되었다. 비는 오후 9시에나 온다고 했으니 내려와서 뒷풀이도 가능하다. 
 
2주 전부터 계속된 새벽 안산행을 마치고 나니 힘들었지만 개운하다. 멈췄던 아침운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2주 간 띄엄띄엄 운동한 효과는 바로 나타났었다. 하루 전에 바벨을 잡았는데 예전에 늘 치던 무게인데 더 무거워진 것이다. 러닝머신을 걷는 속도도 뚝 떨어졌고....  나이가 더 들었으니 더욱 꾸준히 열심히 해야 되겠다. 그런데 가끔씩 귀찮아지니 어쩌나? 
 
8시 반 경에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늘 타던 시간의 다음 차를 타면 되어 아침 시간이 여유롭다. 산꼭대기에서 마시려고 하이볼  한 캔도 넣고 수박과 샌드위치, 물 두 병을 넣으니 배낭이 무겁다. 지난주에 우산을 들고 걷느라 힘들었지만 머리 빼고 다 젖은 기억에 우산은 뺐다. 그냥 편히 다 젖는 것이 낫다 싶었다. 젖어서  말려 두었던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서니 선선한 바람이 분다. 산길에서도 바람이 불기를 바라며 구파발역으로 갔다. 
 
나보다 한 시간이나 앞서 평촌에서 출발한 정박사를 역앞에서 만나 주말버스 뒷자리에 앉아 산으로 갔다. 같이 걸을 산길이 저 멀리 앞에 펼쳐 있다.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더위가 느껴졌다. 벌써 더우면 산길 걷기가 힘든데.... 뭐 천천히 걸으면 되지.   
 
계곡 안으로 들어가니 물이 없다. 일주일 전에 퍼부었던 빗물들이 그새 다 사라졌다. 다행스럽게 바람이 간간히 불어와 땀을 식혀 주었다. 많이 걷지 않았는데 등은 땀으로 다 젖었다. 해가 높아지며 기온이 올라 힘이 더 든다. 천천히 걷자. 오늘 지난달에 에베레스트 트래킹을 다녀온 친구도 같이 걷기로 했었는데 후유증 때문인지 감기몸살 때문에 못 왔다. 같이 걷고 있는 정 박사도 공룡능선을 무박으로 다녀오고 조령산을 며칠 전 다녀온 철각이다. 나는 근래 북한산만 파먹고 있는데 오래전에 다녔던 대청도 가고 싶고 공룡도 천왕도 한라도 가고 싶기는 하다. 산길을 걸으며 산얘기를 하다보면 가고 싶은 산들, 트래킹 길, 백패킹 길이 많은데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크다. 여든이 넘어서도 산길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계곡이 말라 깊은 소에만 물이 있는데 흐르지 않으니 선뜻 물에 적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려와서 알탕을 할 곳도 없어 보였다. 땀을 조금만 흘릴 코스로 가려다가 이제 장마가 오면 한동안 못 올 수도 있으니 봉우리 하나는 오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또 같이 걷는 친구가 있을  때 가보지 않았던 인수제로 가는 새로운 길을 찾아 걷고 싶기도 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보국문에 올랐다. 여기서 왼쪽 대동문으로 가면 인수제로 갈 수 있고 오른쪽은 문수봉이다. 대남문 쪽으로 가기로 하고 볕이 쏟아지는 능선길 보다 산허리를 감아도는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길은 나도 오랫만에 걷는다. 그런데 내 기억보다 높낮이 차이가 훨씬 심했고 산길도 길었다. 이러니 나이가 든 기억은 믿을 것이 못된다. 
 
대성문에 도착해 성문 안 긴 나무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산길을 오르며 흘린 땀을 다 날리는 바람이다. 배낭에서 과일과 물을 꺼내 기력을 보충했다. 벌써 세번 째 엉덩이를 붙였다. 처음은 역사관 데크 앞, 다음은 산영루 앞 와폭바위 위. 한참을 앉았다가 대남문으로 가기 위해 성곽으로 올라섰다. 역시 오르기 힘들다. 나는 겨울에는 대피소에서 행궁지 방향 여름에는 그 반대로 걷곤한다. 겨울엔 지속적으로 땀을 내기 위해 여름엔 덜 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늘은 겨울용 코스이니 힘과 땀이 더 날 수 밖에. 
 
대남문을 지나 바로 문수봉에 올랐다. 문수봉 오르는 바윗길에서 종아리에 멍울이 선 느낌이 들었다. 문수봉에서 사진을 찍고 대남문으로 돌아내려와 지붕아래 난간에 걸터앉아 하이볼을 곁들여서 점심을 먹고 편안하고 긴 길로 하산길을 잡아 내려오는데 평소에는 바람이 거의 없는 계곡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걷느라 흘리는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고맙지만 장마의 선행지표라 앞에 닥친 긴 장마에 걱정이 앞선다. 
 
내려오는 길 중간에 있는 알탕장소에 들려보니 역시 물흐름이 없고 모래바닥엔 물때가 끼어 있다.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바로 돌아나와 산길을 내려왔다. 흘린 땀을 씻지 못하고 버스정거장으로 와서 한참을 기다려 704번 버스를 탔는데 만원이라 부대끼며 구파발을 지나 연신내에 내려 시장골목 식당에 들어가 백합탕을 주문하고 막걸리 한 잔을 따라 한 모금 마셨는데.... 이순간을 즐기기 위해 산에 온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시원하고 달콤하고 개운하다. 게다가 앞에 좋은 친구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추가로 주문한 시사모와 콩국수를 모두 비우고 집으로....   
 
오늘 함께 걸어준 정 박사가 고맙다.

 

 

자, 가자. 산으로....

 

오늘 무더위와 장마 시작일이라 긴 산길이 될 것이다.

 

계곡폭포가 말랐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중성문 아래의 계곡도 물 흐름이 멎었다.

 

중성문

 

산영루 옆 와폭바위에 앉아 수박을 먹었다.

 

보국문에 드디어 올라왔다.

 

대성문으로 가는 산허리길 중 오름길

 

대성문

 

문수봉이 보이는 성곽길에서

 

대남문 지붕아래에서 보이는 서울

 

문수봉에서 보는 구기동계곡과 서울 시내

 

비봉능선

 

증명사진 한 장 찍고

 

친구와도 같이 찍고

 

정 박사가 대남문 단청과 하늘이 아름답다고 해서....

 

길가에 열매 맺은 딱총나무(모야모에 물었다.)

 

내려가는 길의 역사관 앞

 

역사관 앞 데크

 

대서문 앞

 

다 내려왔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27 이말산 - 삼천사 - 부왕동암문 - 알탕 - 북한동  (1) 2024.07.28
7.13 대피소 - 보국문  (5) 2024.07.14
6.22 대피소 - 대동문, 우중산행  (0) 2024.06.23
6. 1 대피소 - 대성문 - 평창동  (1) 2024.06.02
5.26 고봉산  (0)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