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 술상 차리고 앉은 시간이 3시다.
이게 무슨 난리냐? 모지리 띨띠리 술주정뱅이가 권력을 잡아 벌어진 일로 보인다. 며칠 전에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죄를 제대로 묻기 위해 두 시간 후에 탄핵 표결을 한다고 했으니 지켜 보겠다. 정치인들이 눈 앞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지난 주말엔 거제도에서 오느라 산을 거르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주말엔 친구들 모임이 있다. 그러니 오늘은 산에 가야 했다. 특히나 지난 사흘 동안 안산에 손주들 등교 시키러 다녀오는 바람에 운동도 못했으니 아무리 추워도 간다.
탄핵이 어찌 진행되는 지 보느라 며칠 째 밤에 수시로 깨어 한두 시간을 보내느라 피곤하다. 야당은 변함없이 탄핵을 추진하는데 여당은 자기들 눈앞 이익을 위해 수시로 생각을 바꾸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나는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고 반헌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과 계엄에 가담한 주변 인물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때문에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에 서민경제 폭망, 주식시장 폭락, 신용 추락, 미국 등 동맹들의 멸시, 국방 구멍, 국민 분열.... 등등등 피해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열 받아서 말이 딴 곳으로 샜다.
지금 생각 났는데 오늘이 39번 째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런데 잊었다. 큰일 났다. 이따가 아내가 퇴근해서 오면 어쩌나. 벌써 두 번 째다.
40주년을 위해 아끼자고 해야 하나? 에휴. 나이가 드니 흐릿해졌다.
아내가 아침에 바쁘다고 어제 저녁에 싸 두었던 샌드위치와 귤 두 알, 물을 넣었다. 배낭은 12월이니 30리터 이상을 써야 한다. 어제 미리 짐을 옮겨 넣었고 우산을 빼고 대신 아이젠을 넣었다. 그리고 찬 공기에 대비해 티슈도 넉넉히 넣었다. 이불 속에서 기온을 보니 영하 4도다. 북한산도 같다. 일단은 여러 겹으로 두텁게 입고 더우면 하나씩 벗어야 한다. 그래서 큰 배낭이 필요하다.
아침을 먹고 준비를 다 마치니 6시 48분이다. 서두르면 7시 차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와 같이 집을 나와 역을 향해 뛰었다. 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겨우 열차에 타서 자리에 앉는데 옆 자리에 송준규가 앉아 있다. 일이 있어서 졸업 50주년에 오지 못했고 지금 일하러 가는 중이란다. 준규는 일산역에서 내렸다.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 길이 8시 인데 어둡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부지런한 분들이다. 계곡 앞에 서니 8시 7분이다. 물소리가 크고 청량하다. 그 소리에 몸이 가벼워진다. 열흘 전 거제도 내려가던 날 퍼부었던 눈이 아직까지 수량을 늘려주고 있다. 배낭이 크고 무거워졌는데 허리와 다리, 심지어 82년에 수술한 곳도 불편함이 없다. 이런 날도 있구나. 그런데 춥다. 핸펀을 꺼내 기온을 보니 영하 7도다.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다음주에 오지 못하니 열심히 걸어야지.
티셔츠와 점퍼, 바람막이 켑자켓 까지 입고 계곡을 오르니 덥고 곧 땀이 난다. 역사관 앞 데크에 올라 티셔츠 차림을 하니 서늘하다. 이어폰을 끼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길로 들어갔다. 쉬다 보니 같은 열차, 버스를 타고 온 이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서둘러 나왔다. 그런데 그들은 젊다. 주능선을 오를까 문수봉을 오를까 고민하며 걷다보니 길가에 소나무가 많이 꺾여 쓰러져 있다. 열흘 전에 내린 습설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나 보다. 한 아름이 넘는 소나무도 꺾인 것을 보고 눈 무게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거의 소나무만 꺾이고 쓰러졌다. 그리고 바위 위와 비탈엔 치우지 않은 뿌리 부터 쓰러진 나무들도 많았다.
아직 새벽인데 뛰어 오르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 하지만 걸어 오르기도 힘에 부친다. 바로 봉우리에 오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골랐다. 행궁지 길로 들어갔다. 오르는 일이 역시나 힘들다. 하지만 꾸준하게 발을 내딛는다. 행궁지 옆 오르는 길에 서리가 내려 땅이 떠 있다. 올 들어 처음 서리를 봤다. 조금 오르다보니 계곡에 눈이 있다. 눈을 보니 반갑다. 밧줄코스를 오르니 다 온 기분이다. 이제 부터는 스틱을 펴지 않아도 그리 힘들지 않다. 이 능선의 의상능선이 보이는 곳에 닿으니 찬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거의 한겨울 남장대지능선의 바람골 같다. 도망치듯 능선을 걸었다.
남장대지능선에 오른 후 힘이 들어 쉬운 길로 내려가려다 여러 날 후에야 올 것이니 제대로 걸었다. 행궁지로 들어온 후 1.4키로를 홀로 걸은 후 상원봉에서 처음 등산객을 만났다. 반갑다. 주능선에 이르니 사람들이 많아 졌다. 문수봉에 이르는 길에 눈이 얼어 있어 아이젠을 신으려다 귀찮아 빙 돌아 올랐다. 역시 게으름은 더 힘들게 한다. 쉬다가 들개에게 사료를 주는 50대 등산객에게 과태료 감이라 했다. 하지 말라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리 개나 고양이가 안타까우면 자기 집에 데려가 키우던가.
문수봉에서 티셔츠 차림으로 오래 있는 것은 무리다. 하늘이 맑은 것이 좋다. 처음 올라온 이들은 좋은 사진을 위해 돌아다니지만 예술가들 빼고는 멋진 사진이 나오는 스팟을 모른다. 한참 젊은이들을 구경하다가 대남문으로 내려왔다. 시장바닥 같았던 대남문 앞이 텅 비었다. 아무도 없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지지난 주에 걸었던 길을 거슬러 걷기 위해 아랫길로 대성문으로 갔다. 그곳에서 보국문으로 가려다 바로 계곡으로 내려섰다. 혼자 다니다 보니 여럿이 어울려 다니는 이들이 부럽다. 특히 내 나이 대가 젊은이들과 같이 걸으면 더욱 그렇다. 축복 받은 이들이다.
대성문에서 내려오는 길이 멀다. 그리고 무릎이 아프다. 아프면 절대 안 되는데 큰일이다. 조심해서 내딛지만 충격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앉을 수도 없고.... 한참을 힘들게 걸어 역사관 앞에서 플리스자켓을 입고 이어폰을 넣고 계곡으로 내려왔다. 혹시 아는 얼굴이 있을까 두리번 거렸지만.... 기대만....
지금 4시 35분인데 국민의 놈들은 탄핵과 김거니 특검 다 반대하기로 했단다. 똑 같은 놈들이다. 범죄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계엄을 옹호하겠다? 쿠테타를? 정말? 왜? 게다가 지금 뉴스에 김 전 국방장관이 일주일 전에 북한에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했었단다. 전쟁을 하겠다는 얘기, 최소 국지전을 하겠다는. 그럼, 파주와 일산에 사는 우리는? 이런 미친 놈들.
다행스럽게 합참의장이 거부했단다.
내가 그간 평온하게 산 것도 아닌데 말년에 이게 뭐냐? 내 자식들과 손주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어찌하라고....
알량하게 운용하는 주식도 박살 내고 평온한 삶도 아작 낸 나쁜녀석들. 투표에서 보자!
막걸리나 마셔야겠다.
겨울 하늘이 맑으면 춥다. 시베리아에서 고기압이 내려와 그렇단다. 오늘 하늘이 맑다.
열흘 전에 내린 눈 덕분에 물은 많아졌는데 나무는 많이 꺾였다.
늘 붐비는 곳인데.... 하지만 잠시 후 많은 이들로 광장이 채워졌다.
꺾인 소나무가 계곡에 박혀 있다.
길 곳곳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뿌려진 모래가 열흘 전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번 겨울 들어 고드름을 처음 보았다.
네발로 오르면 보이면 나월봉이 높다. 그러나 한 시간 후 쯤 후면 내가 더 높이 있을 거다.
행궁지 옆 오름길에 내린 서리
산에서 처음 만난 눈이 쌓인 모습. 눈이 내린지 한참 지났으니 거의 녹은 것이리라.
행궁지 옆을 돌아 가는 길에서 가장 비탈이 심한 곳. 사진을 위에서 찍고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다.
능선 바로 밑 바위에서 보는 삼각산. 구름 없는 하늘이 춥다.
청송대에서 보는 주능선과 그 너머 수락산과 불암산. 사진엔 없지만 오른쪽으로 멀리 양평의 주읍산이 흐릿하게 보였다.
의상능선 너머로 구파발과 지축리, 삼송리, 원당리, 신원리가 보이고 멀리 덕이동과 심학산도 보였다.
상원봉에서 보는 삼각산
청수동암문 길에 쌓인 눈
청수동암문 앞으로 구파발이 보인다.
주능선의 끝과 그 아래 부터 시작하는 비봉능선
대남문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이 신기하다.
대성문
대성암. 겨울철 이 앞을 지나다 보면 참 따스하고 아늑한 좋은 자리란 느낌이 든다.
발굴 중인 경리청상창지 모습. 겨울이라 중단된 듯하다.
경리청상창지 앞길
길 위로 꺾인 소나무
사람이 많은 곳인데 추워서 그런지 조금은 썰렁하다.
다 내려왔다. 그런데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다.
6시 51분에 찍은 사진이다. 늦었는데 자동으로 찍히는 바람에 흔들렸고 어둡다. 이제부터 뛰었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1 대피소 - 보국문, 눈길을 걷다. (4) | 2024.12.22 |
---|---|
11.23 대성문 - 행궁지 (1) | 2024.11.24 |
11.16 대피소 - 보국문 (5) | 2024.11.17 |
11. 2 행궁지 - 대피소 (1) | 2024.11.03 |
10.19 보국문 - 북한산대피소 (4) | 2024.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