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2015.4.18-21 엄사면 현장 막일

PAROM 2015. 4. 26. 11:17

 40년 넘게 지내온 친구가 노느니 용돈도 더 챙길 겸 현장에서 일을 하잔다. 건설회사 경력이 20년이 훨씬 넘지만 현장에 한 번 나가 본 적이 없는데 더구나 잡일꾼으로서의 일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지만 어떨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러마고 하고 동네와 상가에 각각 회의가 있어 주재를 하고 친구들보다 3일 늦은 17일에 엄사면을 향해 출발했다. 도착하니 친구들이 반긴다. 그리고 엄사면에 사는 또다른 모임의 친구-같은 건설회사에 20년이나 함께 다닌-와 함께 만나 간단하게 막걸리를 마시고 헤어져 숙소에 들어가니 모텔방 하나에 셋이서 자야 한단다.

 

 첫날 7시경에 숙소 인근 식당에서 국밥을 먹고 8시까지 현장에 도착해 삽질을 시작했다. 첫 일은 벽돌 쌓기. 호남선철도의 향안리를 지나는 곳에 방음벽을 세웠는데 그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일이었다. 점심은 부곡리의 친구집 아래에 있는 동태탕집에서 먹고 오후 작업. 예정보다 일찍 끝나 인근 밭의 돌을 주워내는 것으로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니 몸이 무겁다. 운동을 그렇게 했는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뻗음.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해서 작업을 쉬는줄 알았는데 쉬면 뭐하냐고 일을 하잔다. 빗속에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고 삽질을 하러 나섰다. 방음벽 아래를 따라 빗물을 모으는 관을 묻는 일이다. 전체 120미터 중에서 오늘은 50미터 정도 하면 된단다. 땅이 비에 젖어 미끄럽고 진흙과 찰흙이 섞여서 파내기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큰 돌맹이도 많이 묻혀 있어서 죽을 맛인데다 그 무거운 관을 작업현장까지 일일이 이고 날라야 했다. 간식 먹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다. 종일 관을 나르고 땅을 파고 낮은 곳은 채우고 하면서 관을 50미터 정도 묻고 경사면을 고른다음 일을 마무리했다. 옷은 흙에 엉망이 되었다. 점심에 동태탕을 먹기위해 이장과 같이 가다가 예약 때문에 전화를 했더니 친구가 같이 나오겠단다. 그래서 나온 친구를 보고 향안리 이장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한다. 나에게도 친구니까 인사를 드리겠단다. 이런. 저녁에 엄사면 친구와 둘이 만나등갈비살에 소주맥주폭탄주를 네 병 넘게 마시고 죽었다.

 

 작업 사흘째 월요일, 역시 비가 온다. 전날 이고 날라온 관 덕분에 일이 조금은 쉽다. 내리막이라 땅을 파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3일 먼저 도착해 일을 한 친구가 힘든 일은 자기들이 먼저 다 했다며 고마운 줄 알라고 한다. 고맙다. 힘든 일을 덜어줘서. 전날 마신 술이 덜깨어 고생을 했다. 엄사면에 사는 친구가 수요일에 공부하러 간다고 해서 오후 일과 대신 친구집 뒷 밭에 난 고사리를 뜯었다. 쇼핑봉지로 가득. 친구들도 이렇게 고사리 많은 것은 처음 본단다. 소장과 친구들 모두 천계가 낳은 계란-하나에 3천 원 씩 한단다-을 하나씩 날로 먹었다. 오후에 현장 한가운데 있는 돌무더기를 치우기 위해 포크레인을 불렀는데 오지 않아 온전히 오후를 보냈다. 오후에 그친다는 비가 저녁 때까지 내렸다.

 

 나흘째 화요일. 아침을 먹고 현장에 도착해서 집수정을 묻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포크레인이 왔다. 기계가 하니 일이 참 쉽다. 그 힘든 땅파는 일을 어찌 그리 쉽게 하는지. 덕분에 나머지 구간을 모두 묻고 정리도 어느 정도하고 점심은 묵밥으로 때웠다. 관 하나가 15키로 이상 되는 것 같았는데 나는 늘 두 깨씩 날랐다. 내일이면 일을 끝내고 올라가야 되므로 대전에서 일하는 친구와 엄사면 친구 모두 함께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대전 친구가 직원들 회식 때문에 오지 못해서 넷이 족발집과 맥주집을 다니며 마셨다. 또 만취했다. 족발집은 내가 계산했다. 서로 모르는 친구를 불러냈으므로.

 

 닷새째 수요일.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비몽사몽이다. 다리에 기운도 없다. 게다가 허리도 아프다. 계룡시에 내려와서 계속 이상하다. 일을 하고 처음으로 농땡이를 폈다. 마무리 일이라지만 배수관에 빠진 흙과 돌을 치우고 경사면을 고르고 하는 것이 참 힘이 들었다. 게다가 훍이 마르니 잘 파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전에 일을 마치고 점심을 동태탕으로 먹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쉬다가 내차로 올라왔다. 군포에 들려서 한 명 내려주고 풍동에서 마저 내리고. 차는 엉망이 되었다. 비가 오는 날 작업을 하고 차에 탔으니 바닥과 아래고 온통 흙 투성이였다. 다음날 세차장으로 달려갈 수 밖에.

 이틀 후 확인하니 통장에 50만 원이 들어와 있었다. 금요일 저녁 청송회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나갔는데 온통 그 얘기 뿐이었다. 11명의 친구 중 10 명이 참석했고 그 중 셋이 막일을 생전 처음하고 온 얘기에 다들 쫑끗. 또 다시 가자고 하면 어떨 지모르겠다. 아직 허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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