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가볍게 집을 나섰다. 중부지방에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에 우산을 챙기고 평소처럼 얼음물 한 병과 물 한 병, 빵 반조각, 사과 한 개, 옥수수 찐 것 하나를 챙겼다. 항상 넣어가지고 다니는 쵸코렛은 있나 확인만 하고.
서둘렀지만 아침 8시 조금 넘어 집을 나와 산 밑에 도착하니 9시가 약간 넘어서 있었다. 오늘도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이번 여름 들어 산에서 내내 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덕분에 살이 타지 않아서 좋기는 했지만 계곡물에 발 담그고 막걸리를 한 번도 마시지 못했다.
구파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지난 월요일엔 발이 무척 무거웠는데 며칠 운동을 하며 몸을 풀은 영향인 듯 싶었다. 비가 온 지 며칠 지난 것을 표시하는 듯 하류의 계곡 물 속 바위의 색이 검다. 물의 양도 비온 바로 뒤보다 많이 줄었다. 중성문을 지나 작은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계속 오르다 북한산대피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봉성암 가는 길과 갈라지는 계곡에서 손수건을 적셔 땀을 빨아내고 계속 오르다 시계를 보니 산에 오른지 한 시간이 되었다. 대피소에는 잠깐 들리기만 하고 주능선을 따라 걸었다. 구름에 산 봉우리들이 보였다 가렸다 한다. 가장 힘든 구간인 대성문에서 대남문 가는 길을 어렵게 넘고 문수봉에 올랐다. 어느 곳으로 갈 지 잠시 고민하다가 비봉능선을 오랜만에 걷기로 마음 먹고 청수동암문으로 내려와 무릎이 다칠세라 조심조심 비탈길을 내려오는데 조금 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발은 계속 걷기를 해서 구멍바위를 지나 승가봉에 올랐다. 승가봉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배낭을 열어 가지고 간 음식을 먹고 나니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다. 배낭을 다시 꾸려 옥수수 한 조각을 손에 들고 먹으며 걸었다. 비봉을 지나 갈림길에서 절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약수터에서 빈 물병에 물을 채운 후 탕춘대성을 거쳐 구기터널로 내려왔다. 불광장미공원에서 물병에 물도 채우고 화장실도 들린 후 불광역에 도착하니 버스에서 내린지 4시간이 조금 지났다. 다른 때보다 걸은 거리는 길었는데 시간은 덜 걸린 것 같다.
집에 오니 딸이 24일 만에 귀국해서 컴퓨터 앞에 있다가 반긴다. 샤워를 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애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다음엔 아들과 같이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북한산성 입구(09:06)
북한동계곡 입구(09:10)
노적사 아래 계곡(09:41)
북한산대피소 아래 광장(10:11)
동장대(10:24)
대동문(10:31)
주능선 북쪽 전망대(10:45)
주능선 남쪽 전망대에서 본 보현봉과 주능선(10:46)
보현봉과 주능선(10:52)
대남문(11:06)
문수봉에서 본 비봉능선(11:13)
문수봉에서 본 보현봉과 문수사(11:15)
구멍바위에서 본 비봉능선(11:38)
승가봉(11:44)
승가봉 내려가는 길(11:45)
승가봉에서 본 문수봉(11:45)
승가봉에서 본 비봉과 사모바위(12:00)
탕춘대성길(12:48)
구기터널 탐방지원센터 앞(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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