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8 고봉산

PAROM 2022. 10. 9. 11:32

시월 들어 두 번 째 사흘 연휴다. 나는 매일이 연휴지만 아이들에게는 황금 같은 휴식 시간이다. 이 연휴 첫 날에 시어머니에게 독감백신을 놓겠다고 애들이 집에 온다고 한다. 북한산에 제대로 가기는 틀렸다. 둘레길을 걷거나 노고산을 삼송리에서부터 걸을까, 아니면 오랫만에 심학산을 한 번 가 봐? 
 
새벽 4시가 조금 지났는데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 보니 닭볶음을 한 후 벌써 김밥을 만드는 중이다.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쫓겨났다. 방에 들어와 뉴스를 보니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해 원유 값이 오르는 중이란다. 검색해 보니 벌써 많이 올랐고 국내에선 경유가 올랐다. 개스도 거의 비었으니 채우고 심학산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내가 출근한 후 김밥 한 줄 얻은 것과 물 한 병, 바람막이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기름을 채우고 심학산으로 가니 자리가 없다. 황룡산으로 향했다. 일산동고 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수터를 오르려는데 옆길에서 등산객이 나온다. 궁금하니 그리로 가봐야겠다. 좁은 숲길이다. 나무가 빽빽해 어둡다. 바닥엔 밤송이 천지다. 길은 비스듬하게 올라간다. 늘 다니던 곳에서 백 미터 쯤 황룡산 쪽으로 올라왔다. 참호까지 갔다가 되돌아 서서 금정굴에 이르니 위령제 행사준비가 한창이다. 금정굴에서는 처음 만나는 광경이다. 모두에게 전쟁의 아픈 기억이 없었으면 좋겠다. 
 
찻길을 건너 고봉산을 올랐다. 아들 식구들이 언제 올 지 몰라 될수록 빨리 내려갈 생각이다. 그런데 마음만 빠르다. 비탈길에서 숨이 찬다. 그래도 열심히 걸었더니 등이 젖는 느낌이다. 아주 지치기 전에 전망대에 올랐다. 하늘이 맑아 북한도 보이고 삼각산도 보인다. 북한산은 역광이라 검게 보인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장사바위를 거쳐 영천사로 가는 길에 지난번에 보았던 토끼들이 아직 있나 찾았더니 안 보인다. 여지껏 있을 리가 없다. 
 
군부대와 갈라지는 길에서 소방대원들이 등산객을 살피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의용소방대원들이다. 쉬는 날 인데 고맙다. 영천사를 지나 오는데 스님이 새총으로 작은 돌을 날리고 있다. 까마귀가 시끄러워서 쫓는 중이란다. 글쎄.... 인사도 않고 길로 내려섰다. 내려오는 길에 오르는 이들이 많다. 찻길을 건너 황룡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위에 두 명이 내려오다가 나를 보고 멈춰 서서 수근댄다. 뭐지? 내가 뭐 잘못 됐나? 그들을 지나치려는데 고봉산이 어디냐고 묻는다. 길 건너라고 하니 여긴 어디냐고 묻기에 황룡산이라고 하니 여기에 둘레길이 있냐고 또 묻는다. 황룡산과 고봉산 전체가 둘레길 아니 누리길의 일부분이라고 하니 나를 쫓아 온다. 11시에 금정굴에서 하는 행사 때문에 검은 옷에 근조 리본을 단 이들 때문에 못 오는 곳인 줄알았는데 내가 올라와서 서 있었단다. 그들과 아까 올라왔던 곳에서 헤어져 이원마트에 들렸다가 집으로 오니 애들이 벌써 와 있다. 손주들이 놀이터에 가자고 손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정발산에서 하는 막걸리축제 구경하고 5시에 화정에서 만나는 초딩모임에 가야한다. 이틀 후엔 정 박사와 북한산 약속이 있다.

 

처음 걷는 산길로 올라 능선에 닿은 후 바로 만난 이정표

위령제를 준비 중인 금정굴

탄현 찻길가에 펼쳐진 플래카드

고봉정. 산으로 들어 조금만 오르면 바로 만나는 정자다.

헬기장으로 가는 중간에 살짝 보이는 삼각산

헬기장

고봉산 꼭대기 서쪽 잔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고봉산 정상 동쪽 전망대에서는 이렇게 보인다.

장사바위 쉼터

영천사 아래의 돌무더기

오른쪽 쇠다리를 건너 산으로 올라갔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직진해서 올랐다.

황룡산 아래 공원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