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31과 8.3 삼천사계곡 알탕

PAROM 2024. 8. 4. 16:42

7.31

너무 더워서 시원한 계곡으로 들어가 한낮 동안 숨어 있다 오기로 했다. 아내는 손주들 보러 아들집에 가고 난 배낭에 얼음과 과일, 식탁, 의자 등등을 넣고 지하철을 탔다. 구파발역 밖으로 나가니 숨이 턱 막힌다. 계획은 이말산을 넘어 삼천사계곡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 더위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넘는 건 아니다 싶어 하나고까지 버스를 탔다.  
 
진관사로 향하는 길이 너무 밝고 뜨겁다. 이제 장마가 끝났나? 일찍 집에서 나올 걸 하며 후회한다. 전에는 짧던 길이 왜 이리 길고 멀고도 먼지. 일주문 옆 계곡길로 가니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그러나 잠깐 뿐이다. 배낭이 무거워 어깨가 파여 온다. 겨우겨우 계곡 앞에 도착하니 계곡 전 구간이 폐쇄되었다. 이런.... 돌아 갈 일이 막막하다. 그냥 처음부터 삼천사로 갈 걸.... 덜 걸으려 했다가 이 더위에 외려 더 걷게 됐다. 
 
삼천사로 발길을 돌ㅣ렸다. 이 더운 날 무거운 배낭을 지고 뙤약별 아래 생고생을 하고 있다. 삼천사까지 고난의 행군이다. 등산객들이 다 지나간다. 내 발걸음은 점점 무뎌진다. 절 앞 비탈을 겨우겨우 올랐다. 덥고 힘들어 숨이 턱턱 막힌다. 지난 토요일에 쉬었던 의자를 그냥 지나쳤다. 어서 시원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마음은 그런데 몸이 안 따른다. 죽을 힘을 다해 불규칙한 돌계단들을 올랐다.  
 
알탕을 할 건데 굳이 꼭대기로 갈 필요는 없다. 물이 깊고 조용한 작은, 물 옆에 다리를 뻗을 작은 자리가 있는 소면 된다.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서 아래를 보니 멋진 웅덩이가 보인다. 두 명이 물속에 들어가 있다. 물 건너에 작은 자리가 보인다. 그래 여기서 놀자.   
 
배낭을 벗고 물과 탄산수를 꺼내 계곡물에 던지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여기가 극락이며 천당이구나. 너무 좋다. 몸이 식을 때까지 있어야지. 아니 식을 때까지가 아니라 소름 돋을 때까지다. 한참을 물속에 있으니 오들오들 떨려온다. 이제 배도 고프다. 밖으로 나와 김밥 등 가져간 것들로 허기를 달래고 시원한 알콜도 한 잔 뱃속에 붓는다. 세상이 좋아진다. 
 
그렇게 늦도록 물속을 들락거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난 모기밥인데 전혀 물리지 않았다. 모기약을 뿌리지
않았는데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이러면 식구들과 같이 와도 좋겠다. 5시가 넘도록 있다가 먹을 것이 떨어져 밖으로 나왔다. 숲에선 추워 팔에 소름이 돋았는데 길로 나오니 펄펄 끓는다. 다시 물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이젠 집에 가야지.
연신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한참 후 지하철을 탔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상가관련 문서 하나를 수정하다 보니 9시가 넘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막걸리병을 꺼내 딱 한 잔만 마셨다. 늦은 시간이라 술도 못 먹겠다. 이렇게 7월 끝날을 보냈다.

 

8. 3

장마가 지나가니 역시나 더위가 몰려왔다. 앞으로 최소 열흘은 더 고생하겠다.
이제 아내도 놀고 딸도 방학이라 놀고 나는 진작부터 놀고 있으니 같이 어디 가도 괜찮겠다 했는데 금욜 오후에 큰 놈이 전화를 했다. 토욜 별일 없으면 같이 산에 가자고 말이다. 이게 별일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안산에서 집에 오던 아내까지 군말 없이 같이 간단다. 이런 적 없는데 왠지 불안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많이 걷지 않기로. 그런데 나흘 후에 정 박사와 같이 알탕을 하기로 했는데 이 더위에 잘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더위 핑계로 산꼭대기에 간 게 언젠지 기억이 없다. 
 
사흘 전인 수욜에 삼천사 위의 계곡에서 종일 알탕을 했었는데 시원하고 좋았어서 다시 그리로 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단지 오늘은 조금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식구들도 같은 생각이란다. 
 
새벽에 잠을 깨니 부엌이 소란하다. 벌써 일어나 옥수수를 삶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오늘 소풍 가는 날인가? 저거 다 가져가면 난 죽음이다. 이 더운 날 저걸 가지고 산을 넘으라고? 내려와서 사서 먹자는 핑게로 조금만 배낭에 넣었지만 얼음과 물, 과일을 챙긴 내 짐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수요일에 한 잔만 마시고 남긴 막걸리도 넣으니 꽤 무겁다.
장마가 지났어도 아직 습도도 높고 기온도 10시에 30도를 넘기는 날씨다. 
 
배낭을 지고 집을 나서는데 윗집 분이 차에 캠핑장비를 싣는다. 그걸 보니 나도 차로 시원한 계곡으로 갈 걸 하는 후회가 된다. 하지만 늦었다. 아파트 문을 나섰는데 눈앞이 흐릿하다. 아, 안경.... 그리고 생각해보니 모기약을 넣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가서 챙겨올 밖에. 배낭을 아내에게 맡기고 집에 갔다 왔는데 내 배낭까지 지고 한참을 가 있다. 고맙긴 하지만 덕분에 아픈 내 허리는 어쩌라고.... 
 
서울역행 열차 제일 뒷칸에 있는 딸을 보고 앞칸으로 가 앉아서 구파발역으로 갔다. 그리고 바로 이말산을 오르는데 흘릴 땀 생각에 버스를 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이말산 꼭대기까지 가는 길이 왜 그리 멀고 힘이 드는지.... 한참을 걸어 하나고 옆  큰길로 나오니 하늘이 밝고 햇볕이 쨍쨍하다. 오늘도 무척 더울 것이라는 경고로 보인다. 
 
오늘은 바로 삼천사로 향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허리가 아프다. 배낭을 메면 아프지 않았는데 종아리와 발목까지 저리다. 걷는 자세가 잘못됐나? 힘들게 삼천사 비탈을 올라 한참을 쉬어야 했다. 삼천사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자 조금 걷는다더니 자꾸만 올라간다는 아내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에휴.
난 하류에서 노는 것 보다 상류를 선호한다. 힘이 더 들어도 조금 더 깨끗하고 편하고 깊은 곳이 낫다.  
 
다행히 며칠 전 쉬던 장소가 곧 나왔고 먼저 자리를 잡은 이들이 두 팀이나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위쪽 좁은 공간에 자리를 폈다. 그리고 바로 물속으로 풍덩. 이제 살 것 같다. 아내는 바위 속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모두 물속에서 잘 논다.  한참을 물속에 있으니 몸이 식으며 한기가 들기 시작한다. 밖으로 나와 배낭에 들었던 먹거리들을 하나씩 삭제하고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 번하고 나니 지루하고 춥다. 볕이 드는 윗쪽 얕은 물가로 자리를 옮겼다. 위에 있던 팀이 우리가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고 재빨리 자기들 짐을 우리가 있던 곳으로 옮긴다.  
 
아내는 볕이 드는 좁은 바위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이제 배낭은 물과 얼음 외엔 먹을 것이 없다. 물속에서 놀면 배가 빨리 꺼진다. 연신내로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청구성심병원 위쪽의 진짬뽕집으로 가서 점저를 먹고 집으로 오니 벗은 옷들이 많다.

TV에선 올림픽 중계가 한창이지만 난 흥미가 없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월요일과 화요일에 10시간씩 편의점 일을 할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탓에 고생하게 생겼다. 그리고 미국경기에 크게 흔들리는 우리 경제 상황이 주식시장을 크게 떨어뜨린 것도 불안하다. 이젠 별 걱정 없이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인생이 원래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