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22 대피소 - 문수봉 - 구기동

PAROM 2022. 10. 23. 11:34

4+1.3+.6+.6 +.3+.3+.3+2.5=9.9
대피소..대동문..보국문..대성문..대남문..문수봉..대남문..구기동
ㅋ~~  오늘 걸은 구간별 거리다.
아주 오랫만에 구기동으로 내려왔다. 가파른 돌길이라 왠만해선 걷지 않는데 오늘은 광화문, 아니 청계천에 갈까하고 구기동으로 갔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불광역으로 오고 말았다. 
 
지난주에 불루투스이어폰을 산에서 잃었다. 분명 대피소에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갈림길에 와서 찾으니 없었다. 다시 올라가며 찾는다고 찾을 수도 없기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오늘 길을 되짚어 올라 대피소에 가니 내가 앉았던 자리에 흙이 묻은 채 그대로 있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비싼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손 대지 않았고 쓰레기로 생각해 치우지도 않았다. 우리  민도가 이렇게 국뽕이란 말을 쓸만큼 변했다. 
 
이틀 전에 고맙게도 파주 삼방리 친구 농장에서 풋고추가 한 가마니 왔다. 아내는 그걸로 부각 만들고 지를 담근다고 퇴근하고 와서 고생인데 난 피곤하다고 그냥 누웠다. 그제 굶고 피검사하고 약 받고 다닌 것이 후유증이 있어서다. 귀가 간질간질하다. 
 
새벽에 다리가 아픈데 주물러주지 않는다고 심술이 났다. 그러고 보니 사나흘 걸렀나보다. 조금 만져주니 괜찮아졌는지 부엌으로 간다. 순식간에 아침과 점심까지 만들어 놓았다. 참 빠르다. 그러니 늘 내게 늦다고 잔소리를 한다. 그건 아닌데.... 
 
경의선 탄현역 북쪽에 인구가 많이 늘었나 보다. 요사이는 같은 시간인데도 계속 서서 대곡까지 간다. 승하차 인원이 많다보니 대곡역에서 3호선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늦게  내려서 느긋하게 오면 뒷차를 타야 하니 서두른다. 서두르는 것이 참 불편하다. 그래도 구파발역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산에 가는 이들은 줄을 서면 좋을 것 같다. 늙고 젊은 얌체들이 보기 싫은 새치기 짓들을 해서다. 꼴보기 싫은 일들이 많아도 산에는 온다. 왜? 알잖아요. 
 
아무리 기분이 언짢았어도 차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 털고 신나게 걷는다. 이래서 죽어라 산에 오는 거다. 오늘도 뒤에 빈 차가 왔는데도 앞 차에 다들 탄 덕분에 편히 산에 왔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 사촌이 산 땅이 값이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에 들어가는 이들이 다 젊다. 오늘도 눈이 바쁘겠다. 그들에게 뒤쳐지지 않기를 바라며 계곡으로 들어갔다. 
 
조용하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언제 이런 소리가 들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물이 떨어지는 곳이 아니면 물소리도 없다. 일주일 만에 산이 조용해졌다. 옷을 초가을용으로 가볍게 입었지만 땀이 바로 나기 시작한다. 바람막이를 벗기 귀찮아 역사관까지 그대로 올랐다. 쉬면서 벗었더니 등판이 흥건하다. 이정도면 볕에 말려도 땀냄새가 난다.
티셔츠 차림에 하나 남은 이어폰을 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중성문을 향했다. 
 
오늘 처음 산사에 가는 불자들만 태우는 승합차들을 길에서 만나지 않았다. 산길에서 차를 만나는 기분을 아는 이들은 알 거다. 그게 참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부지런히 걸어 옛길로 용학사로 갔다. 오늘은 어디로 갈지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주에 단풍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단풍이 제일 고운 대피소 아래길을 가면 된다. 그런데 노적사 아래 정자를 지나 옛길로 들어서니 단풍이 무척 곱다. 초록에서 노랑 주황 빨강으로 변하는 모든 모습이 짧은 길에 다 있다. 방송에선 다음주가 절정이랬는데 오늘이었다. 
 
둘러보고 사진 찍느라 굼벵이 걸음을 하며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 가파른 돌길을 숨이 턱에 차도록 올랐다. 이제부터는 발 아래 길만 유심히 보고 오른다. 혹시 지난주에 잃은 이어폰 한 짝을 찾을 수 있을 까 해서.... 대피소에 가까워지니 어디로 내려 왔는지 기억이 없다. 이런.... 자주 다니던 길을 잡아 오르며 보는데 없다. 눈도 시원찮으니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이상한 폼으로 대피소로 갔다. 
 
이제 목도 마르고 다리도 좀 쉬라고 하기에 지난주에 쉬었던 자리로 갔다. 가다보니 앞 마당은 멧돼지들이 더 파헤쳐 놓아 걷기 불편할 정도다. 쉬었던 지붕 아래 자리에 가니 한 가운데 까만게 있다. 자세히 보니 내 이어폰과 같이 생겼다. 어? 집어서 보니 누가 밟았는지 흙이 묻었다. 눌러보니 깨지진 않았다. 먼지를 털고 케이스에 넣으니 불이 들어온다. 아~~~ 내거구나. 일주일을 이자리에서 기다렸구나. 고생했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 수백명이 이 자리를 다녀 갔을텐데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거다. 세상에 이런 일이.... 우리나라가 참 많이 변했다. 좋게. 지금 확인해 보니 잘 된다. 
 
8:40에 계곡에 들었고 9:58이니 아무리 단풍구경을 했다고 해도 참 늦어졌다. 이제 시간을 적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폰을 찾으니 피로가 싹 가신 기분이다. 물 한 모금만 마시고 바로 일어서 동장대로 훨훨 날아간다. 그런데 이 좋은 길이 왜 색이 이렇지? 단풍이 안 보인다. 게다가 참나무계열들이 다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칙칙한 느낌인데 길의 끝자락에 있는 단풍도 잎이 누렇게 변해 잎 끝이 말렸다. 내가 참 좋아하는 길인데 이게 뭐람. 큰 병이 아니기만 빈다. 
 
성곽길로 들어서니 풍경이 바뀐다. 다행이다. 단풍도 제 색을 찾아 붉게 치장하고 반긴다. 덕분에 발길이 가벼워졌다. 그래도 힘이 들었는지 대동문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에서 중심을 잃어서 올라오던 이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기겁을 했었다.  
 
왠만하면 보국문에서 내려가려 했는데 시간도 이르고 힘도 남아서 돌계단을 다시 올랐다. 이 길은 첫 계단을 올라 전망대까지만 가면 그냥 대성문까지는 갈 수 있다. 가는 길에 단풍이 고와서 보고 찍느라 시간은 지체되지만 힘은 모아지니 오히려 도움이 된달까? 그렇게 걸어 대성문에 닿았고 거기서 물 한 모금 후에 성곽을 따라 대남문으로.... 이길은 걸으면 좋은데 힘이 드는 것이 문제지만 어쩌냐? 좋으면 해야지. 대남문에 도착해 성문 아래를 보며 뿌듯해 하고 바로 문수봉으로 간다. 그냥 여기서 구기동으로 내려가기로 작정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문수봉에 오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다. 늘 이렇게 무리를 한다. 걸으며 지금까지 걸은 거리를 계산해 보는데 자꾸 중간에 끊긴다. 확실히 기억력이 떨어졌다. 
 
문수봉에 올랐다가 청수동암문으로 내려가 다시 대남문으로 와서 구기동까지 거리를 보니 2.5키로 밖에 안 된다. 갈등이 인다. 너무 짧다. 그래도 대충 10키로는 넘을 것 같아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무릎이 나갈 수 있는 가파른 돌길들이다. 청수동암문에서 대남문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 너른 공터에서 점심을 먹으며 편 스틱에 의존해 살금살금 바윗돌들을 즈려 밟으며 내려왔다. 그러려니 등이 다 젖었다. 오랫만에 내려오다보니 기억이 오라가락한다. 그래도 기억 속에 있는 길들은 다행히 그대로 있다. 아직은 쓸만하다. 
 
길을 다 내려와 얼큰하거나 시원한 무엇인가가 땡겨서 찾는데 구기동골목에선 안 보인다. 이제  힘도 드는 것 같아 집 가까이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불광역 앞에서 내려 골목을 기웃거리다 예전에 아롬이와 같이 왔던 집의 메뉴가 눈에 확 띈다. 탕이다. 동태, 대구, 알 게다가 지리도 된다. 옆에 순대국도 있지만 홀리듯 들어간다. 대구탕을 주문하고 나서 보니 복도 있다. 진작에 봤으면 복매운탕이나 복지린데.... 
 
오늘은 이렇게 불광역에서 맺었다. 다음주는 마나님이 형부의 대야미 밭에 가야 된단다.
그 주중에 양양에 가야 하니 산이 고프면 주중에 와야할 판이다. ^^

 

집앞 나무들도 옷을 바꿨다. 자, 산으로 가자!

옅은 안개에 산이 마치 꿈속에 있는 듯 보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그 기분이 안 난다.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 보자.

아직은 폭포에 물이 흐르고 있다.

이곳 삼거리 은행나무가 물들어야 더 멋있는데....

중성문 아래 계곡의 나무들이 잎을 거의 떨궜다.

이곳은 옛길로 올라가는 바윗길. 아직 네 발을 쓰기 전이다.

산영루 앞의 와폭

대피소로 올라가는 길. 단풍 명소다.

대피소. 저 지붕 아래 이어폰이 일주일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참 신기했다.

성곽길에서 처음 만난 단풍. 동장대로 가다가 뒤돌아 서서 찍었다.

동장대와 단풍

억새와 동장대

제단 뒤에서 보이는 삼각산. 시단봉 동장대도 작게 보인다.

칼바위와 형제봉

전망대에서 보니 능선에 단풍은 안 보이고....

남쪽전망대에서 보이는 형제봉, 백악, 인왕

저 능선길을 걸어 문수봉까지 간다. 가다 보니 보현봉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는 지금 출입금지구역인데...

대남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보이는 문수봉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보이는 구기동. 나뭇잎들 때문에 안 보인다.

문수봉 증명사진

비봉능선

구기동계곡

청수동암문 앞으로 구파발이 보인다.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도중 보이는 똥싼바위가 있는 봉우리가 위협적이다.

이 골짝에 물이 있으면 참 멋진데....

구기동계곡은 전구역이 출입금지다. 80년대 초에 광화문에 있는 회사들의 담당구역이 있어서 청소하러 토요일에 오곤 했었는데...

사람들이 접근을 못하니 물과 돌들이  깨끗하다.

다 내려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청계천행을 포기했는데 갈 걸 그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