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으면서 아직도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아쉽기 그지 없다.
남의 돈을 받으며 살면서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요즘의 나는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하루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며 컴퓨터를 키면 퇴근할 때까지 헤어나질 못한다.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헤어날 줄을 모른다. 종일 들락거린다.
이제 연말이면 정년을 하게된다. 그 후의 대책도 세워야 하는데 기껏하는 것은 30%가 된 화일주식 주가 들여다보는 것과 등산용품구매 카페에 돌아다니고, 박지성축구 찾아보고, 시네상가카페 지키는 것, 한마음회 카페지기하는 것, 중고수입차시장 돌아보는 것, 알라틴인터넷서점 들락거리는 것, 인터넷신문 뒤적거리는 것 뿐이다.
이제 인터넷에서 좀 벗어나야 할 텐데. 뭘 어떻게 해야하나?
내년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릴까도 생각하고 슬슬 준비해야 되는데....
최근에 몽골을 10번 다녀오면서 그곳에서 할 사업이 있나를 생각도 해봤다. 사업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할 만만한 것은 물론 없다. 유학알선, 무료세차주유소, 치킨배달집, 파지배달집,아웃도어 옷가게, 예식장, 중고기계와 차량 무역업, 미용실, 1천원 샵 등등 . 길가에 있는 300제곱미터의 땅이 3,600만원 가량 한다는 사실.
남의 월급 받으면서 근무시간에 다른 일 하는 것은 못하겠다. 그렇다고 정년을 앞두고 일이 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도 참 못할 짓이다. 정년이라 말빨도 먹히지 않고 권위도 없고 누가 신경 스지도 않고 거의 다 포기한 사람 취급이다. 젊은이들에게 핀잔이나 받고.
집에서도 마친가지다. 토요일에 삼각산에 올라갔다 와서 막걸리 한 병 마시고 자고 일어나 일요일 아침에 집안 청소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조리 잠자지 않으면 텔레비젼을 보는 것 뿐이다. 책을 읽는 것도 아주 뜸한 일이 되었다.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전에는 자주 여행도 갔는데 마누라가 아파트 일을 다니면서 부터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되어버렸다. 2007년에 13층 집을 융자를 끼고 사면서 부터, 그리고 시네상가를 융자를 받아 사면서 부터. 과분한 욕심 때문에 돈을 모으기는 커녕 써보지도 못하고 은행이자 갚는데 다 들어가고.
여기저기 갖고 있는 땅은 산값에라도 팔릴 지 알 수가 없고. 산 값은 고사하고 살 사람이나 있으려는지 걱정이고, 아들녀석은 며칠 있으면 졸업식인데 공부를 더 하거나 직장 잡을 생각은 없이 매일 저녁 친구들 만나 밤새도록 놀다가 대낮에나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은 큰녀석이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정말 퇴직 후 연금 나올 때까지 5년이 넘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될 지 걱정이다. 국민연금에 재가입해서 2000년에 돌려받은 것에 이자까지 포함해 납부하고 몇 년간 부어야 될 것이고, 여기저기 있는 땅에 농사도 지어야 되고, 친구들도 만나야 될 것이고, 자식들 결혼도 시켜야 되고, 11년 된 자동차도 더 고장나고 기름값 들기전에 바꿨으면 좋겠고(이 생각은 지금 사치이다).
어쨌던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하나? 어제 친구가 전화를 해서 며칠전인 작년 말에 정년퇴직한 친구와 같이 있다고 했다. 좀 쉬면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단다. 나도 그런 여유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떻게 기간을 보내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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