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양평 농사

PAROM 2012. 9. 13. 10:27

작년 년말에 정년을 하고나서 이제 양평으로 매주 농사 지러 가는 것이 직업이 되었다. 매번 갈 째마다 배낭에 하나 가득 농사 지은 수확물을 가져오니 마눌도 좋아한다. 차비와 수고에 비하면 사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지만 직접 기른 채소를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비료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먹으니 절로 건강해지는 것 같아 좋다.

 물론 혼자서 바로 가는 것이 아니고 공덕동 처남과 같이 처남 차로 간다. 탄현역에서 서울역행 급행을 타고 DMC역에서 내려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가면 1,450원이다. 시간은 집에서 나온 순간부터 차를 타는 마포우체국 앞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처남은 심어 놓은 나무를 관리하는 일과 풀 깎는 일을 전담하고 나는 밭 매는 일과 채소를 기르는 것을 전담한다. 물론 수확도 내가 한다. 올해 처음으로 합류를 했는데 농사가 서툴러서 고추는 탄저병이 걸려 얼마 걷지 못하고 다 죽였고 시금치는 처음엔 좋았는데 두번째 심은 것은 장마에 걸려 싹만 구경하고 다 타버렸다. 열무도 처음 것은 좋았는데 두번째는 영 신통치 않았다. 케일은 진작에 끝났고, 상추와 쑥갓은 아예 먹어 보지도 못 했고 토마토와 오이도 구경만 하고 말았다. 가장 잘 되는 작물 중 하나가 가지인데 가지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상하게 상처가 많았는데 원인이 뭔지 무슨 병인지 모르겠고.  콩은 너무 일찍 심어서 웃자랐었는데 그마저도 고라니가 와서 다 뜯어 먹어 콩대만 남았다. 모종을 사다가 키운 파도 잘 자라서 아직도 먹을 것이 많이 있는데 고라니가 그랬는지 파를 다 쓰러트려 놓아 반듯하지 못하고 삐뚤빼뚤이다. 전 해에 처남이 심어 놓은 부추가 가장 수확이 좋고 너무 늦게 씨를 뿌려서 잘 자라지 않던 들깨가 재미있다. 깻잎도 많이 뜯었고 꽃도 많이 피었다. 몇 구덩이에 심은 호박은 애호박은 구경 한 번하고 호박잎을 먹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알타리와 쪽파를 심었는데 이제 제법 자란 상태다. 봄에 저절로 자라는 미나리와 쑥을 제법 모았다. 곰취는 먹어보지도 못하고 잎이 졌다.

 밭이 산 속에 있어서 멧돼지가 자주 와서 땅을 뒤집어 놓는다. 전에 농사를 지었던 분들은 고구마와 옥수수는 절대 심지 말아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 콩이 추가 되었다. 안산에서 농사 지을 때는 새가 와서 콩 떡잎을 다 듣어 먹었는데 여긴 고라니가 잎을 다 뜯어 먹는다.

 처남이 지어 놓은 원두막 안에 봄에 텐트를 쳐 놓았다. 점심 먹고 쉬면서 한 숨 잘 때 잘 이용하고 있는데 잠도 한 번 잤다. 처남은 몇 번 더 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텐트위에 지붕이 있어서 그런지 색은 바라지 않았는데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 올해 쓰고 버려야 할 지경이다.

 이제 가을이 되어가니 수확할 것이 거의 없게 되었다. 청양고추는 다 뽑아버렸고 가지도 틀렸고 오이와 토마토도 갔다. 남은 것은 파와 웃밭에 심은 아삭이 고추 몇그루, 팥, 들깨, 부추, 호박이고 이제 자라기 시작한 쪽파와 알타리 뿐이다. 어젠 일을 하고 밤을 주었다. 원두막을 밤나무 밑에 세운 바람에 그늘이 있어 좋긴 한데 밤가시가 장난이 아니라 싫지만 이즈음에 밤 줍는 재미가 있는데 지난 주에 가서 밤가시를 모두 주워버렸는데 또 그만큼이 떨어져 있었는데 정작 밤은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주어간 모양이다. 저녁까지 있으면서 밤을 주우니 거의 두되가 되었다. 우리도 밤구경 좀 하려고 주워가지 말라고 써 놓고 왔는데 통할지 모르겠다.

 배우고 얘기하고 먹을 것 얻고 술 한 잔 하려고 양주에서 농사를 지며 나무를 기르고 있는 김장환 선배에게 두 번 다녀왔다. 앞으로도 가끔 갈 생각이다.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을 징계한다고 당시 내 역할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왔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는데 참 나쁜 사람이란 생각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 억지 죄를 만들어 남을 잡으려는 정말 지독하게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에이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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