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찌감치 낚시를 하러 나섰다. 낚시친구가 전화를 한다고는 했지만 기대하지 않고 빵 한 조각만 먹고서......
오랜만에 다시 가보는 어유지리 샛강. 태풍 뒤끝이라 물 때깔이 너무 좋고 주변도 깨끗하다. 주저하지 않고 두 칸, 두 칸 반 대를 폈다. 낚시가방 속에서 오랫동안 썩어가던 떡밥을 꺼내 개서 품질을 연신하고 잠시 휴식. 그런데 입질이 전혀 없다. 건너편에 앉아 낚시를 하는 이는 계속 뼘치 급을 걸어 내는데... 뭐가 잘못 됐나 보다. 미끼인 것 같은데, 나는 지렁이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동네까지는 상당히 먼데...
발 밑을 보니 어제 누가 낚시를 하고 간 것 같다. 돌을 하나 걷어 들추니 밑에 성냥개비 만한 지렁이 한 마리가 숨어 있다. 웬 횡재냐 싶어 얼른 집어들어 바늘에 꿰어 던지니 곧바로 찌가 쭈욱 치솟는다. 힘찬 챔질. 역시 강붕어라 힘이 세다. 낚싯대를 이리저리 끌어 제친다. 바람을 먹이고 끌어내니 탱글탱글한 6치 짜리다.
이젠 망설일 수 없다. 낚싯대를 그냥 놔둔 채 차를 몰고 지렁이를 사러 나섰다. 마포교를 건너 한탄강을 지나도록 낚시가게가 없다. 어? 개스도 반 눈금 밖에 안 남았네......큰일났다.
전곡 가까이까지 가서 지렁이 한 봉과 맥주 한 캔을 산 후 차를 되돌려 낚시자리로 돌아와 지렁이를 꿰어 던졌다. 손을 씻고 맥주를 따서 한 모금 벌컥... 어 시원하다. 뙤약볕 아래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 죽인다.
찌가 슬금슬금 올라온다. 어 아니다. 내려간다. 어? 옆으로도 가네... 살짝 채 본다. 세상에 이게 웬일이냐? 3cm도 채 안 되는 망뚝이 지렁이를 물고 늘어졌는데 제머리보다 더 큰바늘에 정확하게 꿰었다. 강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엔 너무 했다.
시원하게 입질을 해주는(?) 토실토실한 강붕어 몇 마리를 더 잡고 너무 더워 일찍 집으로 왔다. 다음엔 파라솔을 가져가야지... 아니 밤낚시하면 엄청 더 좋겠다.
잡아온 붕어를 베란다에 만들어 놓은 어항에 넣었는데 비린내가 난다. 이놈들이 어항 속에서 난리다. 이놈들이 끓는 물맛을 보려고 그러나? ㅎㅎㅎ
2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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