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 4 대성문 - 행궁지

PAROM 2025. 10. 5. 08:56
어제 산에서 돌아와 마신 막걸리가 참 맛 있었는데 잠이 깨니 개운하지 않고 머리가 무겁다. 아마도 동네 일 때문이리라.
아내는 6월 초에 돌아가신 언니를 잊지  못해 했었다. 언니는 아내에게 상담자로서 아주 커다란 존재였었다. 하루 전에 갈비를 찌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하더니 내가 산에 가는 시간에 같이 나가 형부와 조카들이 명절을 지낼 수 있게 언니집에 어제 마련한 음식들을 드리고 오겠단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배낭에 햄버거와 과일, 물  한 병을 넣고 같이 나왔다. 
날이 이젠 가을 같아 긴팔 옷을 입었다가 더워서 반팔 티에 바람막이를 입고 작년 동네에 있던 머렐점포가 폐업하기 전에 사  두었던 새 등산화를 신었다. 몇 년을 신었던 것은 가볍고 부드러워 겨울을 제외하고 계속 신었는데 바닥이 해지고 물이 들어와 같이 산에 갈 수가 없게 되어서였다. 그런데 새 등산화가 묵직하다. 역으로 가는 발이 무겁다. 
 
역에 도착하니 열차가 금방 떠났는지 승객들이 나온다. 이상하다. 앞차는 떠난지 10분 넘어야 하는데.... 승강장으로 내려가 열차가 어디 있는지 보니 두 대가 다 문산에 있다. 뭐지? 하는데 안내방송이 나온다. 승하차 지연으로 7분 늦을 예정이란다. 그러면 7:45에 온다는 얘긴데 승객의 승하차 지연이면 열차가 문산 종점에 있으면 안 된다.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승하차 지연인가. 왜 거짓으로 말하지? 그냥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내는 용산에서 관악역으로 갈 것이라 나만 대곡에서 내려 3호선으로 가는데 대곡역 접근 중이라 나왔다. 죽어라 뛰어서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타고 구파발로 갔다. 버스 안에서 더워서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버스 두 대에서 내린 등산객들이 길을 메우고 산으로 갔다. 이번 추석은 하루만 쉬면 열흘이나 연휴가 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표정에 여유가 있고 길이며 가게 안에 사람들이 많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는 이렇게 긴 연휴는 상상도 못했었다. 직장에서 온 사람들도 보였는데 참 안돼 보였다. 길모퉁이를 돌아 계곡으로 가니 물이 많이 줄었고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흐르는 물은 제법 많았다. 계속 내렸던 비에 파였던 길을 보수했는데 아직 그대로인 곳도 여러 곳 보였다.  
 
계곡을 오르는데 어느 순간 발이 무겁게 느껴졌다. 등산화 때문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겨울시즌엔 더 무거운 등산화를 신었는데 왜 이러지? 내 체력의 문제인가? 이제 시작인데 큰일났다. 계곡을 오르는 길이 길고 멀게 느껴졌다. 가벼운 등산화로 새로 사야 하나? 그러는 중에도 앞서가는 이들을 지나치기에 바쁘다. 걷는 중간중간 마무리하지 못한 동네 일이 생각나 잊으려 발걸음 수를 세며 걸었다. 길이 자꾸 발에 걸린다.
 
역사관 앞 데크의자에서 숨을 고르고 불편해진 다리를 풀고 하는 동안 지나쳐 온 이들이 모두 지나갔다. 죽어라 빨리 걷나 천천히 걷나 결국은 같아지는 것을 그리 고생을 했다. 이어폰을 끼고 오랫만에 대학가요제 곡들을 들으며 오래전 감성으로 돌아가서 산길을 올랐다. 지금 들어도 참 좋은 노래들이다. 내 젊은 시절이 묻혀있는 노래들, 아직 가사가 술술 나오는, 가끔은 가슴이 저릿해지는 노래들이다.
그런데 다리가 점점 더 무거워진다. 발걸음이 무뎌졌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이들이 많아진다. 등산화가 새것이라 물 건너는 곳이 오히려 반갑다. 등산화 코가 하얗게 변했다. 돌에 걸린 탓이다. 오늘 길이 왜 이리 험하고 머냐? 
 
오늘은 문수봉에서 행궁지로 가기로 했으니 어디로 오를까 하다가 보국문에서 성벽을 따라가기로 했다가 등산화 때문에 대성문으로 바꿨다. 그래서 대성암을 지나는데 대문이 닫혀 있고 철담장 옆에 데크길을 새로 놓은 것이 보였다. 덕분에 편하게 그길을 지나 대성문으로 갔다. 오늘 대성문으로 오르는 비탈에서부터는 손바닥으로 무릎을 짚어야 했다. 대성문에서 성곽을 따라 대남문으로 가는 길을 겨우겨우 올라 바로 문수봉으로 가는데 뭐 이리 힘이 드는지.... 날이 어둑해 아직 열 시도 안 되었는 줄 알고 걸었다.
 
간신히 문수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고 쉬는데 나보다 먼저 대성문을 떠난 외국인 커플이 뒤에 올라오며 눈인사를 했다. 그들도 힘이 들었는지 털썩 주저앉아 쉬며 배낭에서 삼각김밥을 꺼내 먹는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넘었다. 등산화 덕분에 늦은 듯하다. 사탕 한 개를 씹어 먹고 일어나 남장대지를 향했다. 새 등산화라 문수봉을 내려오는 데 주저함이 없다. 청수동암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앞에서 올라오던 이가 뒷사람에게 위로 가는지 묻는데 그러란다. 깜짝 놀라 바라보며 옆길을 가리켰다. 위로 가면 급한 릿지인데 위험한 것으로 알고 나도 한번도 가지 가지 않은 길이다. 
 
청수동암문 앞 쉼터 의자에 물과 음료가 잔뜩 쌓여 있다. 등산대회를 하는 것은 좋은데 저 무거운 것들을 누가 어찌 가져왔을까? 나도 8-9십 년대에 국제에서 많이 했지만 그땐 정릉과 삼천사, 구기동 등 낮은 곳이었다. 청수동암문은 고도가 거의 칠백이다. 그런데 내가 정작 걱정할 것은 따로 있다. 상원봉을 올라야 하는데 발이 나무 무겁다. 올라가며 의지할 나무도 없고 가파르고 커다란 바윗길이다. 무릎에 의지할 밖에 없다. 스틱을 펼 껄 귀찮아 그냥 걸었다. 
 
남장대지능선을 지나 내려가는 길을 행궁지 뒷길로 잡았다. 지난주에 새로 놓인 데크길로 처음 내려가고 싶었다. 길 중간의 삼각산이 보이는 바위길에 단풍이 짙어졌다. 이제 곧 산 전체가 물들 것이지만 그전에 보이는 먼저 핀 단풍이 더 곱고 예쁘다. 오를 때 처럼 손을 짚어가며 바위를 내려가 행궁지 뒤의 작은 개울에서 손과 얼굴을 씻고 행궁지를 지나 삼거리로 가는 길에 지나치던 이가 벌써 내려오냐며 나이를 묻는다. 내 나이도 안되어 보이는데 73이란다. 버스대절해 다니는 산악회를 따라 다니다 힘이 들어서 그만두고 혼자 다닌단다. 같이 다니는 것이 좋으면 다음카페의 수도권산악회에 들어가 보라고 하고 헤어져 내려오다가 지난주에 앉았던 개울 옆 돌에 앉아 점심을 먹고 내려왔다. 
 
역사관 앞에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뻗고 앉았다 자연산책로로 내려오는데 길에 밤이 떨어져 있다. 두 알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내려와 씨유-이곳은 다른 곳들처럼 할인행사가 전혀 없다-에 들려 씁쓸한 탄산으로 목을 축이고 집으로 오다가 집으로 오고 있던 아내를 집 앞 역에서 만나 같이 집으로....
샤워 후 막걸리 안주는 아내가 어제 부친 전들이다.

 

 

가자!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했지만 검은 구름이 더 많은 날이고 기온은 20도를 넘었다.

 

서암사로 가는 데크길

 

폭포에 수량이 많이 줄었다.

 

역사관 앞.

 

선암사 앞 비탈길

 

중성문

 

나월봉이 한참 올려다 보였다.

 

산영루 앞의 와폭

 

산영루 앞의 선정비군

 

대남문으로 가는 길의 열매. 너는 누구니?

 

대성암 대문이 닫혀있다. 철담장 옆에 새로 놓인 데크길이 보인다.

 

대남문, 대성문, 내려가는 길을 편히 가게 만들었다.

 

대성문

 

대남문으로 가는 길의 통천문. 이문 밖은 낭떠러지고 보현봉은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문수봉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보는 광화문

 

문수봉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비봉능선

 

문수봉. 길가에 국화과 꽃들이 만개했다.

 

남장대지능선과 삼각산

 

구기동계곡

 

보현봉. 시내에서 보면 문수봉 보다 더 높게 보인다.

 

보현봉과 서울시내

 

대성문에서 봤던 외국인 둘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은평과 삼송리

 

상원봉의 표지판

 

삼각산을 배경으로

 

의싱능선. 높게 보였던 나월봉이 발 아래다.

 

남장대지 옆의 바위에서 보는 삼각산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나월봉에 등산객이 많이 보였다.

 

청송대 뒤로 보이는 주능선과 시내

 

부추열매? 부추향이 났다. 몽골 평원에서 본 부추와 색이 다르다.

 

남장대지능선 끝 자락 소나무 옆에 등산객이 쉬고 있다.

 

능선 아래 바위에서 보는 주능선

 

삼각산과 도봉산

 

저 건너로 칼바위도 보였다.

 

올해 만난 가장 붉고 많은 단풍이다. 단풍 아래는 절벽이고 네 발로 내려왔다.

 

행궁지 뒤에 새로 놓인 데크길을 위에서 찍었다.

 

오늘 점심자리. 용학사 아래 계곡

 

물이 많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물이 없어 보인다.

 

큰바위얼굴이 잎에 가려 있다.

 

역사관 앞

 

다 내려왔다.

  •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2 대피소 - 보국문, 정 박사와  (1) 2025.11.03
10.18 대피소 - 보국문  (1) 2025.10.19
9.27 보국문 - 대동문  (0) 2025.09.28
9.20 행궁지 - 대성문  (1) 2025.09.21
9.13 북한산성 입구 - 불광사 - 연신내  (1)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