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11 대남문 - 행궁지

PAROM 2021. 12. 12. 09:59

토요일에 산에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 앞 2주를 금요일에 왔었는데 산객들이 적어 나 같이 혼자 산에 오는 연금수급자들은 위험할 수가 있고, 평일 출근시간에 배낭을 메고 출근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낑겨 가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사람 많은 주말에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었다. 
 
어제 거실에서 TV를 보다 잠들었던 아내가 방으로 와서 늦잠을 잤다며 부지런을 떤다. 겨우 6시를 넘었을 뿐인데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다. 덩달아 바쁘게 산행준비를 마치고 핸펀을 보니 선은 꼽혀 있는데 배터리 잔량이 32%다. 핸펀이 2년이 넘었다고 이제 가끔씩 시위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충전하려고 시계를 계속 살피다 역으로 갔다. 
 
헬스장에서 새벽에 같이 운동하는 송사장이 열차에 탔다. 관악산을 간다고 한다. 반갑다. 이제 북한산에서도 만날 차례만 남았다. 구파발역에서 704번을 탔다. 8772번은 3분 뒤에 온다고 해서 탔는데 만원버스에 더 태우려고 바로 떠나지도 않는다. 서서 부대끼며 가서 북한산성입구에 내리니 8772번이 앞에서 승객을 다 내린 후 회차를 하고 있다. 어쩐지 다음 차를 타고 싶더라니.... 
 
계곡에 드니 물소리가 요란하다. 어제 산에는 비가 많이 왔나 보다. 날이 훈훈해 계곡길 중간에서 배낭을 벗어 겉옷들을 벗어 넣었다. 어제 오전에 비가 온 후에 날이 푹 했는데 길이 녹아 젖은 듯 질척하다.  
 
오늘은 어디로 걸을까 하다가 대성문에서 대동문으로 걷자 생각했다. 1년 만에 신은 중등산화의 무게감이 느껴 온다.  앏은 양말 때문에 발이 등산화 속에서 논다. 발 뒤꿈치가 쓰라려 온다. 두꺼운 양말을 산었어야 했다. 아직 걸을 길이 긴데 큰일 났다. 정 안되면 맨발로 걸어야지. 
 
대성문으로 가기 위해 계곡길을 따라 무거운 등산화 때문에 끌리다시피 산길을 걸었다. 지난주에 날 자빠뜨렸던 계곡길은 다 녹아 군데군데 얼음의 흔적만 남겨 놓고 있다. 지난주 자빠졌던 생각 때문에 오늘은 아이젠도 있어 든든하고, 스틱은 역사관 앞에서 폈다. 스틱을 들고 걷는 것이 생각보다 무겁고 힘들다. 발이 무거워 스틱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산길을 올라 대성사 앞까지 갔다.
여기서 대성문으로 가기로 했는데 발길은 대남문으로 가고 있다. 
 
계획에 없이 대남문을 힘겹게 올랐고 거기서 대성문으로 가려다 생각을 바꿔 문수봉으로 갔다.
문수봉에 올라 둘러보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미세먼지인지에 사방이 가렸다. 시야가 5백 미터도 안 되는 것 같다. 이정도면 남장대지에서 의상능선도 안 보이겠다. 주능선을 따라 대동문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지난주에 가지 않았던  남장대지로 향했다. 상원봉에 올라 의상능선을 보니 나월봉이 겨우 보인다. 
 
겨울 점심자리인 바위로 갔는데 선점자가 있다. 양해를 구하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 배낭을 내렸다. 배낭에서 점심거리를 꺼낸 후 누가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 앞 나무를 보니 까마귀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다. 샌드위치 한 귀퉁이를 떼어 던져 주니 바로 날아 들어 집어 물고 나뭇가지로 날아올라 게눈 감치듯 먹고 다시 나를 본다. 그놈 참. 한 조각 더 떼어 던져주니 그 자리에서 먹어 치우고 또 나를 본다. 안 돼. 나도 먹어야지. 다른 산객이 지나가자 높은 가지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눈을 깜빡이며 바라본다. 그래 너 더 먹어라. 한 입 남은 것을 앉았던 자리에 내려놓으니 오질 않는다. 배낭을 꾸려 자리를 뜬 후 돌아보니 녀석이 날아들어 허겁지겁 먹는다. 그래 너도 이번 겨울 지내려면 잘 먹어야지.  
 
내려오는 길을 행궁지 뒤의 계곡길로 잡았다. 뒤에서 쫓아오던 이와 경쟁하기 싫어서였는데 거의 1년 만에 가는 이 길은 낙엽이 발목을 넘게 쌓여 스틱이 없었으면 발목을 여러번 접질릴 뻔 했겠다. 행궁지길에서 벗어나 큰 길로 나와 너덜길을 지나면서부턴 스틱이 필요없다. 내려오는 길에 등산화 속에서 발이 따로 놀기에 어렵게 산길을 내려왔다. 맞는 등산화가 꼭 필요하다.

역사관 앞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계곡길을 따라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했다. 집에 가면 일찍 퇴근한 아내가 굴전을 해 놓았을 터. 어서 가야겠다.

 

 

집앞에도 안개가 잔뜩 끼었다.

계곡폭포, 물이 지난주 보다 많이 늘었다.

중성문

산영루

결이청상창지 아래 계곡으로 내려오는 돌계단. 지난주에 넘어진 곳이다.

금위영이건기비 앞 광장

문수봉으로 오르다 돌아다 보이는 대남문

뒤의 비봉능선이 어렴풋하다.

구기동계곡도 구름에 잠겼다.

문수봉증명사진

보현봉이 역광에 숨었다.

청수동암문

상원봉에서 보이는 의상능선

나월봉은 구름 속에 있다.

소나무 뒤에 삼각산이 보여야 하는데....

남장대지능선 끝의 굽은 소나무

발굴, 복원 중인 행궁지. 언제 마무리가 될지....

역사관 앞 데크가 한가롭다.

다 내려왔다.

3일 전 송년모임 차 마포에서 만난 산친구들. 조은네, 은단풍, 눈비돌. 물방개는 일찍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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