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4 대성문 - 대남문, 눈비돌,거부기,방개

PAROM 2023. 2. 5. 15:26

일요일이면 매번 해야하는 일들을 마치고 이제 어제 걸었던 산길과 만났던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다.  
 
12월에 안산 땅 복토공사한 것이 비에 씻겨서 배수로를 막았다는 민원 때문에 안산시 도시계획과에서 금요일 오후에 걸려온 전화에 마음이 불편해 산에 가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끙끙 댄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창원에서 오랫만에 북한산에 온다는 산친구와 전날 통화에서 보국문에서 보기로 한 눈비돌도 보고 싶어서 산에 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그 안산 땅 때문에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 힘이 깨지고 있어 자기 밭에 흙을 붓고 남은 것을 내 밭에다 부었는데 그걸 근거로 고발을 한 이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무작정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어서 헤쳐 떨치고 나가야 한다. 
 
창원에서 출발하는 거부기가 밤골에서 10시 반에 시작을 한다고 했으니 숨은벽과 파랑새능선을 넘어 북한동에 오려면 오후 4시는 되어야 할 터이니 얼굴을 보려면 늦게 나가야 한다. 그리고 눈비돌과는 정오에 보국문에서 보기로 했으니 평소 보다 한 시간 늦게 나가야 한다.
같이 숨은벽을 탈까 생각도 했지만 요즘의 내 눈 상태를 믿을 수가 없다. 점점 더 시야가 흐려지고 있어서 다음번 진찰 때 검사를 한 후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있으면 하자고 한 상태고, 무엇 보다 발 아래가 뿌옇게 보이는 것과 높낮이를 잘 맞추지 못하기에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과 편한 길만 골라 다니고 있으니 숨은벽길이 우려되기도 했다. 
 
산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늦게 나간다는 말에 아내는 제발 술을 조금만 마시란다. 대답이야 늘 '예'지만 일단 술이 들어가면 늘 대답을 잊고 만다. 37년을 넘게 그렇게 살았으니 그만할 만도 한데....
오늘은 며칠 전에 편의점에 일 하러 갔을 때 가져온 샌드위치와 뜨거운 녹차를 갖고 가기로 했다. 아내가 출근을 한 후 한 시간을 빈둥거리다 집을 나서니 낯설다. 습관이란게 그런가 보다. 
 
바로 연결된 환승열차와 버스에서 내리니 9시 반이 채 안 되었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가는 데 들꽃 앞에 낯 익은 얼굴이 뿌옇게 보인다. 가까이 가니 거부기다. 친구들 둘과 같이 차를 근처에 주차하고 밤골로 가는 중이란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내려와 보기로 한 후 계곡으로 들어 갔다.  
 
산길에 흰색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의 얼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며칠 기온이 영상으로 잠시 올라갔다고 이렇게 변한 거다. 그리고 보니 오늘이 절기상 입춘이다. 봄이라 그런가 보다. 추운 계절이 거의 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산에 들어오고 나니 안산땅 생각은 나지 않는다.
계곡에 산객들이 많다. 날이 풀려서 그런 것인지, 늦은 시간이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역사관에 닿기 전에 눈비돌이 전화를 해서 늦게 출발을 했단다. 그러면 남는 시간을 어찌 보낼까? 산길을 더 걷자. 시간을 보아 대남문이나 대성문에서 보국문으로 가기로 하고 걸었다. 
 
법융사 앞 주차장을 지나는데 자원봉사자 분들이 흙을 한 자루 씩 나눠주고 있다. 중성문 앞까지 운반해 달란다. 그 근처 어딜 복구하는 가 보다 생각하고 미리 손을 내밀어 받으니 고맙단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나 같은 이들이 편하게 하려고 일들을 하는데. 흙자루는 한 5키로는 넘고 10키로는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푸대자루라 흙이 스며나와 옷에 묻는다. 배낭에 올리고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 들고 가는 수 밖에 없다. 처음엔 무거운 것 같지 않았는데 갈수록 무거워진다. 올라가다 보니 중간에 던지고 간 자루도 몇 개 보인다.  
 
중성문을 지나니 자원봉사자들이 얼은 길 위에 흙을 붓고 있다. 등산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인데 그걸 조금 도왔다는 기쁨을 누리고 계속 오르니 용학사 아래 옛길로 가는 암벽 갈림길까지도 얼음에 흙을 덮고 있었다. 그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올라갔다. 길이 얼음에 덮인 것은 오후에 영상으로 기온이 올랐을 때 녹았던 물이 밤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얼었기에 추운 때는 없던 얼음이 길 위에 생긴 것이리라. 
 
대피소갈림길을 지나면서는 눈길이 남았다. 즉, 이 위는 눈이 녹지 않게 종일 추웠단 얘기다. 볕이 들었던 곳은 눈이 없고 응달은 눈이 다져져 있어 아이젠을 신지 않고 조심스럽게 올랐다. 그리고 보국문 갈림길을 지나 금위영 야영지를 지나는데 눈비돌이 보국문이라고 전화가 왔다. 난 대성문이 아직 한참 남았으므로 거기서 보기로 하고 대성사 앞을 지나며 대남문 방향을 보니 길이 빙판으로 덮였다. 대남문으로 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대성문에 올라 잠시 있으니 눈비돌이 성곽길을 걸어 도착했다. 정오가 조금 남았지만 샌드위치를 녹차와 함께 먹고 바로 내려가자니 너무 짧다. 그래서 아이젠을 신고 대남문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눈비돌은 아이젠을 말려 놓고 넣질 않았단다. 스틱도 가져오지 않았고. 내 스틱을 펴 주고 옆길로 대남문으로 갔다가 바로 내려섰다. 이시간에 내려가면 거부기가 내려오기까지 2시간이 넘게 남는데 천천히 가잖다. 
 
대성사로 내려가는 길의 많은 곳이 빙판이 되어 있었고 어떤 곳은 눈이 살짝 덮여 있어 아이젠이 없으면 자빠지기 십상이었다.  내려가는 길 처음엔 쉽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쾅' 소리가 났다. 눈비돌이 넘어진 소리였다. 어후, 소리가 컷으니 무척 아팠겠다. 한번 자빠지고 나더니 밟지  않거나 덜 밟은 눈길, 바위나 마른 돌을 골라 딛으며 걷는다. 그런데 잠시 후 또 '꽈당' 한다. 얼은 돌을 잘못 밟았단다. 발바닥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심하게 넘어진 것이 분명했다. 스틱이 부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이후로는 더 조심을 하며 내려왔다. 
 
대성사 아래로는 머리를 내민 돌들이 많아 눈길이지만 수월하다. 많은 이들을 만나며 내려오다가 중흥사 아래 공터 양지바른 곳에 배낭을 벗고 앉아 눈비돌이 가져온 김밥과 남은 녹차를 다 마시고 땀이 완전히 식기 전에 다시 내려오니 두 시도 되지 않았다. 하여 전주식당에서 동태탕을 먹기로 하고 들어가  막걸리 한 주전자를 다시 채워 마시는데 거부기가 문밖에 보였다. 이곳에 있다고 통화를 했나보다. 
 
이제 숨은벽과 파랑새능선을 넘어온 거부기와 방개, 친구 두 명이 더 어울렸다. 배낭에 두었던 터키술 '라키'를 거부기에게 맛 보게 하고 나는 친구들이 가져온 복분자를 막걸리에 타서 마시며 긴 시간을 보낸 후 들꽃에 들려 치킨에 맥주로 입가심 후 집으로 왔는데 거부기는 바로 창원까지 운전해 간단다. 대단한 체력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톡을 보니 밤 11시 넘어서 무사히 도착했다는 글이 와 있었다. 전주집과 들꽃에서 얘기하던 중 거제도에 함 가자고 했는데 꼭 갔으면 좋겠다.
 
계곡입구에서는 눈이나 얼음이 보이지 않았다.

얼음이 허옇게 변하고 구멍이 숭숭.... 저런 얼음을 밟으면 물속으로 들어간다.

멀리서 보는 폭포는 완전히 얼은 것처럼 보였는데....

폭포 바로 아래 계곡

폭포의 얼음이 이렇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북한동역사관 앞.

중성문 아래 계곡. 사진 가운데 아래에 들고 오르던 흙자루가 보인다.

중성문

길에 얼은 얼음 위에 흙을 뿌리고 있는 봉사자들. 용학사 아래까지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산영루

용학사로 오르는 계단길

이곳에 오니 비로써 흰 세상이 펼쳐졌다.

대성암

대성문

대남문 아래에서 눈비돌과

길가 웅덩이도 녹기 시작했다

다 내려왔다. 그런데 아직 2시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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