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6.17 보국문 - 대성문

PAROM 2023. 6. 18. 07:25
손주들이 착 달라붙어 있으니 한 없이 좋다.
친구 동생의 결혼식에 간다고 아들 식구들이 오늘 온다고 했다. 두 시에 예식이니 느즈막히 오나 했는데 일찍 왔다고 한다.
나는 애들이 오기 전에 산에 다녀오려고 일찍 서둘러서 평소 보다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덕분에 모처럼 쉬는 아내도 일찍 일어났다. 난, 참 아내에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일찍 내려 오려고 물과 초코렛만 넣고 가려고 했는데 굳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배를 담아 꾸려 주니 두고 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제 6시이니 다시 잘 수도 없을텐데 미안하다. 새로 지은 밥을 미나리무침과 수박채에 비벼 먹으니 배가 불러 그냥 주저 앉고 싶다. 그런데 그러면 종일 불편할 터, 세수를 다시 하고 집을 나섰다. 지난주를 쉬었으니 오늘 산길에서 발이 무거울 것이란 생각에 미리 땀이 난다. 이제는 내 발로 산에 다닐 수 있음을 행운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다니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집을 나서니 햇빛이 눈앞에서 불을 밝힌 듯하다. 수술하면 눈이 부실 것이라 했는데 이게 그런 현상인가? 거기다 촛점도 잘 맞지 않으니 불편하기 그지 없다. 점점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에 더해 움직이고 푸른 것을 보면 좋아질 것이란 나만의 희망에 산으로 향했다.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도착하니 주말버스는 이른 시간이라 아직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이말산을 넘어 갈까 하다가  안내판을 보니 3분 뒤에 송추 가는 차가 온단다. 기다려서 탔는데 역시 만원이다. 다행히 먼저 번 보다는 조금 덜하다. 산객들에 부대끼다 제일 먼저 내려 길을 오르는데 교묘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뭐지? 이 향기를 내는 것이? 아~~ 밤꽃이구나! 그래, 이 즈음이다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 가득 밤꽃이 피었다. 내게는 참 고약한 냄새지만 누군가에겐 향기로운 좋은 내음. 
 
계곡 초입에도 밤꽃이 만발했다. 밤꽃향이 발걸음을 끈질기게 따라온다. 향기에 물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을 놓쳤다. 길 모퉁이를 돌아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보기만 했는데 다리가 저려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길 저 앞 위에 여러 팀이 오르고 있다. 그러면 힘을 내 보는 거다. 지난주에 오지 않았으니 힘이 남았겠지. 나무데크길과 서암사를 지나며 한 팀 씩 앞질러 간다. 그런데, 이 이른 시간에 왠 산객들이 이리 많지? 앞지르기를 해도 끝이 안 보인다. 
 
손주들 보러 일찍 집으로 가야하니까 너무 힘을 쓰면 집에 가서 퍼지니 적당히 걸어야 하는데 그 정도를 모르겠다. 그냥 땀이 날 정도로만 걷자. 역사관 앞에 도착해 배낭을 벗고 물 한모금 마시는 동안에 지나쳐 온 이들이 다 지나간다. 기를 쓰고 죽어라 걸어도 천천히 온 이들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걸 알면서도 고치질 못한다. 일찍 가려면 서둘러야 하니 다시 배낭을 메고 일어섰다. 썬그라스가 눈에 좋고, 부시지 않고 잘 보이는데 흘러 내리고 땀이 나니 너무 귀찮다. 세상도 어둡게 보이고. 그렇지만 눈이 정상으로 올 때 까지는 싫어도 써야 한다. 
 
선봉사 앞 비탈을 헐레벌떡 넘고 법용사를 지나는데 다리가 자꾸 돌에 걸린다. 산에 자주 오지 않았다고 시위를 한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뒤에 인기척이 들리더니 순식간에 작은 블다배낭이 휙 지나간다. 어? 단단하게 틀이 잡힌 여자다. 따라가려다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자존심 세우려다 나만 골병든다. 영 언짢지만 어쩌랴, 따라가질 못하니. 그래도 여기 이렇게 와서 걷는 것이 어디냐며 위로한다. 순식간에 눈에서 사라진 이 등산객은 용학사샘 앞을 지나는데 내려갔다. 어디에서 돌아 내려왔는지 짧은 거리라 해도 너무 빨랐다. 
 
오늘의 코스는 짧게 보국문과 대피소를 걷는 것으로 정했다. 산에 들어온 시간이 7시 반이니 그 코스를 걸으면 정오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땀에 절은 손수건을 계곡물에 적시느라 쭈그리니 머리가 띵 하다. 뭐지? 빈혈? 에이, 설마. 일단 조심하고 천천히 걷자. 요즘 헬스장에서 빨리 걷는 것도 몸이 본 궤도에 이를 때까지는 조금 천천히 걸어야 된다. 근력운동의 레벨이 이제 예전으로 돌아온 것이 고맙다.
오랫만에 보국문으로 오르니 무너져 내린 돌들 사이로 옛길이 조금씩 보여 반갑다. 생각대로 왼쪽 대동문으로 향하다 되돌아 내려와 대성문으로 가는 성벽길에 붙었다. 순간적으로 이쪽으로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여기서 대동문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편하지만 반대쪽은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이쪽으로 걸은 지가 한참 되었기에.... 길의 전망도 이쪽이 백 배는 더 좋다. 
 
보국문에서 대성문을 가려면 성곽을 따라 잔뜩 피어 있는 온갖 꽃들을 보며 네 번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구간에서 보이는 경치는 전망대가 두 곳이나 있을 만큼 좋다. 지난번에 화려하게 피었던 정향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하겠다.
힘들게 대성문에 도착해 마루에 걸터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일어나 계곡으로 내려섰다.
내려오는 길이 그늘이 져 어두워서 잘 보이질 않는다. 이럴때는 색안경이 영 아니다. 계곡으로 내려와 대성암에 닿으니 길이 환해진다. 
 
힘이 부쳐 그랬겠지만 자꾸 돌뿌리에 걸리고 헛딛어 비틀거리며 긴 길을 내려왔다. 대피소갈림길  부터는 노골적으로 배가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유가 없다. 어서 가야 한다. 부지런히 내려와 역사관 앞에서 전화를 하니 손주들이 벌써 집에 왔단다.
더욱 부지런히 걸어 내려와서 산입구의 의자에서 싸 가지고 간 것들을 먹고 바로 집으로.  
집에 와서도 집안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배낭을 멘 채 손주들과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왔다. 아들 내외는 아직 오지 않았고 잠시 쉰 아내가 녀석들을 이끌고 놀이터에 간 사이가 꿀맛이다. ㅎ~~

 

계곡입구. 밤꽃 아래에서 워킹팀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제법 폭포답다. 큰 비가 와야 검게 낀 이끼가 쓸려갈 것이다.

역사관 앞. 이른 시간인데도 산객들이 많고 벌써 하산하는 이도 있다.

중성문 아래계곡. 잎이 무성해져서 물을 거의 가렸다.

중성문 역시도 나뭇잎에 가려져 있다.

저 위로 나월봉이 봉긋하게 보인다.

오늘은 싸리나무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산영루

대피소와 대남문 갈림길. 표지판 상으로 3.2키로 지점이다.

경리청상창지 앞길. 

아직도 공사중인 보국문

보국문

북쪽전망대. 나무가지들을 잘라내면 전망이 훨씬 더 좋은텐데....

남쪽전망대가 있는 봉우리. 성벽 너머로 보현봉이 보인다.

남쪽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주능선을 따라 성벽이 이어지고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펼쳐져 있다.

이곳도 나뭇가지들이 많이 자라 삼각산 풍경이 가려져 이제는 다른 장소에서 찍어야 했다.

능선길에 많이 보이는 이 꽃은 모야모에서 참조팝나무라 했다.

대성문으로 가던 중 뒤돌아 서니 남쪽전망대가 있는 봉우리가 보였다.

나뭇잎이 너무 우거지니 산이 무거워 보인다.

대성문. 여기서 잠시 쉬며 물 한모금 마신 후 계곡으로 내려섰다.

길 저 앞에 산영루가 있다.

역사관으로 내려왔는데 앞의 데크에 빈자리가 없었다.

다 내려왔다.

요 녀석들을 보러 서둘러 내려왔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8 행궁지 - 대성문  (0) 2023.07.09
6.22 고봉산  (1) 2023.06.22
6. 2 대피소 - 보국문, 눈비돌  (0) 2023.06.04
5.20 행궁지 - 대동문  (0) 2023.05.21
4.8 대남문 - 대동문  (0)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