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3 대피소 - 대동문, 시산제, 정희남, 최준성, 엄창섭

PAROM 2024. 1. 14. 12:53

어젠 등산 내내 떠들고 웃으며 걸었다. 정 박사와 걷기로 약속했었는데 친구들 둘이 더 와서 작은 청송회 등산모임이 되었다. 
 
연말부터 좋지 않았던 몸이 기어코 말썽을 부려 목과 코가 감기에 걸렸고 눈꼽이 많이 끼고 눈알이 붉어져 토요일에 병원에 가니 결막염이란다. 그래서 지난주 등산은 쉬었다.
새해가 되어 손주들 등교 시키러 안산에 갈 일이 많아졌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벌써 나흘을 다녀왔고 다음주에도 나흘을 다녀와야 한다. 새벽 4시에 가는데 눈이나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목요일에는 안산에 다녀와 지하주차장에서 후방주차를 하다가 후방카메라와 유리창이 튄 흙먼지에 가려진 바람에 BMW740LI의 조수석 문을 긁는  대형사고를 쳤다. 차 보험료가 또 오르게 생겼다. 보험회사 직원이 일렬로 이중주차된 차를 몸으로 밀다가 사고 나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단다. 조심해야겠다. 
 
새해 첫 등산이라 시산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안동소주 한 병과 안주거리 몇 개, 귤, 떡,  샌드위치 등등을 배낭에 넣고 약속시간에 맞춰 느즈막히 집을 나섰다. 단체 카톡을 보니 최 원장과 엄 회장도 온다고 했다. 집을 나온 후에 온 연락이 있어 인원 수 만큼 준비를 못했지만 어쩔 수 없다. 평소보다 짐을 조금 더 넣었을 뿐인데 배낭끈이 어깨를 파고 든다. 아프고 무겁다. 
 
구파발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1번출구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9시가 넘어서 다 모였는데 둘은 등산하기에 적합한 차림이 아니었다. 그래도 늦은 나이에 등산을 시작하는 멋진 친구들이다. 밖으로 나와 주말버스를 타고 북한동으로 향했다. 산으로 가는 길에도 입구에도 선남선녀들이 많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계곡으로 들어서니 길이 하얀 눈으로 덮였다. 수구정 앞에서 아이젠을 신는데 많은 이들이 지나갔다. 신입인 친구들은 아이젠을 돌려 신었다. 나도 처음엔 저랬었을 것이다. 
 
길을 제대로 걷기 시작하자 친구들 입이 떨어졌다. 오르막길인데 힘도 들지 않나보다. 난 대답하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들어 답이 짧다. 대학시절  얘기로 들어가자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참 돌아가고픈 시절이다. 신입 둘이 잘 걷는다. 다행이다. 아니 큰일이다. 내가 처질 것 같다. 배낭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속에 든 것들을 나눠 먹으려다 시산제 후에 그러기로 하고 참는다. 짐은 가벼운 것이 좋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쓰지 않는 것은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다닌, 몇 년간 꺼내지 않은 것들도 많다. 
 
시산제를 하기로 했으니 대동문 위의 제단으로 가야 한다. 계곡 따라 바로 오르지 않고 대피소를 들려 가기로 작정했다. 주초에 내렸던 눈이 길에 거의 그대로 있다. 항상 볕을 받는 곳들만 녹았다. 아침에는 추웠는데 조금 걷다보니 땀이 났다. 친구들도 나와 같은 가 보다. 대피소갈림길에서 태고사를 지나 본격적인 오름길에 들어가니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탓이리라. 운동을 쉬면 안 되는데 안산을 가야하니 어쩔 수 없다. 새벽 6시부터 하는 것이 습관이라 시간이 바뀌면 하고 싶지 않다. 헬스장에 가더라도 샤워만 하고 온다. 버릇 참 고약하게 들었다. 
 
꾸준히 내 리듬에 맞춰 힘겹게 대피소에 올라 배낭을 벗고 쉬었다. 친구들은 쌩쌩한데 나만 힘든 것 같다. 최 원장이 사진을 전송해 달라고 해 단톡방으로 보냈더니 다른 친구들 반응이 시원찮다.
갑자기 지난 수요일에 갑자기 떠난 김석범군이 생각났다. 81년에 국제에 입사하면서 부터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 퇴직 후엔 몇몇이 함께 모임을 만들어 분기마다 만났고, 연말 모임도 했고 며칠 전에 통화도 하며 해외 배낭 여행을 함께 하자고 했는데 고창 감밭에 올 농사준비를 혼자 하러 갔다가 밭에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단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모임에서 강교현군에 이어 벌써 두 명째다. 나머지 친구들이 빈소에 모여 건강을 잘 챙기자고 하며 서로를 위로했었다. 
 
햇볕을 가렸다고 비키라는 늙은이를 피해 동장대로 향했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길이다. 아이젠이 눈에 박히는 소리가 좋다. 뽀득 뽀득 뽀드득.... 동장대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바로 제단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제단이 비었다. 성곽 옆에 두 명이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제단에 술과 가지고 간 음식을 다 올려 놓고 올해도 등산을 잘 하게 해달라고 빌며 절을 두 번했다. 교회에 충성을 다 하는 엄회장은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옆으로 옮겨 음복과 점심식사. 모자란 음식이지만 모두 나눠 먹고 커피도 마신 후 대동문으로 내려가 바로 하산을 했다. 눈이 돌틈을 메운 덕에 하산길이 편하다. 엄 회장은 뛰어 내려간다. 힘이 넘치는 모양이다. 시야에서 사라진 바람에 정 박사에게 농담으로 혼자 빨리 못 가게 아이젠을 벗기자고 했다. 
 
친구들 덕에 오랜만에 지루하지 않은 하산길이 되어 북한동으로 내려왔고 엄 회장의 선택으로 숙이네 집에 들러 빈대떡, 막전,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간단히 마시고 구파발에서 헤어져 집으로 오니 4시가 넘었다. 샤워하고 막걸리를 한 잔하고 있으니 딸이 6시가 넘어 집에 왔다. 월요일에 태국에 한 달간 간단다.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다. 나도 손주들 등교만 아니면 가고 싶다. 태국. 라오스, 시아누크빌, 조지아, 터키, 블라디보스톡, 발리, 그리스, 이탈리아, 이집트, 코타키나발루.... 어디든지

 

 

힘들게 오르는 중 만난 폭포가 시원함을 주었다.

 

가자! 친구들과 같이 산을 보러....

 

이렇게 넷이 걸었다. 엄 회장, 최 원장, 정 박사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원효봉. 볕을 많이 받는 곳이라 눈이 다 녹았다.

 

역사관에 도착해 친구들을 기다렸다.

 

중성문 아래 계곡

 

산영루 옆의 비탈. 눈이 쌓여 오르기 힘들다.

 

산영루 옆 와폭에 숨구멍이 생겼다.

 

산영루를 배경으로 친구들과 

 

태고사를 오르는 비탈을 친구들이 오르고 있다.

 

대피소로 오르는 길

 

힘들게 대피소에 올랐다.

 

대피소 앞 나무들 사이로 문수봉이 보였다.

 

동장대 앞 전망대

 

동장대에서

 

이 제단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시산제를 마치고 떠나기 전에 삼각산을 배경으로....

 

대동문

 

여름에 알탕하던 웅덩이. 지금은 못들어 가겠다.

 

역사관을 그냥 통과했다.

 

대서문

 

친구들이 계곡입구를 벗어나고 있다.

 

다 내려왔다.

 

숙이네에서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7 대성문 - 대동문  (2) 2024.01.28
1.20 보국문 - 대동문  (0) 2024.01.21
12.31 보국문 - 대피소  (1) 2024.01.01
12.23 대성문 - 행궁지  (1) 2023.12.24
12.16 대피소 - 보국문  (1)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