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18 대성문 - 대동문, 눈비돌 만남

PAROM 2023. 2. 20. 10:45

오늘은 오후 3시에 청송회 친구들을 종로에서 만난다.
금요일에  손주들 등교시키러 안산에 갔다가 밭에 들러 5시간 넘게 아래 논에 흘러내린 마사토를 퍼 올리느라 몸이 늘어진 상태여서 등산을 거르려 했는데 걸을 수 있는데 까지만 걷자 마음을 먹고 배낭을 꾸렸다. 전날 눈비돌과 통화하는 것을 들은 아내는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벌써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요즘 날이 많이 푸근해져서 새벽에만 영하의 기온이고 해가 뜨면 영상이니 두껍게 입고 쓰고 산에 갔다가는 땀으로 범벅을 할 듯해서 가볍게 입고 신고 쓰고 집을 나섰다. 탄현역에서 7시 38분 출발하는 열차에 아직 방학 때라 그런지 빈 자리가 한두 개 있다. 구파발역에서 내려 등산화끈을 고쳐 매고 주말버스를 여남은 명이 타고 산입구에서 내렸다. 겨우내 신던 중(重)등산화가 아닌 중(中)등산화라 가볍긴 한데 마치 고무신을 신은듯 발바닥에 길의 굴곡이 전해져 오고 발가락도 시리다. 기온이 거의 영상일 텐데 몹시 춥다. 버스에서 뜯은 작은 핫팩을 꼭 쥐고 산으로 들어갔다. 
 
가벼운 등산화인데 발이 무겁다. 어제 20키로 짜리 마대자루를 만들고 져 올린 후유증이리라. 괜히 산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푹 쉬거나 뜨끈한 찜질방에서 놀다가 오후에 친구들 보러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발은 점점 산속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뭔지 조금 환해진 느낌이다. 계곡을 메웠던 얼음이 많이 녹아 이젠 얼음 보다 물이 더 많은 면적을 차지했다. 그나마 남은 얼음은 아주 얇아져서 밑에 물이 없는 얼음은 부서져 내려 있었다. 봄이 오는 징조들이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누군가가 또 다쳤나보다. 이달들어 산에 올 때마다 헬기소리를 듣는다. 아주 많은 조심을 해야 한다. 
 
역사관 앞에 도착해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이어폰을 끼고 본격적으로 걸을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눈비돌이 이제 출발한단다. 보국문에서 보기로 했는데 바로 올라가면 시간이 많이 남는다. 힘이 들어 조금만 걷기로 한 생각이 어긋나기 시작이다. 집에서 평소와 같은 시간에 나온 것부터 잘못이다. 추운데 미리 가서 기다릴 수도 없고 멀리 돌아가야 한다. 대성문에서 가기로 마음 먹고 걸었다. 등산화 바닥에 산길의 울퉁불퉁함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냥 겨울용 등산화를 신고 올 껄. 그래도 가벼워서 이나마 버틸 수 있다 위로한다. 
 
한두 명을 지나치면 그 인원 만큼 나를 질러갔다. 지나치는 그들에게 쳐지지 않을 기운이 없다. 심지어 중년 한 쌍도 나를 휭 하니 지나갔다. 그래도 있는 힘껏 부지런히 걸었다. 이제 길에 얼음은 거의 없다. 돌틈에 남은 눈얼음은 미끄럼을 주지 않는다.  이 겨울 눈의 푹신한 느낌이 걷는 재미를 주었는데 이제 일 년 후에나 다시 느낄 수 있겠다. 대피소갈림길 부터 뒤따라오던 이와의 거리가 줄었다 늘었다 하며 대성암 앞까지 계속 이어졌다.  
 
대성문에 오르니 먼저 와서 쉬는 이들이 많다. 물 한모금과 쵸코렛 하나로 쉼을 마치고 오랫만에  성곽을 따라 보국문으로 향했다. 능선길이 밝아졌다. 뭔지 모르게 봄이 오는 느낌이 산길에서도 났다. 이제 내려가는 길이라 힘이 덜 드니 살만, 아니 걸을만 하다. 오랫만에 보는 봉우리들에서 사진을 찍고 둘러보고 하다가 보국문에 도착하니 눈비돌은 아직 삼백 미터쯤 남았단다. 대동문 쪽으로 내려가려고 먼저 능선을 올라가 바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쉬다가 곧바로 올라온 친구를 만나대동문으로 향했다.  
 
대동문에서 북한동으로 내려오다가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그냥 내려가서 간단하게 먹자고 하는 바람에 그대로 내려왔다. 역사관에서 산악회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봐서 혹시나 아는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찻길로 내려왔지만 역시나 였다. 산을 내려와 계곡 바로 앞의 식당에서 해물파전을 먹고 같이 종로3가로 와서 헤어진 후 나는 골목안에 있는 모임장소로....  
 
오늘 수술을 했다는 풍동 살던 친구와 회사에 일이 생겨 못 온 친구를 뺀 9명이 모여 여러 시간을 보내고 늦게 집으로.
등산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했으니 힘들었지만 기분 좋고 신나는 날이었다. 모두들 백 세까지 건강하자구요.
 
 
주능선 전망대 바위에서 한 바퀴....

이 계곡에 꽉 들어찼던 얼음이 거의 다 녹았다.

폭포 아래 계곡의 얼음들오 얇은 잔해만 남았다.

폭포의 얼음도 마지막 껍질만 남았다.

낮에 녹았던 물이 밤새 얼어붙어 공단에서 길을 막았다.

중성문.

노적교 위 계곡에 얼음이 깨져 있다.

산영루. 잎이 나면 이 위치에선 보이지 않는다.

대성암 앞의 대남문으로 가는 길 옆의 계곡이 꽁꽁 얼었다. 아직은 종일 추운 곳이다.

북쪽에서 올라가며 본 대성문

대성문.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이제 삽질은 힘들다는 것을, 다음날 피로가 크게 온다는 것을....

보국문으로 가는 성곽길에 있는 암릉. 처음 이곳을 내려올 때는 저 난간에 매달리다시피 했는데 이젠 밖으로 다닌다.

앞의 바위를 올라서서 뒤돌아서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뒤에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를 배경으로....

전망대 봉우리에서 삼각산을 보았다.

남쪽으로 형제봉과 백악, 인왕이 보인다.

삼각산

북쪽전망대에서 보이는 삼각산

보국문. 아직 공사중이다.

칼바위 앞에 눈비돌이 섰다.

대동문

내려가는 중

다 내려왔다.

청송회

청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