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시간이 아내가 집에 있는 날은 7시가 넘어야 되고, 없는 날은 6시 대다. 혼자면 눈 뜨고 바로 준비를 하지만, 있으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도 손주들 보러 자주 가야 되는데 주말엔 집에 있는 때가 많다고 한다. 늦게 가게 생겼다.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 8시부터 종일 비가 내리는데 가끔 그치는 때가 있다. 아내는 비 오는데 뭐하러 가냐고 한다. 비를 맞으면 땀을 식힐 수 있어 더 좋다. 알탕도 일부러 하는데 저체온증만 피하면 최고다. 방수 배낭에 햄버거와 과일, 물, 우산, 수건을 넣고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하늘엔 옅은 구름이 끼었고 파란 하늘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런 하늘이면 오늘 비가 내리지 않을 듯하다.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 길이 한산하다. 하늘은 조금 더 어두워졌고 구름도 짙어졌다. 시원한 바람이 가끔씩 불어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계곡 앞에 서자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감싼다. 물소리가 크다. 계곡에 물이 넘칠 듯 흐르고 있다. 길은 젖어서 촉촉하다. 볼이 떨어진 등산화가 불안하다. 오래되어 효능이 사라진 것들은 이제 정리해야 할 듯하다. 우리집에서 내가 제일 오래 되었는데.... 허리가 걸리적 거린다. 이건 계곡폭포를 지나야 겨우 풀리니 참고 걸어야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 덕분에 칠팔월 때 보다 약간은 쉽게 역사관에 도착했다. 그러나 옷은 다 젖었다. 데크 위의 의자들 중 마른 곳을 찾아 배낭을 벗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오랫만에 긴 바지를 입었다. 그 덕에 다리는 깔따구의 총공세를 피할 수 있었지만 노출된 목과 팔은 여기저기가 부풀어 올랐다. 쉬면서 음악앱을 켜려고 했는데 사라져 버려서 찾느라 한동안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라진 앱은 오늘 아침에야 새로 생겨진 끝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어폰을 끼지 않은 덕에 산에서 나는 소리들을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
법용사를 지나는데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뭇잎에 맺혔던 이슬들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빗물이 시원해 우산을 펴지 않고 걸었다. 빗방울이 점점 커지고 많이 떨어졌지만 그냥 내리는 비를 즐겼다. 그러다 중성문 안에서 배낭 안에 지갑을 넣으며 우산을 펼쳤다. 우산을 들고 오르기가 불편해 이내 우산을 접어 엉덩이에 걸치고 오르다 그것도 귀찮아 배낭 옆에 넣고 걸었다. 몸은 이제 알탕 상태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비도 오니 조금만 걷기로 한다. 중흥사를 지나 대피소로 오르는데 전봇대가 반쯤 기울었고 전선도 늘어져 있다. 피해서 오르며 보니 길에 자동차 열쇠가 떨어져 있다. 줏어서 옆의 나무에 걸어놓고 다시 보니 이어폰도 떨어져 있다. 누군가 여기서 크게 넘어져 실려 간 듯하다. 한참 오르다 줏어서 탐방지원쎈터에 가져다 줄 걸 하는 생각이 되었다. 아직 막힌 태고사 돌담길로 오르며 보니 무너진 모양이 길을 막을 만했다. 이계절에 계속 내린 비로 산길이 많이 변했다. 돌과 나무들의 수난이 많다.
비는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대피소에서 동장대로 가는 길에서는 파란 하늘을 보았는데 대동문에 가서는 다시 비가 내렸고 능선에 구름이 지나며 순식간에 앞이 안 보일 정도가 되었다. 걷는 내내 땀과 빗물이 몸에서 물이 흐르게 했다. 긴바지를 입은 덕에 풀과 작은 나뭇가지로 막힌 좁은 능선길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칼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었으나 구름 때문에 배경이 온통 하앟게 되었다. 이런 날씨에도 능선에서 많은 이들과 마주쳤다. 우산을 쓴, 우비를 입은 이들이었고 나처럼 맨몸은 한 명 뿐이었다.
보국문에 다다랐을 때는 걸은 지 두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다. 더 가려다 계곡으로 내려섰다. 걸을 힘은 남았지만 운동은 충분히 된 듯한 기분이었다. 계곡으로 내려와 지난번에 안경을 잃은 곳에서 한참을 다시 찾았지만 개울의 형태가 많이 변했다. 모래가 많이 쌓였고 커다란 돌들도 많이 떠내려 왔으니 찾는다 해도 렌즈가 이미 상했을 것이다. 완전히 포기하고 내려오는 중에도 비는 계속 오락가락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곳에서 나와 마주친 이들은 꾀죄죄한 모습이 신기했을 수도 있다란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나는 시원했다.
다시 역사관 앞 의자에 오니 비는 오지 않지만 물이 흥건했다. 이미 다 젖은 물이 흐르는 옷이니 그냥 의자에 앉아 과일만 꺼내 먹고 찻길로 내려왔다. 길을 내려오며 혹시 아는 이들을 만나나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계곡입구에 다시 섰는데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다. 10키로 조금 넘게 걸었는데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비가 땀을 식혀준 덕분이다. 내일 결혼식에 가야하니 일찍 집에 가 쉬어야겠다. 그런데 숙이네에 들렸다.
가자! 산으로....

구름이 백운대를 감쌌지만 아직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수문자리에서 보는 문수봉과 계곡

계곡 바닥이 깨끗해졌다.

물이 많아져 경치가 훨씬 좋아졌다.

폭포를 가로막았떤 나무와 풀들이 비에 떠내려 가 훤해졌다.

오랫만에 보는 멋진 모습이다.

역사관에 도착했다.

중성문 아래 계곡도 물이 많아져 보기 좋다.

중성문으로 오르는 길을 보수했는데 비가 또 내렸으니....

노적사로 가는 길 옆 계곡도 풍성해졌다.

산영루

태고사로 오르는 길에 전봇대가 쓰려져 전선이 늘어졌다. 옆 나무에 차키와 이오폰을 주워서 걸어 놓았다.

태고사 돌담길을 막았다. 저 앞에 무너진 돌담이 길을 막은 모습이 보인다.

봉성암과 대피소 갈림길

대피소에 올랐다.

동장대로 향하는 예쁜 길

대동문

칼바위로 가는 갈림길

저 뒤에 칼바위와 형제봉이 구름에 잠겼다.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보국문

보국문과 계곡을 이어주는 길이 너덜지대로 변했다.

안경를 잃은 계곡도 이렇게 변했다.

경리청상창지 위의 물길도 떠내려온 돌덩이들로 엉망이다.

경리청상창지 옆길

내려가다 돌아 본 역사관 앞

다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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