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4.27 운길산, 청송회 친구들과

PAROM 2024. 4. 28. 10:12

어제는 많이 마셨다. 아직 멍하다. 오랜만에 서울 밖 먼 곳에서 친구들 여덟이 만나 웃고 떠들다가 보니 마냥 마시게 되었다. 이제 술을 줄여야 되는데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일주일에 세 번에서 두 번으로 횟수가 줄은 것이다. 
 
청송회 모임을 팔당 운길산역 근처 장어집에서 오후 3시에 하기로 했고 등산을 할 친구들은 오전 11시 11분 도착하는 열차를 타고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탄현역에서 9:21에 출발했으니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렸고 승객이 많아 이촌역에서 겨우 앉을 수 있었는데 내릴 때까지 칸 마다 서 있는 이들이 서른은 넘어 보였다. 아마도 다시는 주말에 이 열차를 타지는 않을 것이다. 역에서 밖으로 나오며 산에 가기로 한 친구들을 만나 역 뒷길로 해서 운길산으로 오르는 길로 올랐다. 산은 역에 가까이 있었고 수종사가 산의 7부 쯤에 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산의 초입에 집이 한 채 있었는데 배우가 산다고 했고 산길은 그집을 바로 옆으로 지나 시작되었다. 길 아래쪽은 흙길에 바위가 많이 묻혀 있었고 평지나 내리막이 없이 계속 위로만 오르는 형태였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3.1키로라 표시되어 있었다.
우린 볕을 피해 계곡을 따라 올랐는데 나무에서 줄에 달려 내려오는 벌레들이 많아 피해서 올라야 했다. 한참을 오르다 능선길에 닿았는데 길은 바위가 훨씬 더 많은 흙길로 변했다. 2.2키로를 지난 지점에 나무의자가 있어서 그곳에서 배낭을 풀어 김밥과 샌드위치, 과일 등으로 가볍게 점심을 먹으며 욱진 형이 가져온 집에서 담근 맛있는 막걸리를 두 잔씩 마신 후 위를 향해 걷기 시작해  오르던 산의 꼭대기 평상에 앉았는데 정상은 270미터를 더 가야 된단다. 마치 대남문 뒤의 성곽길에서 문수봉을 보는 듯한 거리감이었다. 
 
평상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해 운길산 정상에 서니 하얀 돔이  있는 곳이 매봉산이란다. 그곳에서 오는 이들도 많았다. 산 아래 기차역 쪽으로는 양수리와 한강이 보였다. 하늘에 볕은 났지만 미세먼지인지 스모그인지 때문에 선명하지는 않았다. 맑은 날에 보면 기막힌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사방을 둘러 보는데 한 친구가 모자가 없단다. 점심 먹으며 벗어 놓고 그냥 온 것 같단다. 내려갈 때 수종사로 가기로 했는데 그러면 한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단다. 찾으면 다행인데 어쩔 수 없이 찾으러 가야지.  
 
사진을 찍고 돌아 내려가 앞 봉우리 평상에 갔는데 다행이 모자가 있었다. 덕분에 올랐던 길로 내려가지 않고 수종사 가는 길로 내려가는데 숲길의 비탈이 무척 심해 스틱이 없으면 발을 듣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길로 한참을 고생하며 내려갔는데 앞에 돌계단길이 나왔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갔으면 편하게 내려오는 길이 있었는데.... 계단길을 조금 내려오니 수종사로 오르는 돌계단길이 나왔다. 그 길 조금 위에 전망이 기막힌 수종사가 있었다. 조선 세조가 세운 절이란다. 세조에 관한, 병 치료 차 지방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맑은 종소리가 들려 찾아보게 하니 바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고 그곳에 조카딸을 위해 수종사를 세웠다는 얘기가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속 절들은 모두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절을 찾아 다니면 저절로 건강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요즘 쓰는 말로 힐링?  
 
수종사 앞까지 차들이 있었다. 이 높은 곳까지 불공보다는 경치를 보려고 온 차들인 것 같다. 절에서 마을까지는 2.8키로란다.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인데 경사가 심했고 빈번하게 다니는 차들로 위험했다. 그길로 내려오는데 친구들이 한결같이 발이 아프단다. 콘크리트길을 거의 다 내려와 숲길로 들어서서 잠시 쉬며 안동소주 한 잔씩 마시고 약속장소인 장어집으로 가니 3시 5분 전이다. 산에 오르지 않은 친구들 넷이 먼저 와 있었다. 히말라야에 트래킹 하러 간 친구 등 셋이 오지를 못했고 여덟이 12인분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 커피 한 잔 씩 마신 후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구를 친다고 왕십리역에 내렸는데 한 친구는 환승해서 바로 집으로 갔고 다섯은 당구장으로 나는 홍회장과 같이 생맥주 한 잔하고 느지막이 집으로....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훤하다.

 

 

자, 친구들도 만나고 산도 오르러 가자!

 

산을 오르다 돌아보니 나무가지 사이로 양수리가 보였다.

 

산은 웃으며 오르는 거다.

 

운길산 정상에서 양수리를 배경으로. 미세먼지 때문인지 뿌옇다.

 

같이 산을 오른 친구들과

 

정상의 넓은 데크

 

저 건너로 예봉산이 보였다.

 

친구들

 

수종사로 오르는 돌계단길

 

부처님 오신날이 가깝다.

 

동종각과 500년 된 은행나무

 

일주문

 

시멘트길

 

기분 좋다.

장어집 옥상에서 커피 한 잔 후 운길산을 배경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은 한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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