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12 보국문 - 대동문, 알탕, 정 박사와

PAROM 2025. 7. 14. 10:15
이틀 전에 손주들 보러 아내가 아들집에 갔기에 혼자 산에 갈 준비를 하려니 바쁘다. 밥 해 먹고 치우고 햄버거 덥히고 수박 챙기고 발리에서 온 아락을 포장지에 싸서 넣으니 시간이 금방 갔지만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여유가 생겼다. 뭔가 부족하단 생각에 맥주 한 캔을 더 넣으니 배낭이 무겁지만 버겁지는 않을 것 같다. 구파발 9시 약속에 맞춰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열차에 승객이 가득하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정 박사와 만나 북한산성입구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 길이 벌써 달궈져 있다. 햇볕은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바람은 어디 갔는지 소식이 없으니 오늘 땀 좀 흘리겠다. 평소 보다 한 시간 늦은 시간인데 산의 분위기가 다르다. 공기가 벌써 뜨겁다. 계곡 나무그늘 속으로 들어갔는데도 시원한 느낌이 없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에 잎사귀 흔들리는 소리도 없고 까마귀만 깍깍 거린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어깨와 등이 아파온다. 배낭이 조금 무거워졌다고 몸이 심술을 부리는 거다. 이제 시작인데 큰일이다. 뭐 힘들면 물속으로 들어갔다 쉬엄쉬엄 가면 된다. 
 
수구정 앞에 봉숭아와 무궁화가 피었다. 참 예쁘다. 그걸 정 박사가 예쁘게 찍었다. 계곡에 물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그런지 물속에 버들치들이 엄청 많이 몰려 놀고 있다. 계곡 폭포에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물이 없는 폭포는 초라하다. 길이 길어질수록 어깨가 더 아파온다.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땀 범벅이 되어서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기온은 높고 갈 길은 멀고 바람은 없으니 앞 길이 암담하다. 이런 적이 없는데 오늘 왜 이러지? 어렵게 멀리서 온 친구와 오랫만에 걷는데 폐를 끼치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버스를 같이 타고 온 산객들이 화장실에 간 정 박사 배낭 양 옆에 배낭과 스틱을 내려놓고 얘기하고 있다. 그늘 탓이리라. 그런데 이들 넷은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탈 때까지 수 없이 보게 된다.  
 
햇볓이 너무 강해 안경을 벗고 썬그라스를 꺼내 끼니 눈이 편해졌다. 눈은 편해졌지만 다리와 어깨는 힘들어 죽겠단다. 그래도 어쩌냐 길은 가야지. 오래간만에 온 정 박사는 문수봉이 마음에 있는 듯하다. 그러면 계곡을 따라 가면 된다. 길가 계곡에 벌써 산객들이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 나도 당장 그러고 싶다. 힘겹게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 알탕을 하던 곳으로 갔다. 배낭에 든 아락과 맥주를 물속에 숨기고 다시 문수봉을 향했다. 배낭이 가벼워져 살만하다 했는데 이내 감량 효과가 사라졌다. 힘이 들어 자꾸 길바닥을 걷어 찬다. 
 
보국문 갈림길에서 보국문으로 방향을 바꿨다. 힘이 부쳐서 대성문이나 문수봉은 무리다 싶어서였다. 이제껏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 오늘 왜 그렇지? 아파트 경비 부당해고 분쟁, 캠핑카 개조, 상가 문제들, 주식 시장 등등 신경 쓰이는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거다. 정 박사의 발자국을 밟으며 힘겹게 보국문을 올랐다. 그리고 마신 시원한  정 박사표 커피.햐~~~  이런 즐거움이 산에는 있다.  
 
능선에 오르니 살 것 같았다. 보국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면 10키로가 살짝 넘고 대동문으로 가면 살짝 못 미친다. 오늘은 정 박사에게 미안하지만 힘들어 도저히 길게 걷지 못 하겠다. 대동문으로 향했다. 내리막을 만나자 후들거리던 다리가 진정이 되었다. 올라올 때 내려가던 이들이 부러웠는데 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성벽 총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그러나 등에선 땀으로 홍수가 났다. 
 
대동문 앞 돌에 걸터 앉아 다시 쉬었다. 올 처음 복숭아를 먹었다. 친구가 유기농으로 지은 것이란다. 내가 복숭아를 원체 좋아하기도 하지만 참 맛있다. 복숭아 씨는 내려오다가 볕이 잘 드는 곳에 던졌다. 개복숭아 나무가 되라고. 내려오다가 역사관 앞에서 봤던 이들과 마주쳤다. 부지런히 내려와 알탕 장소로 들어갔다. 배낭과  등산화를 벗고 물속으로.... 그런데 물이 많이 줄어 침전물들이 일어났다. 물도 뼈가 저린 정도가 아니다. 그래도 물에 잠긴 곳들이 시려왔다. 물에서 나와 모기약을 뿌린 후 배낭 속 것들로 상을 차리고 약간은 시원해진 아락과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차가워진 몸을 볕에 드러내고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좋은 날 화천으로 천렵을 가기로 했다. 
 
알탕과 점심을 마치고 다시 길로 나와 내려 가는 길에 도상 54회 이석재 님을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산에서 만났는데 전에는 친구들과 같이 걸었는데 오늘은 혼자였다. 그리고 더 내려오다가 조은네 님을 지난주에 이어 또 만났다. 한 바퀴 돌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한데 참 대단하다. 단풍 님도 뒤에 온다고 해서 찾았는데 먼저 지나쳤던 무리들 속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오늘 친구와 같이 걸어서 그런지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산을 다 내려오자 피곤함이 몰려왔다. 집에 빨리 가서 차가운 물에 샤워하고 시원한 막걸리를 벌컥인 후 팔다리 쭉 펴고 눕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아내는 거의 다 마신 후에야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참 힘든 날이었다. 그 바람에 문수봉을 가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엔 꼭 가야지. ^^

 

일기예보에 맑고 덥다고 해서 올 처음 긴 챙모자를 썼다.

 

수문자리 아래 웅덩이에 버들치들이 엄청 모여 있다.

 

계곡폭포가 오랫만에 바짝 말랐다.

 

고생 끝에 역사관에 닿았다.

 

중성문 아래 계곡도 물이 많이 줄었다.

 

중성문을 오르는 정 박사를 돌려 세웠다.

 

중성문

 

산영루

 

경리청상창지 앞길

 

경리청상창지 앞

 

보국문

 

오늘 처음 같이 한 그림에 들었다.

 

대동문으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문수봉

 

칼바위. 날이 맑아 서울 시내 산들이 깨끗하게 다 보였다.

 

칼바위

 

대동문

 

대동문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오솔길

 

경리청상창지 앞길

 

물이 적어서 흙탕물이 일었고 물도 덜 시원했다.

 

점심

 

내려오는 길에 올라가는 조은네 님을 만났다.

 

역사관 앞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