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5.11 대성문 - 대피소

PAROM 2024. 5. 12. 11:00
이틀 전에 큰 숙제였던 상가 결산서 작성을 하고 나니 개운했다. 거기다 지난 화요일에 마시고 사흘을 쉬었으니 아침 일찍 가쁜하게 깼다. 눈 뜨자마자 비가 온다는 소식이 궁금해 일기예보부터 봤다. 다행히 3시부터 비가 오는 것으로 나온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출근하게 됐다며 점심을 뭐 가져갈 거냐고 묻는다. 난 늘 '아무거나 편한대로'가 답이다.
지난주도 그렇고 오늘도 일찍 밥을 먹고 양치를 했으니 늘 타던 차의 앞 차를 타기 위해 바로 집을 나섰다. 다음 열차는 22분 뒤에 온다. 이 열차가 조금 늦으면 대곡에서 15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열차가 제 시간에 운행을 해서 대곡에서 바로 환승을 했다. 그리고 구파발에 내려 버스정거장에 가니 7시 50분이다. 주말버스는 8시부터 다니니 아직 14분도 더 남았다. 일찍 온 보람이 없다. 8시가 거의 되어 도착한 704번 안을 보니 승객들이 서 있다. 두번 째로 타서 뒤로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편히 산에 가려고....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 이들이 앞에 엄청 많다. 이른 시간엔 많지 않았는데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얇은 점퍼를 입었는데도 덥다. 벌써 여름인가?  
 
계곡 입구를 지나 수문자리로 오르니 불어오는 바람 맛이 달달하다. 잊었던 기억이 살아난다. 하얀 꽃들이 눈 앞에 가득하다. 입속으로 향긋한 아카시나무의 꿀맛이 느껴진다. 어릴적엔 이 하얀꽃을 많이 따 먹었다. 그러다 꽃 속에 들었던 벌에 혀를 쏘이기도 했었다. 옛 생각에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산길을 올랐다. 아카시나무는 계곡 아래에만 있었다 .
며칠전 내린 비 덕분에 계곡이 조금 맑아졌다. 폭포도 물이 많아졌고 끼었던 이끼들이 떨어져 나가 바위가 하얘졌다. 역시 비는 고마운 존재다. 큰 숙제를 해결해서 인지 목요일 운동을 쉬어서 인지 조금 빨리 걸었는 데도 힘이 남는 듯하다.  
 
이젠 역사관 앞에 도착하면 무조건 데크 위의 의자로 가서 배낭을 벗고 숨을 고른다. 물도 마시고 이어폰도 낀다. 그리고 내가 지나쳐온 이들이 다 지나가기 전에 다시 길로 나선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정향나무는 무조건 보러 가야겠다. 남장대지능선? 2주 연속 갔고 지난주엔 꽃몽우리도 맺지 않았었다. 그러면 오늘은 주능선을 타자. 지난주에 맺혔던 몽우리가 피었을 것 같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산길이 호젓하다. 천천히 걷자고 했는데 발은 자꾸 헛 딛는다. 그 바람에 힘만 몇 배 더 든다. 근시용 안경을 벗어서 그랬다. 안경을 다시 쓰면 렌즈에 김이 서려 더 안 보였다. 난감하다. 콧기름을 렌즈에 바를까? 다행히 보국사지를 지나며 김서림이 사라졌다. 땀에 절은 손수건을 징검다리에 쭈그려 앉아 적실 때 지나쳐 간 젊은이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꾸준함이 최고다. 그니는 대성암에서 사진을 찍는 사이에 또 앞으로 가더니 내가 대성암으로 오르는 바람에 시야에서 사라지며 잊혀졌다.  
 
기를 쓰며 대성문으로 올랐다. 그런데 다른 때 보다 힘이 남았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 용을 쓰고 오르는 바람에 일 년 만에 입은 티셔츠가 가슴까지 다 젖었다. 아마도 오늘 산길에서 가장 높은 곳이 될 성문 앞에서 셀카를 하고 주능선으로 올랐다.
대성문 지붕 아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산길을 걷는데  갑자기 뒤가 땡긴다. 돌아보니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이 급하게 달려들 듯이 쫓아온다. 도망치듯 달렸다. 다행이다. 힘을 다하니 나보다 빠르지 않다. 그런데 이 두 명은 나와 앞 뒤 서면서 주차장까지 내려와서야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산길 걷기가 운동 겸 여행 겸 사색의 시간이 된 지 오래다. 쓸데없는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전망대가 보이는 능선까지 왔다. 주능선에 한 그루 있는 정향나무는 지난주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실망이 컸다. 그간 밤 기온이 낮은 탓에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라 위로를 했다. 보국문으로 가는 첫 내리막 돌계단을 지나 쇠난간이 있는 바위를 오르면 길 옆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그걸 보러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여길 온 것인데.... 다음주에 다시 와야  한다.  
 
보국문에서 내려가려다 대피소까지 갔다. 산에 걸린 플래카드 내용이 변했다. 지난주엔 대동문 부터 입산금지 였는데 용암문으로 변했다. 예측한 대로 만경대가 무너진 거였다.
대피소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내려와 역사관 앞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계곡으로 내려왔다. 혹시 아는 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한 정거장을 거슬러 CU편의점 앞으로 가서 704번을 탔는데 역시나 서서 왔다.
집에 오니 그제 주문한 국산 백합이 도착해 있었다. 마늘과 고추만 넣고 끓여 안주로 하니 시원한 것이 참 좋다. 역시 백합은 좋다.

 

만경대에서 낙석이 발생해 새로운 플래카드가 달렸다. 지난주엔 대동문까지 통제 했었다.

 

 원효봉이 보이는 수문자리에 아카시꽃이 만개했다. 아카시꿀 향이 온누리에 퍼져 있었다.

 

비가 오니 물도 늘었고 바위도 깨끗해졌다.

 

북한동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쉬는 것이 의무처럼 되었다.

 

이제 제대로 된 플래카드가 달렸다. 그러나 지난주에 붙였던 것들도 헛갈리게 아직 남아 있었다.

 

중성문 아래 계곡이 무성한 잎으로 다 가려졌다.

 

중성문. 얼핏 보면 나뭇잎에 가려 안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나월봉. 오늘은 저곳 가까이로 가지 않을 것이다.

 

산영루

 

대성암도 석탄일을 맞아 불자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대성문. 오늘 산길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랐다.

 

산이 더욱 푸르러졌다. 이 사진 뒤쪽에 정향나무가 있다.

 

주능선 위의 정향나무.  꽃을 보려면 다음주에 또 와야 한다.

 

저 아래 두 명이 대성문에서 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북한동까지 걸었다. 앞 봉우리가 남쪽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전망대 봉우리에서 보이는 삼각산

 

남쪽전망대의 전망. 앞의 형제봉 그 뒤로 백악, 인왕, 안산, 남산, 관악산이 보이고 오른쪽이 보현봉이다.

 

북쪽전망대. 이정도로 나무잎이 무성하면 가지치기를 해야 되지 않나?

 

보국문. 아직 포크레인이 있고 가설계단도 그대로다. 언제나 끝내려는지?

 

칼바위와 형제봉

 

대동문

 

제단 뒤에서 보이는 삼각산

 

큰꽃으아리. 이길로 그리 오래 지나다녔어도 처음 봤다. 꽃이름은 '모야모'에 질문해서 알았다.

 

동장대. 주변에 줄을 두른 것이 여기도 보수공사를 하려나보다.

 

전망대 앞의 나무들은 정리할 수 없나?

 

대피소. 오늘은 물 한모금만 마시고 바로 내려섰다.

대피소 광장 건너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였다.

 

비가 많이 왔는 지 계곡이 깨끗해졌다.

 

다 내려 왔다.

 

저녁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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