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산대피소 지붕 아래 자리를 잡았는데 산이 매우 분주하다. 산악마라톤 시합을 하는 날이라 뛰는 이들이 많다. 100키로 아니면 50키로를 뛰는 이들인데 대단하다. 외국인들도 가끔 보인다.
내가 앉았던 자리가 처음엔 그늘이었는데 이제 점심을 마치고 나니 볕이 들어 따갑다.
이때쯤이면 뱅기 타고 나가서 배낭 메고 돌아다녔는데 친척과 친구 자녀들 결혼식에 가야 하고, 농사 마친 후 안산 밭흙을 깍아내야 해서 못 나가고 산에나 다니고 있다. 답답하고 어렵다.
어제 오후에 직장에 같이 다녔던 이기석 님이 2시에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다. 심장판막수술을 다시 하고 퇴원했다가 쓰러져 석 달간 움직이지 못했는데 결국 운명을 하셨단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할 일이 많은 좋은 분인데.... 문상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침까지 연락을 받지 못해 산에 오기로 했다. 아직도 연락이 없다.
아내가 어제 퇴근하면서 내일 점심 만들 식빵이 없다고 통밀빵으로 사 왔다. 그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줘서 과일과 같이 배낭에 넣고 탄현역에서 늘 타던 7시 38분 열차를 탔다. 열차와 주말버스에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지 눈에 익은 이들이 안 보였다. 지난주에 추웠어서 겨울용 티와 바지를 입었는데 몸이 갑갑하다.
산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막아서 뭔 일인가 보니 은평구 주최로 북한산축제를 내일까지 이틀 간 한단다. 현수막에 가수들 이름도 있어 아내에게 전화하니 퇴근하고 보러 오겠단다. 이러면 쉼터에서 시간 보내긴 틀렸다.
계곡으로 드니 물소리가 크다. 아직 단풍은 희미하다. 옷이 둔탁해서 힘이 많이 든다. 오늘 일기예보에 맞춰 가벼운 옷을 입을 껄.... 게으르면 그만큼 고생한다.
계곡에 맑은 물이 철철 흐르니 기분이 좋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이내 몸을 적시는 땀에 힘들어진다. 그리 더우면서 바람막이를 역사관까지 입고 올랐다. 정말 게으르다. 옷을 벗으니 등판이 다 젖었다. 아니 팔까지도 젖었다.
월요일에 걸을만큼 걷고 갔으니 조금만 그리고 천천히 걷자고 다짐했다. 모퉁이를 돌 때 마다 갑자기 툭 튀어 나온듯 사람들이 나타난다. 신기한 일이지만 역시 또 병이 도져 무리를 한다. 대피소갈림길에서 뒤에 인기척이 있어 돌아봤는데 안 보이던 이가 저만큼 뒤에 있다. 죽어라 걸었다. 그런데 거리는 자꾸 가까워진다. 결국 지쳐서 대성사 앞 물 가에 주저 앉았다. 그 젊은이는 나를 지나쳐 순식간에 대남문 쪽으로 멀어져 갔다.
방향을 대성문으로 잡았다. 뒷사람을 보내고 나니 빨리 걸을 이유가 없어 팔자걸음으로 올랐다. 성문 지붕 아래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쉬고 일어나니 앉았던 자리가 젖었다. 엉덩이까지 땀에 젖은 것이었다.
문수봉으로 가려다 지난주에 걷지 않은 길을 걸으려 보국문으로.... 이길에 단풍이 좋다. 산 위 보다 훨씬 때깔이 좋다. 수시로 멈춰 사진을 찍었다. 대피소까지 그러며 왔다. 그리고 여기서 쉬는 중이다. 3시에 맞춰 내려가려고....
여기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이과두 조금 흘렸는데 벌이란 놈이 달려들어 핥더니 날지를 못한다. 이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다행스럽게 모기가 날아다니는데도 덤비지 않는다.
다 먹었으니 이제 슬슬 엉덩이를 털자. 13:16
이제 다 내려와서 북한산성 제2주차장에서 열리는 '북한산 한문화페스티벌' 장소에 앉았다. 대피소에서 죽치느라 마시고 먹을 것을 다 비우고 힘들게 내려왔다. 아직 오른쪽 어깨가 낫지를 않아서 꽤 아프다. 목이 너무 말라 맥주를 한 캔 사 마시려고 했더니 차라리 막걸리를 사서 한 잔만 마시란다. 그냥 무알콜로 샀다. 차가운 탄산에 갈증이 확 풀리는 기분이다.
아직 한 시간 더 있어야 아내도 오고 무대도 시작하는데 뭐 하나? 괜히 집에 말했다. 나는 이런 거 별루인데....ㅠㅠ
자, 이제 산으로 가자!
'모야모'에서 알려준 꽃이름 꽃향유. 산 길가에 지천으로 피었다.
겍곡 물가에서 청둥오리 한 쌍이 졸고 있다.
가을에 폭포에 물이 이정도면 많은 거다.
역사관 개울 건너 백운대 삼거리 공원에 꽃이 만개했다.
중성문. 머리 위의 이 쓰러진 소나무는 언제나 치울까?
중흥사로 가는 옛길 아래에 단풍이 예쁘다.
산영루
대성문
대성문 위 성곽길에 단풍이 물들었다.
왼쪽 끝에 보현봉.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낙엽이 지고 대남문 지붕이 보일 것이다.
성곽길 곳곳에 단풍이 숨었다.
남쪽전망대에서 본 형제봉와 백악, 인왕산, 안산
삼각산을 살짝 가린 이 나무가지가 밉다.
북쪽전망대에서 보국문으로 내려가는 길 상단에서 보이는 단풍과 저 뒤에 도봉산, 수락산과 불암산도 보인다.
보수공사 중인 보국문
칼바위와 동부 서울
대동문도 보수공사 중이다.
제단 뒤에서 보이는 삼각산과 동장대
동장대 옆에도 단풍이 들었다.
대피소 아래에 핀 단풍. 이제 며칠 더 있으면 이 계곡 전체가 붉어진다.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원효봉. 산 아래는 아직 푸르다.
다 내려왔다.
한복 패션쇼 예행연습 중이다.
식전 행사 중....
등장했던 5명의 가수 중에서 가장 흥을 돋구었던 무대, 누구더라? 여자이름이던데.... 축제에는 빠르고 흥겨운 노래가 제격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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