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이 있은 날의 고민

PAROM 2011. 11. 11. 14:26

숫자 놀음이긴 하다. 그러나 우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이를 즐긴다.

 나이가 들어 아무 감흥이 없을 것 같다가도 옆에서 한마디 하는 소리에 시계를 들여다 본다.

 백년 후 또는 천년 후에 다시 이런 숫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때 사람들도 똑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즐길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늘 그 시간에 학교 회의실에서 대학평의원회 직원대표 선출을 위한 총회가 있었다. 이제 퇴직까지 두달도 남지 않은 내가 굳이 갔던 이유는 정족수 부족도 있었지만 퇴직 전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원들 얼굴을 한 번 봐두기 위함이 더 컸다.

 얼마 전에 있었던 팀장들의 노조 탈퇴를 바라보며 가슴에 웅어리가 엉킨 느낌이 들었었다. 아직 한참 젊고 일할 시간이 많은 이들에게 희생을 무턱대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를 생각함에 있어 나를 있게해 준 주변 사람들도 한 번 더 생각했었으면, 한 번이라도 상의를 해 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어제 한진중공업의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갔다가 노사간 협상타결로 309일 만에 내려온 민주노총의 김진숙 지도위원이 생각난다. 그처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은 동료들을 믿고 그 긴 시간을 동료들을 위해 투쟁을 했다. 그에 대한 댓가로 경찰에 의한 구속기소가 기다렸지만 의연하게 소신있게 투쟁하여 관철시킨 것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조직에 있어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숱하게 보아 왔다. 남을 위한 배려가 있는 사회가 단결하여 전진하는 것을 보아왔다. 노조원들과 집행부의 노력도 많았지만 이번 김진숙 지도위원이 자신의 안위에 상관없이 고생하여 투쟁한 결과 언론과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아 해직 노조원들이 복직하게 되었고 생활비도 일부 지급하게 되었으며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학교가 편안한 직장생활을 하는 곳이라, 그리고 학생들의 공부를 위한 곳이기 때문에 극한 투쟁을 요구할 수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2000년에 있었던 시위, 광화문 원정 시위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 너무 쉽게 물러난 것은 아닌지, 그로하여금 사용자 측에서 만만하게 보게 만든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측에서 요구한 탈퇴 이유와 탈퇴에 대한 보상이 너무 기가 막힌다. 팀장 수당을 올리고 평가를 해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 하면 팀장이 아닌 대다수의 직원들의 복지는 어찌되는 것인가? 그리고 사용자를 위해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전 교직원이 학교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런 대목에서 사용자 측의 노조에 대한 인식과 대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 온 사무처장에게 직원들은 걸레 같아서 계속 짜야 된다는 말을 하고, 자신들에게 해꼬지 했다고옛날 일을 트집잡아 소송이나 걸고, 보직을 주지 않는 사용자에게 과연 존경하고 복종할 마음이 생겨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정말 어려운 시기다. 끝까지 노조를 고수한 팀장 한 명이 보직해제를 당할 모양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모두 함께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노조도 노조원과 조합의 정당한 생존을 위하여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을까? 노조원들도 꽁꽁 뭉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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