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떨다가 더운 곳에 앉아 있으니 나른해진다. 이 기분이 참 좋다.
새벽 기온이 영하 12도란다. 산은 그 보다 1도 더 낮다. 집에서 쉴까 하다가 뭐 이정도 가지고 하며 용감하게 산에 간다고 하고 준비를 했다. 난 너무 추우면 무작정 걷기만 한다. 그러니 물도 거의 안 마시고 앉지도 않고 그저 땀만 흘리며 걷기만 한다. 그러니 추운 날의 산행은 고행이 되니 주저했던 거였다.
점심거리는 오늘도 아내가 준비해 줘서 가지고 갔는데 배낭을 열지도 않았으니 먹을 수가, 아니 먹지 못한다. 그래도 아내는 열심히 날 챙긴다. 고맙다.
이번 겨울은 나 어릴적 기억 만큼이나 춥게 느껴진다. 먹고 입고 쉴 곳이 마땅치 않았던 때의 기억이 왜 나오나? 정치가 거지 같아서 인 것 같다. 정치는 정말 나보다 나은 놈들이 해야 한다. 그놈들과 그 주변 패거리들 다.... 이 세상의 가장 심한 욕과 저주를 그들에게 주겠다. 다 구역질 나는 그 년놈들 탓이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ㅋㅋㅋ
산에 갈 준비를 마치고 7시 24분에 등산화 끈을 매었다. 7:38 차니 5분 이상 여유가 있다. 산에 가는 길이니 집을 나서며 맞은 찬 바람에도 그냥 기분이 좋다. 이번달에 맡은 손주들 등교를 완수해서 일까? 산에 가니 무조건 그저 날아가는 기분이라서 일까?
탄현역 승강장에 갔는데 37분이다. 그런데 열차 위치는 문산에 그냥 있다. 뭐지? 한참 있다가 방송이 나왔다. 브레이크 이상으로 출발을 못했다고. 어쩐지 내가 신호등도 그렇고 너무 여유가 있더라. 앞차가 안 오니 뒷차를 탔는데 만원인 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거고. 뒤늦게 수리해서 두 정거장 뒤에 오는 열차를 타고 싶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외에는 그러지는 않지.
오늘은 다섯이서 주말버스를 전세냈다. 버스는 첫 배차인 듯 썰렁했다. 승객도 없으니 더 썰렁~~~
이틀 전에 내린 눈 때문에 기대가 컸다. 눈밭은 걷기가 좋으니 힘도 덜 든다. 그래서 풀코스를 걸으려고 진작에 마음을 먹었었다.
버스에서 내려 계곡입구로 갔는데 희게 보이지 않는다. 이게 뭔 상황이지? 길도 예의상 얼은 정도다. 전혀 미끄럽지 않다. 아, 내리막길은 빼고.
올 겨울 들어 처음 폭포가 다 얼었다. 얼마전에 내린 눈이 계곡을 덮은 풍경이 그림같다. 벙어리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으니 역시 손이 시렵다. 버스에서 뜯은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오늘은 나를 질러가는 이들이 없다. 신 난다. 산길에 산객들이 없어서 였는데....
역사관 앞에서 배낭을 벗고 새롭게 산길을 걸을 준비를 하는데 지나쳤던 이들이 하나 둘 지나 간다. 이제 나도 가야한다.
오늘은 또 어디로 가나? 삶과 비슷한 듯하다. 순간의 결정이 뒷 일들을 정해 버리니. 하긴 이 자체가 내 인생이다.
길에 인적이 드물다. 춥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오늘은 마주치는 산객들도 거의 없다. 지난주와 다르게 걸어야지. 그래, 대성문으로 가서 대남문이나 문수봉에서 내려오자.
사진을 찍으며 감상에 젖어 느긋하게 걷는데 갑자기 뒤가 요란스럽더니 두 명이 휙 지나간다. 이런.... 하나는 곧 따라 잡았는데 하나는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러면 무리하지 말자. 나중에 나만 고생한다. 대성사 옆의 갈림길 계곡에서 내가 대성문으로 향하는 바람에 추격전은 끝이 났다.
이틀전인 목요일에 손주들을 어린이집 보내러 새벽 4시에 안산에 가다가 쏟아지는 눈에 엄청 고생을 했었다. 올 때는 조금 좋아졌지만 차는 얼음과 소금, 흙탕물로 엉망이 되었다. 내일 날이 좀 풀리면 세차를 해야지 등등등 잡생각에 어찌 걸었는 지 모르고 대성문에 올랐다. 그리고 성곽을 따라 문수봉까지.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이젠을 신었어도 위험해 보여 기다시피 내려갔다.
거의 풀려가는 다리를 달래며 문수봉에 오르니 사방에 스모그가 조금 끼어 있다. 아주 추운날은 맑은데 그새 기온이 올랐나 보다. 청수동암문 위 성곽을 따라가면 상원봉으로 쉽게 간다.남장대지능선에서 눈길의 풍치를 느끼려 했지만 눈이 별로다. 집 옆의 높은 건물이 겨우 식별이 가능할 정도다. 경리청상창지로 내려가는 길로 가려다 보니 길에 짐승들 발자국만 있어 포기하고 행궁지 옆길로 내려섰다. 오늘 아이젠을 신었던 정자에서 벗으려다가 법용사 앞 의자에서 아이젠을 벗었다. 자빠지면 나만 아프니 불편해도 안전지대까지 그냥 내려왔다.
내려오다가 생각해보니 정자에서 아이젠 신을 때를 빼곤 아직 배낭을 벗지 않았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벗은 아이젠과 벙어리장갑을 맨손으로 덜렁거리며 들고 내려가다가 역사관 앞의 의자에 올라가 드디어 배낭을 벗어 아이젠을 넣고 물도 한모금 마셨다. 이제 등산은 거의 끝났다. 하지만 귀찮은 길이 조금 남았다. 요즘은 계곡길로 내려가지 않고 찻길로 내려가다가 대서문 아래 자연관찰로로 걷는다. 내려갈 때는 이길이 힘이 덜들고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려왔다. 그러면 이제 쉼터에 들려야지. 아래아래집에서 찬 닭날개를 5개 뜯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뜨겁고 매운 순두부를 먹고 싶어 들꽃으로 갔다. 카톡에 보니 창원 거부기가 다음 토욜에 친구들과 숨은벽에 올랐다가 들꽃에 들릴 예정이란다. 어쩌면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겠다.
이 뭐야? 왜 아내가 계속 전화를 하지? 소성주를 사가냐고 묻는 것이었다. 더욱 고맙다.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흙길에 조금 실망을 했다. 눈길을 기대했는데....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원효봉. 계곡은 눈이 덮었다.
계곡폭포. 이 겨울 들어 처음 꽁꽁 얼었다. 작은 숨구멍들 빼고....
아직 아이젠을 신지 않아서 이 데크길로 올라왔다.
중성문 아래 계곡도 얼었다.
중성문
용학사로 오르는 가파른 길 위에서. 나는 오를 때는 옛길로, 내려갈 때는 이 길로 걷는다.
산영루 옆 와폭도 숨구멍 작은 것 빼곤 다 얼었다.
경리청상창지 앞 길. 발자국이 있었으면 이곳에서 올라가려고 했었는데 누군가 걸은 흔적이 없었다.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건너편의 억새밭. 참 예쁜 곳이다.
금위영이건기비 앞의 너른 공터
대성문이 높이 있다.
대남문으로 가는 성곽길을 오르다 뒤돌아 봤다. 양평의 칠읍산과 꼭 닮은 산이 보였는데 그 산이 칠읍산인지 궁금했다.
문수봉이 보였다.
대남문
구기동계곡
비봉능선.
상원봉으로 가는 성곽길에서 보이는 문수봉.
오른쪽 끝에 철난간이 보였다.
상원봉에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의상능선 저 뒤로 집옆의 높은 건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남장대지능선. 봄이면 이 근처에 정향나무꽃이 피어 향기가 참 좋다.
능선의 끝자락. 내려가는 것은 쉽지만 이곳에 오를 때면 휴 소리가 절러 나온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주능선 너머의 도봉산과 수락산.
주능선. 이곳은 대동문에서 대성문 사이의 능선이다.
중성문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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