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 2 대남문 - 행궁지, 알탕

PAROM 2025. 8. 3. 07:06

마음이 여러가지 지저분한 일들로 편치 않다. 아직 세속의 아수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보름간 바쁘게 보냈다. 제일 많이 걸린 시간은 차를 캠핑할 수 있게 개조하며 파워뱅크를 달고 자동차검사까지 마친 일이었다. 유치원이 방학을 하게 되어 손주들이 며칠 집에 와 있은 것도 꼼짝 못하게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아파트 일이 일주일 넘게 진행 중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 답답하다. 평생 해 왔던 인사관리 일이었는데 참 힘들게 됐다. 
 
지난주에는 산을 거르게 되었고 그 앞 주는 비 때문에 둘레길을 걸었는데 그동안 산속이 어찌 있었는지 궁금해 오늘은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너무 힘들면 중간 계곡에 발을 담갔다 오더라도 꼭 가고 싶었다. 지금 기온이 너무 높고 한창인 휴가철이라 산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침을 일찍 먹고 냉동햄버거를 녹이고 과일을 담고 물과 캔 하나를 챙긴 후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훨씬 시원했다. 풀에 쓸리지 않거나 모기만 없다면 여름엔 늘 이 차림으로 산에 다니고 싶다. 계속된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쳐 시원한 곳에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오늘 아침 기온은 착하게도 25도다. 열차를 타러 가다가 버스정거장에서 80번 버스를 탔다. 아직 열차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대화역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를 듯 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주말버스를 타고 산 입구에서 내려 걸어 오르는데 아직은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오랜만에 산에 들어갈 수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그런데 생각보다 등산객들이 많다. 벌써 내려오고 있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 지나쳐 내려가는 이들이 부럽다. 아직 9시 전이니 이들은 몇 시에 시작한 거지?
궁금한 것에 집중하다 숲이 시끄러운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매미와 다른 벌레들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고 계곡에는 물이 겨우 흐르고 길가에 꽃은 거의 보이지 않고 나는 허리 아픔을 견디며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배낭에 눌린 어깨가 아프다는 것도. 
 
앞 가슴이 다 젖어서야 역사관 앞 데크에 오를 수 있었다. 빈 의자를 찾아 쉬며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이어폰을 끼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얼른 일어나 길로 들어가 그들과 섞였다. 아직은 덥게 느껴지지 않아 더 걸을 수는 있겠는데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올라가서 알탕을 하고 싶었다. 힘 닿는데 까지만 가자. 이렇게 더운 날 무리하면 안 된다. 그렇게 다짐하며 걸음을 걷다보니 갈림길들을 계속 지나쳤다. 내 발길은 백운동계곡을 따라 걷고 있다. 보국문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길이 너덜지대로 변해 걷기 어렵게 한다. 금위영이건기비 근처 공터를 빼고는 길이 울퉁불퉁한 돌길이다. 눈이 내려 돌들을 덮을 때 외엔  걷기 어렵다. 
 
대성암을 지나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대남문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대성문으로 가는 길과 같이 힘들긴 매한가지다. 무릎을 짚으며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면 대남문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서 인지 기온은 아직 괜찮은 듯 한데 힘은 다 떨어졌다. 바람이 불면 좋은데 어쩌다 겨우 한 조각 불 뿐이다. 그래도 이길은 대부분 나무그늘이라 햇살에 따갑진 않다. 바로 문수봉으로 올라가 쉬기로 했다. 그런데 짧은 거리가 왜 이리 멀고 가파르냐? 숨이 턱에 찬다. 
 
문수봉에는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있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나무그늘 아래 바위에 들어가 앉았다. 앉는 것이 불편해 스틱을 펴고 이내 일어나서 청수동암문으로 향했다. 상원봉을 우회해  남장대지에 왔는데 의상능선 쪽에서 바람이 오는 듯하여 돌에 걸터 앉아 쉬었는데 이내 잠잠해진다. 남장대지능선을 지나 행궁지를 크게 도는 길로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며 너댓 번을 엉덩방아를 찧었고 비틀거린 것 까지 하면.... 다리에 힘이 빠져 벌어진 일인데 뼈가 성한 것이 다행이다. 땀에 젖은 엉덩이와 배낭, 스틱이 모래와 흙 범벅이 되었다.

무수히 자빠지며 힘겹게 내려와 알탕장소에 닿아 바지주머니 속에 든 핸펀과 지갑을 빼 놓고 물 속으로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지난 번 처럼 물이끼도 없고 물도 적당히 차갑다. 게다가 맑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참 좋다. 한참을 물속에 있다가 나와 배낭 속의 먹거리들을 치우는데 깔따구들이 덤빈다. 모기기피제를 바르지만 불안하다. 다시 물 속으로....  시원하다. 
 
모기는 정말 싫다. 모기만 없으면 늦게까지 물가에 있었을텐데 다시 배낭을 꾸려 길로 나왔다. 바지째  물 속로 들어가니 잘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내려오는 동안 시원한 느낌이 있어 좋다. 산 아래로 내려올 수록 더워졌다. 선봉사 앞길에서 일행들과 올라오는 은단풍을 만났다. 오랫만에 보니 반가웠다. 산친구들과 같이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산을 벗어나니 덥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멀고 힘들다. 하지만 집에 와서 찬물에 샤워하고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오늘 산은 좋았지만 내 힘의 한계를 다시 느꼈다. 젊은이들 모두가 나를 지나쳐 갔다. 내가 지나친 것은 늙은이들 뿐이었다.

 

8.6에 삼척 검봉산으로 3일 간 간다. 또 북한산을 건너 뛸 것 같다.

 

분위기가 오늘도 덥겠다. 그래도 가야지....

 

수문자리를 지나며 계곡이 많이 말랐음을 확인했다.

 

계곡폭포는 간신히 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 더워서 그런지 일찍 온 이들이 많았다.

 

중성문 아래 계곡이 참 맑았다. 그냥 저곳에 들어가 눕고 싶은 데.... 내려오며 보니 이 탕은 여자분들로 만원이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계곡의 앉을 자리는 모두 꽉 차 있었다.

 

중성문. 이 앞 사람도 나를 휙 지나갔다.

 

네 발로 옛길에 오르면 바로 보이는 나월봉. 참 멀리 보였다.

 

산영루. 옛 분들처럼 정자 안에서 놀면 어떨까?

 

경리청상창지 앞길

 

금위영이건기비가 풀에 묻혔다.

 

대성암. 이곳에 닿으면 왠지 다 온 기분이다. 하지만 대성문이나 대남문 모두 500미터 남았으니 아직 멀었다.

 

대남문이 보이니 거의 다 왔다. 하지만 문수봉은 여기서 또 올라가야 한다.

 

대남문. 요증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문수봉에 올랐다.

 

구기동계곡

 

삼각산

 

청수동암문 앞

 

의상능선. 높고 멀리 보이던 나월봉이 저 아래에 있다.

 

남장대지 앞에서 보는 삼각산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건너편 주능선 한가운데 보수공사 중인 동장대가 보였다.

 

능선에서 내려가며 바로 보이는 삼각산과 위의 도봉산

 

알탕 장소. 모기만 없으면 최고인데....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