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16 보국문 - 대피소

PAROM 2025. 8. 17. 08:10

6월 초에 큰 비가 내려 입산이 금지된 바람에 둘레길을 걸은 후 8월 중순이 될 때까지 여러 이유로 매주 북한산에 갈 수 없었다. 지난주는 삼척의 검봉산자연휴양림에 다녀오느라 쉬었는데 지금까지 다녀 본 휴양림 중 계곡에 들어갈 수 없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 더운 계절에 산속으로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시원한 바람과  계곡물에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함인데 선풍기나 샤워기에만 의지해 그러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주중에 고양과 파주에 비가 많이 내려 핸드폰이 수시로 범람, 통제, 대피, 우회 등의 경보를 알렸다. 연휴가 시작되는 광복절에 산에 가려고 했는데 입산이 금지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루를 기다려 토요일에 가기로 하고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북한산은 세 곳만 통제되고 있다. 내가 자주 다니는 곳 중에는 태고사에서 봉성암 사이의 길이 포함되었다. 그러면 그 길을 피해서 가면 될 일이다.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찬밥을 덥혀 된장국에 말아 먹고 전날 깎아 놓은 참외와 복숭아를 담고 편의점에서 가져온 햄버거를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아내가 손주들 보러 월요일에 갔다가 오늘 오기에 내가 설겆이까지 다 하려니 바쁘다. 
 
비가 많이 왔으니 계곡에 물이 많을 것이고 숲모기들은 바람에 많이 날려갔을 것이다. 오늘 낮기온이 30도를 넘으니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하늘은 마치 비를 뿌릴 듯 구름이 검다. 일기예보가 맑다고 했으니 믿고 우산은 두고 나왔다. 역으로 가는 길에 80번 버스가 와서 타고 대화역으로 가 지하철을 탔는데 한참을 꿈쩍도 않는다. 양주37번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등산객들이 꽤 많다. 이제 8시 조금 넘었는데 부지런한 이들이다. 
 
계곡으로 들어가려고 입구로 갔는데 금줄이 쳐 있다.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산 전체를 막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찻길을 부지런히 걷는데 숨이 턱에 찬다. 아스팔트라 발은 편한데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허리가 아우성이다. 내 걷는 자세가 잘못되었나 보다. 길 위에 가끔씩 물에 쓸린 흔적들이 나타났다. 외국인이 포함된 러너들 너댓이 휙 지나갔다. 내가 저들 나이라면 등산로에서 러닝을 할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역사관 앞 데크의 의자가 꽉 찼다. 배낭을 만지는 사람 곁으로 가서 빈 공간에 배낭을 내려 놓았다. 웃옷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바람 없고 더운 길을 올라온 흔적이다. 이어폰을 끼고 찬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배낭을 둘러 메고 길로 들어갔다. 선봉사 비탈길 입구에 금줄이 쳐졌다. 길은 멀쩡해 보이는데 왜? 오히려 데크계단이 물이 넘쳐 쌓인 잔해들로 불안해 보이는데.... 이유는 법용사가 보이면서 밝혀졌다. 콘크리트길이 크게 파였다. 그리고 다리의 난간들도 다 떨어져 나갔다. 두 곳의 계곡물이 합쳐지는 병목구간이라  이렇게 되었나 보다. 비로 많은 물이 흐르며 남긴 흔적은 보국문 갈림길 아래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 위로도 길이 무너진 곳이 있었겠지만 난  보국문으로 올랐으니.... 경리청상창지를 지나 두번 째 물 건너는 곳 아래가 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들어 계곡에서 한참을 헤맨 후 지나가는 등산객을 보고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에휴. 
 
바지까지 땀으로 적신 후에 보국문에 오르니 바람이 없다. 늘 문 앞에 바람이 불어 몸을 식혀 주었는데. 돌계단에 앉아 물 한모금을 마시며 정릉 쪽에서 온 산객들과 얘기하다 일어나 대동문을 향해 걸었다. 원래는 대성문으로 가려고 했는데 몸이 그냥 반대로 향하니.... 성곽에 붙은 길에 풀과 잔 나무가지들이 너무 많이 자라 길바닥이 보이지 않고 맨살을 쓸었다. 그걸 피해 옆 길로 내려가 걷기도 하며 대동문을 지나 동장대로 갔는데 능선에는 비 때문에 길이 무너진 곳은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3시 넘어서 출발한단다. 동장대를 빙 돌아 대피소로 가다가 생각하니 내려가는 길이 막혔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위문이나 다른 곳에서 내려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바로 내려가는 길로 내려섰다. 앞에서 가는 이들을 지나쳐 가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들 셋이 올라온다. 길이 막히지 않았다는 증거다. 길에 물이 많이 흘러 파인 흔적이 여러 곳 보였다.  봉성암과 갈리는 계곡의 징검다리돌 두 개가 쓸려 나갔다. 무척 큰 돌들인데. 태고사 앞에서 국립공단 직원 둘이 금줄을 치고 있다. 석축이 무너져 위험하단다. 태고사 안으로 돌아서 내려갔다. 그 바람에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엄청난 크기의 새로 세워진 비석을 볼 수 있었다. 
 
땀으로 다 젖었는데 그냥 내려가면 버스와 지하철에서 고약한 냄새로 민폐를 끼칠 것이다. 알탕을 하러 다시 계곡을 따라 올라가 내가 늘 알탕을 즐기는 곳에 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하다. 평평한 바위는 그대로인데 앞쪽 바위가 계곡으로 쓰러졌다. 이러면 물속에 드나들기 힘드는데.... 일단 배낭에서 자리를 꺼내 깔고 먹거리를 꺼냈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반바지도 벗었다. 그리고 조심하여 바위를 내려가 물속으로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 기분에 기를 쓰고 오는 것이다. 비가 크게 온 뒤라 수량도 많고 깨끗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적당한 깊이다. 아, 배낭에 들은 따끈해진 맥주를 식혀야겠다. 앞 바위가 쓰라러 바람에 물속으로 드나들기 어렵다.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인데 한 명이 들어와 보며 어쩔줄 모르고 있기에 빈 곳에 자리를 잡으라 하니 냉큼 배낭을 벗는다. 내가 잘 했다. 물속에서 나와 과일과 햄버거를 먹는데 모기인지 깔따구인지가 덤빈다. 한 마리를 잡고 살펴보니 모기다. 덤비는 숫자는 적은 데 강력한 놈이다. 공연히 이곳저곳이 가렵다. 결국 먹다가 한 방을 물렸다. 
 
맥주 한 캔에 알딸딸해져서 내려오는 길이 쉽다. 역사관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로 사람들이 올라온다. 아무 생각없이 찻길로 내려와 계곡입구로 가서 보니 금줄이 없다. 계곡으로 내려올 껄....
이제 내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기저기 눈 돌리지 말고 오늘도 일찍 집에 가서 샤워하고 편하게 시원한 막걸리 한 잔하고 푹 자자.
다 마시고 설겆이까지 했는데 아내가 왔다.
 
오늘도 가자!

 
먹구름이 산을 덮었다. 그 뚫린 틈으로 볕이 강하게 내렸는데 찍는 사이 사라졌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에 금줄이 쳐졌다.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찻길로 왔어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벌써 내려가는 이들도 많이 보였다.

 
법용사 건너 길이 파였다. 데크도 무너졌다.

 
법용사 앞 다리 난간들이 사라졌다. 내려오다보니 난간자리에 금줄을 쳤다.

 
중성문 아래 계곡엔 물이 많은 정도였지만 길은 파여서 엉망이 되었다.

 
중성문 아래 비탈길의 커다란 바위들이 다 자리를 떠났다.

 
물에 떠내려 온 돌들이 중성문 안으로도 들어왔다.

 
중성문 위의 길도 뭔가 변한 느낌이다.

 
오늘도 네발을 쓰는 길을 지나 옛길로 올라 나월봉을 봤다.

 
산영루

 
용학사에서 중흥사로 가는 길이 깊게 파였다.

 
경리청상창지를 지나서 본 물 건너는 곳. 커다란 바위들이 떠내려 왔다.

 
보국문에 올랐다.

 
보국문

 
문수봉을 배경으로

 
칼바위와 형제봉. 그 뒤로 백악

 
대동문. 나무들에 가려졌다.

 
제단 뒤의 성벽 너머로 삼각산이 보였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갑니다.

 
동장대는 아직도 수리 중....

 
그대로인 대피소 아래 광장

 
봉성암 갈림길 옆의 계곡 징검다리돌 두 개가 쓸려 내렸다.

 
내가 즐기는 알탕장소. 길에서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찾는 이가 없었는데 오늘은 둘이 썼다.

 
앞으 바윗돌이 떨어져 내렸다.

 
시원.........

 
대서문으로 내려왔다.

 
다 내려왔다. 아침에 본 금줄이 치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