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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대성문 - 대피소

한가위 연휴가 5일이나 이어지는데 아이들에게 집에 오지 말라고 했더니 회사에 출근하기로 했단다. 일 한다고 매일 출근하다가 그만두고 집에 혼자 있으려니 갑갑하기 그지 없다. 아내도 출근하니 완전히 혼자라 더 심심하다. 집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 온데를 뒤졌지만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아, 심심할 때 먹으라고 꺼내 놓은 단팥빵과 포도, 메론을 작은 그릇에 옮겨 담고 배낭을 꾸린후 마스크를 찾아 쓰고 집을 나섰다. 전철 안에서 지난주에 사단을 벌였던 놈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걷다보니 탄현역이다. 전철에 배낭을 가진 이들이 많다. 연휴는 긴 데 코로나 때문에 인파가 몰리는 먼 곳으로는 못 가고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이들인가 보다. 대부분은 산으로 가는 이들 이겠지만....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배낭을 멘..

등산 2020.10.03

9.26 행궁지 - 보국문

지난주 토요일에 손주가 왔고 일요일엔 약속이 있어서 산에 오질 못해 이번엔 꼭 와야 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다음주엔 추석이 있어서 주중에 두어 번 올 수도 있지만 그땐 그때고, 이제 가을로 향해 가고 있는 나무들을 가까이서 더 느끼고 싶기도 했다. 요즘 하는 일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잘 보이지도 않고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힘도 없고 무엇보다 기억력이 떨어져 문제였다. 낮, 한참 움직일 시간에 움추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느꼈고, 내게 많이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나를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도 생겼다. 이제 곧 하루가 내 시간이 된다. 잘 써야 한다. 아내가 싸준 포도와 유부초밥을 배낭에 넣고 책장서랍에 두었던 중국술 한 병도 꺼내 넣고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조금 쌀쌀했지만 겉옷을 입을 정도는 아니..

등산 2020.09.27

9.12 대피소

새벽 4시가 안 되어 눈을 뜨니 머리가 지근거린다. 어제 일 마치고 집에 와 마신 막걸리가 뒤끝이 있다. 그런데 밖에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나 하는데 일찍 일어난 아내가 '비 오는데도 산에 갈 거지?' 한다. 그럴 거라고 대답했으니 또 비 맞고 산에 오게 되었다. 어제 일 하는 곳에다 이제 일이 많아지고 기억력과 청력이 떨어져 일하기 힘이 드니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했다. 그때까지는 나오겠다고 하니 그동안 내가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했는데 먼저 말을 할 수는 없었단다. 일을 그만 두면 열심히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돈도 벌고 나를 위한 내 시간을 갖을 생각이다. 이제 돕지 못해 미안하지만 홀가분 해진 마음이 되었다. 일찍 집을 나왔더니 산으로 가는 사람들도 적다. 버스에서 내려 산을 보니 구름이 ..

등산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