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20 행궁지 - 대성문

PAROM 2025. 9. 21. 11:33

이제야 날이 가을답다. 아침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 몸을 감싸게 한다. 17도가 생활하기에 참 좋은 기온이다.
밤새 내리던 비가 6시가 되자 부드러위졌다. 아내는 어제 아들네에 갔다 오늘 저녁 때나 오니 먹고 설겆이 하고 배낭을 꾸리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내가 과일도 깎아 담아 놓고 반찬도 만들어 놓았고 밥도 찬밥이 남았으니 그냥 차려 먹고 담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일어나서 먹고 치우고 입고 나가기까지 40분이 채 안 걸렸다. 여름을 지나 처음 바람막이를 입고 집을 나섰다. 아직  빗방울이 얼굴에 닿지만 곧 그칠 것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7시 전에 열차를 탈 수 있다. 
 
대곡역에서 환승 대기 시간이 10분이 넘었다. 생각해보니 이시간에 대화역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출발했었다. 탄현역에서 다음 열차를 탔었어도 같은 지하철을 탈 것이었다. 굳이 7시 4분전 열차를 탈 필요는 없었다. 기억할진 모르겠지만 다음엔 생각을 하고 시간 맞춰 나와야겠다. 불광동에서 출발한 37번 버스에 빈자리가 많지 않다. 대부분이 등산객들인데 이들도 나처럼 북한산이 통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을 것이다. 
 
지난주엔  혼자 산으로 가는 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많다. 약속에 늦었는지 뛰는 이도 있다. 8시의 이런 소란스러움도 즐길만 하다.
식당모퉁이를 돌아 계곡입구가 보이지마자 요란한 물소리가 반갑게 맞는다. 근래에 본 가장 많은 물이다. 계곡에서 튀어나온 물방울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일찍 집에서 나온 이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부지런히 걷는다. 사진 찍으려 잠깐 지체하니 순식간에 지나간다. 따라잡으려고 바삐 걷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 바람에 숲과 계곡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경쟁하지 않겠다고 한 다짐은 벌써 잊혀졌다. 계곡길은 돌길이라 이번 비에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역사관 앞 의자들이 다 젖어 있다. 빈자리를 찾아 쿠션을 꺼내 깔고 앉아 물을 마셨다. 달다. 땀을 또 많이 흘렸다는 얘기다. 같은 차로 온 이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어폰을 꺼내 끼고 다시 길로 들어섰다. 역사관 앞 다리 건너 작은 공원을 리모델링 하고 있다. 어떻게 만들 것인지 궁금하다. 새벽부터 산길에서 산악마라톤대회가 열려 반바지 차림들이 휙휙 지나간다. 부럽다. 그들도 힘이 드는지 선봉암 앞 비탈길에서 대부분 걷는다. 그래도 걸음이 빠르다.  
 
비가 그친지 얼마되지 않아 길에 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그걸 피해 걸으려니 더 힘이 든다. 등산화가 오래되어 방수가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거북암 앞의 물에 쓸려 내린 길과 다리는 보수가 어려운지 불안한 모습이다. 물이 계곡을 꽉 채우고 요란하게 흐르고 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지난주에 막혀서 둘레길 걷느라 오지 못했으니 계곡길을 따라 문수봉을 올라야겠다. 중흥사 앞 물 건너는 징검다리 돌이 물에 거의 잠겼고 흔들려 위태롭다. 여기서 물에 빠지면 너댓 시간 동안 발이 퉁퉁 부을 것이라 조심조심 건넜다. 뒤 따라오던 마라토너들로 산길이 순식간에 정체되었다. 흔들린 돌을 딛고 왼발 왼쪽이 잠깐 물에 잠겼다. 다행히 많이 젖지는 않았다.  
 
문수봉 까지 물 건너는 곳이 많은데 징검다리가 다 이런 상태라면 빠질 수도 있다. 노선을 급히 변경했다. 물 건너는 곳이 없는 행궁지 경유 남장대지능선으로 가는 거다. 몇 군데 바위를 타야 하지만 감수하기로 한다. 행궁지를 돌아오르는 길의 중간에 있는 바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스틱을 펼쳤다. 오랫만에 스틱을 쓴다. 역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오늘은 행궁지 뒤의 바로 오르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계곡에서 밧줄을 잡느라 묻은 흙을 씻고 나무계단이 있던 곳에 가니 나무데크길로 깔끔하게 변해 있었다. 덕분에 쉽게 오를 수 있었는데 이 길 중간의 네 발로 암벽을 오르는 구간에도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오늘 처럼 바위가 젖어 있으면 무척 미끄러운데.... 
 
나무뿌리와 등걸, 바위에 걸린 밧줄에 의지해 젖어 미끄러운 구간을 겨우 통과했다. 이쪽 산길을 아직은 아무도 걷지 않아 거미줄이 얼굴과 몸에 계속 걸려 간지럽힌다. 거미줄에 물방울이 달려 보이는 것들은 스틱으로 쳐내가면서 길을 올랐다. 그런 때문인지 시간은 배가 더 걸리는 듯하다. 8시에 버스에서 내렸고 남장대지능선에 오르니 거의 10시가 되었다. 보통 때 같으면 문수봉에서 내려가 대남문을 지날 시간이다. 청송대를 지나 남장대지를 향하는데 마주오는 이가 있다. 이길에서 처음 만나는 이다. 앞길에는 이제 더 이상 거미줄이 없겠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피해 걷기로 했으니 상원봉을 가지 않고 옆으로 도는 길을 택해 청수동암문으로 갔다. 
 
문수봉 밑에서 올려다보니 위에 사람들이 있다. 참 부지런한 이들이다. 문수봉은 구름에 잠겼다. 해가 뜨기 전에는 구름이 걷히지 않을 태세다. 오늘 능선에서의 풍경은 하얗다. 물에 빠졌던 발은 이제 축축함이 사라졌다. 덜 젖은 바위에 쿠션을 깔고 앉아 쵸코렛 사탕을 먹고 일어나 대남문으로 내려와 아랫길로 대성문으로 향했다. 이제 산길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을 건너기 싫어서 대성문에서 평창동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러면 도상으로 9키로가 채 되지 않는다. 북한동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대성문을 다시 지났다. 
 
위에서 보니 대성암 옆길이 물에 잠겼다. 난감하다. 그런데 누가 지나간다. 계곡과 길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솟아난 돌과 나무등걸을 딛고 가는 거다. 완전히 써커스다. 대성암을 지나 금위영이건기비까지는 길이 좋았다. 그러나 그곳을 내려와서 부터는 길이 물길로 변해 있었다. 발은 당연히 다 젖었다. 물을 건너는 징검다리 돌은 물에 잠겨 찰랑거리고 있다. 두 번째 물 건너는 곳에 한 여성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보이자 계곡으로 향했는데 망설이는 모습이다. 스틱을 뻗어 잡고 넘어오라고 했는데 그냥 물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놀라니 이미 앞에서 그렇게 건넜단다. 이길이 대남문 가는 길이냐고 묻고 쿨하게 올라갔다. 참 내. 나도 이곳 길이 변한 후 그냥 올라가서 물 건너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경리청상창지 앞 징검다리에 한 명이 가만히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못 건너는 것이었다. 돌이 찰랑거리고 흔들리기까지 하니 그럴만도 하다. 그를 피해 돌을 밟다보니 다른 곳으로 왔다. 다시 빙 돌아 제 길로 들어갔다. 이제는 오늘 걸은 길이다. 오를 때보다 길에 흐르는 물이 많이 줄었고 마른 곳도 있다. 마라토너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마라톤코스가 대피소로 향하니 그들과 한동안 맞닥드리지 않았다. 산을 오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마라토너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역사관 앞 의자에 앉아 스틱을 접어 넣고 햄버거와 과일을 먹고 큰길로 내려왔다. 아직 정오 전이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37번 버스를 타고 연신내에서 내려 온누리상품권으로 자반고등어를 산 후 지난주에 앉았던 좌판에 다시 앉았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 과잠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오늘 연고전을 하는 가 보다.
젊음이 좋다.
요새 아파트 일로 가슴이 답답한데 여행 다니며 조용히 살고 싶다.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다.

 

산이 구름에 잠겼다.

 

산은 보이지 않고 물이 넘칠 듯 흘렀다.

 

수문자리 앞의 계곡. 가까운 원효봉도 보이지 않는다.

 

오랫만에 보는 풍성한 계곡이다.

 

오랜만에 보는 물 많은 폭포에 기분이 좋았다.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역사관 건너 작은 공원의 꽃나무들을 다 뽑고 무슨 작품을 만들려는지?

 

법용사 앞의 계곡. 다리 난간이 떠내려 갔는데 아직 그대로다.

 

중성문 아래 계곡. 물이 넘치고 있다.

 

중성문 위에 비 때문에 새로 생긴 작은 폭포들

 

운하교 아래 계곡

 

산영루

 

행궁지갈림길 아래 계곡길

 

행궁지 뒤에 새로 만든 데크길

 

바위절벽을 오르면 삼각산이 멋지게 보였는데 오늘은 구름만 보였다.

 

능선 아래 바위를 넘어섰는데 아직도 구름이 시야를 막고 있다. 옷이 땀으로 다 젖어 있다.

 

남장대지능선 끝자락의 의자소나무

 

청송대에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장대지 옆의 바위에서 의상능선 방향으로. 저 구름 속에 의상능선이 있는데....

 

청수동암문

 

문수봉 아래에 가을꽃이 피었다.

 

문수봉. 비봉 방향

 

문수봉. 삼각산 방향

 

대남문

 

대성문

 

대성암

 

대동문 갈라지는 길에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경리청상창지 위의 물 건너는 곳.

 

산영루 위의 폭포

 

중성문 위의 계곡

 

역사관 앞에 도착

 

대서문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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