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27 보국문 - 대동문

PAROM 2025. 9. 28. 08:26

지난주와 같은 열차를 탔다. 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잊다니 참 대단하다. 오늘도 대곡역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은 아내가 차려 준 밥을 먹고 일찍 나왔다. 아니 시간 맞춰 늦게 나왔는데 내 발걸음이 빨랐고 신호등에 걸리지 않았고 열차 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가서 탄 때문이었다. 등산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신고 나왔다. 머렐 제품인데 가볍고 부드러워 봄부터 가을까지 이용하다보니 몇 년을 넘기지 못했다. 대곡역에서 느낌이 이상해 발바닥을 보니 왼쪽 뒷꿈치가 나가 있었다. 
 
양주37번 도착 시간이 거의 되어  버스정거장으로 가서 서 있는데 내 뒤로 순식간에 줄이 길어졌다. 기분이 좋다. 버스 좌석이 반쯤 채워져서 도착했고 많은 이들이 입석이 되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왜 이리 사람이 많지? 덥지 않아서 밖으로들 나왔나? 버스에서 내린 이들이 뭉터기 져서 산으로 들어가고 있다. 발걸음은 가벼운데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다. 아파트의 민원인 때문이다.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를 하고 입주민을 달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나도 그만두려고 결심을 했는데도 밤새 잠도 들지 못하고 머리가 무겁다. 한 달을 넘게 시달리니 장애가 생겼나보다. 산길을 걸으면 괜찮겠지 하며 새벽부터 달려온 터였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 계곡이 보이자 물소리가 큰소리로 맞는다. 역시 산은 늘 즐겁게 반긴다. 법에 의지하게 되었다는 자책 때문인지 계곡을 걷는 걸음 내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그냥 돌아내려가 정신 잃을 정도로 술이나 마실까? 그럴 수는 없고 그냥 땀이나 잔뜩 흘려보자. 그러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계절이 깊어져서 해가 낮아 카메라에 해가 자꾸 들어온다. 다 귀찮아 무시하고 셰터를 누르며 계곡을 올랐다. 민원인을 어찌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걸었다. 
 
역사관 데크에 도착하니 바위꾼들이 많다. 시원한 계절이 오니 산을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데크 앞 바위에 개 대여섯 마리가 등산객들을 보며 모여 있다. 다 수컷들이다. 어미에게 밀려난 녀석들인가 보다. 공단직원에게 왜 그냥 놔두냐고 물으니 포획틀을 세 곳에 설치했는데 잡히질 않는단다. 내가 보기엔 잡을 의지가 없어 보였다.
내 투망 한 번이면 다 잡을 수 있을텐데....
산길을 걸으니 생각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어폰을 끼고 오랫만에 pop을 틀었다. Waiting  for love와 2002가  발을 가볍게 했다. 
 
선봉사 비탈을 오르는 바위꾼들을 지나 숨을 헐떡이며 바삐 걸었다. 굳이 빨리 갈 까닭도 없는데 자꾸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로 가지? 등산화도 다 나갔으니 짧게 걷자. 늘 짧게 걸으면서 마치 봐 주는 듯 한다. 물 건너는 곳들이 지난주 보다 물이 많이 줄었지만 조심스럽다. 왼발 뒤꿈치를 잘 간수해서 계곡들을 건넜다. 이젠 등산객들이 모퉁이를 돌 때마다 보인다. 그들을 지나쳐 보국문으로 오르는데 딸이 전화를 했다. 추석연휴 중에 사기막골 캠핑장 가는데 장비를 다이소에서 몇 가지 샀단다. 나도 엄마와 같이 갈까 하니 좋단다. 그러나 빈자리가 없을 것이란다. 
 
티셔츠가 앞까지 다 젖어서야 보국문에 올랐다. 1시간 20분 걸렸다. 여름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다. 보국문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대피소로 향했다. 성벽길 가에 있는 산초나무에 열매가 맺혔나 보니 누군가 가지 끝을 다 잘라갔다. 대피소까지 한 톨의 열매도 볼 수 없었다. 이런 짓을 한 자는 붙잡아 벌을 줘야 할 듯하다. 급히 올라와서 그런지 길이 길어질수록 다리가 꼬인다. 성벽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길가에 국화과의 꽃들이 많이 피었다.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산국 그리고 다른 꽃들도. 대피소가 가까와지며 단풍잎 색이 변하고 있는 것들도 보이고 성벽담장을 덮은 담쟁이는 짙은 갈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야흐로 가을이 한참 오고 있었다. 단풍이 한창이면 갈 곳이 많은데....
 
대피소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오는데 길이 미끄러웠다. 아니 다리가 풀려서 그런 것이었다. 노적사 정자 아래 다리를 새로 놓던 이들이 봉성암 갈림길 계곡에 철제 기둥을 세우고 있었다. 다리  모양을 보니 겨울에 얼음이 많이 얼어도 걱정이 없겠다 싶었다. 그러고보니 이 계곡 안에서 하는 다리 공사가 무척 많다. 중흥사 아래 계곡 다리도 다시 하고 있었으니까.
용학사 아래 물가로 가니 누군가 작은 돌탑을 많이 쌓아 놓았다. 그 아래 물가에 앉아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고 내려왔다. 늘 그렇듯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산을 다 내려왔는데도 누군가를 보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편의점 앞에서 클라우드를 비우며  텅빈 길을 바라보다가 정거장으로 향했다.

 

 

이제 아침에는 겉옷을 입어야 한다.

 

게곡입구. 오랫만에 백운대가 보였다.

 

계곡에 물도 많고 맑다.

 

게곡폭포. 낮은 해 때문에 빛이 들어왔다.

 

역사관 앞의 바위꾼들

 

중성문 아래 계곡이 맑다.

 

중성문. 이 길이 완전히 보수되려면 꽤 걸리겠다.

 

네 발로 예길로 오른 후 보는 나월봉. 오늘은 다른 곳으로 간다.

 

산영루. 10월이 되면 색이 바랠 듯하다.

 

마시지 못하게 된 용학사샘터 앞길

 

경리청상창지 앞길

 

보국문에 다 왔다.

 

보국문

 

보국문

 

보국문 위에서 보이는 문수봉

 

칼바위, 형제봉, 백악

 

대동문

 

제단 뒤로 보이는 삼각산

 

북한산대피소 아래 광장

 

역사관 앞

 

대서문

 

이제 다 왔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18 대피소 - 보국문  (1) 2025.10.19
10. 4 대성문 - 행궁지  (1) 2025.10.05
9.20 행궁지 - 대성문  (1) 2025.09.21
9.13 북한산성 입구 - 불광사 - 연신내  (1) 2025.09.14
9. 6 대피소 - 보국문  (0)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