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 2 대피소 - 보국문, 정 박사와

PAROM 2025. 11. 3. 10:26

어제 산에 다녀와서 오늘 새벽의 헬스장 운동은 쉬기로 했다. 월요일에는 18도 기울기에서 시속 7.7키로로 한 시간 걷는 것인데 어제 붉어진 산속을 네 시간 정도 걸었으니 오늘도 그렇게 걸으면 몸에 무리가 될 것이 분명해서다. 대신 늘 쉬던 목요일엔 운동을 할 생각이다. 
 
멋진 단풍을 보기 위해 정 박사와 오래 전에 약속한 날이다. 일요일 등산을 위해 청소 등 집안 일은 전날까지 미리 마쳤고 안산에 가 있던 아내는 토요일에 돌아왔다. 아내가 손주들에게 옮은 독감이 무서워서 토요일 아침에 근처 병원에 가서 코로나와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더니 왼팔이 아프다. 늘 토요일에 산에 가다 집에만 박혀 있던 일요일에 나가려니 뭔가 다르다. 오늘 분리배출 하는 날이라 그런가? 예방주사 때문에 하산주를 마시지 못하게 되어 그런가? 
 
초가을용 얇은 티와 바지, 바람막이 자켓을 걸치고 집을 나섰는데 추위가 느껴진다. 혹시나 해서 배낭에 장갑을 넣은 것이 그나마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구파발역에서 9시에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 조금 늦겠다고 문자가 왔다. 밖에서 기다리면 추우니 녹번역까지 갔다가 되돌아 와 버스정거장으로 갔다. 배낭을 멘 사람들의 줄이 무척 길다. 정 박사와 바로 만나 줄 끝으로 갔다. 일요일이라 그런 것인지, 단풍구경 때문에 그런 것인지 참 오랜만에 보는 인파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부대끼며 북한산성입구로 갔다. 산성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 때문에 버스가 정거장에 들어가지 못해 만원버스에서 한참을 갇혀 있어야 했다. 처음 겪는 사건이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도 사람들로 붐볐다. 멀리서 보이는 원효봉 기슭은 붉고 노라색보다 푸른색과 갈색이 덮고 있었다. 아직 단풍이 덜 들었거나 붉어지기 전에 떨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입구가 많이 초라해졌다. 물도 찔찔 흐르고 나뭇잎들도 많이 떨어졌다. 사람들의 소음에 새들의 지저귐은 사라졌다. 오늘 아침 기온이 3도라 했는데 춥다. 그것도 많이 춥다. 그러고보니 바람이 불고 있다. 계곡 안에는 좀처럼 바람이 불지 않는데.... 추위를 이기려면 우선 땀을 내야한다. 부지런히 걸었다. 이정도 걸으면 등이 축축해져야 하는데 그럴 기색이 없다. 역사관까지의 계곡엔 단풍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가지들이 많이 보였다. 
 
역사관 앞 데크에 오르지 않고 데크 바닥에 배낭을 올려 놓고 바람막이를 벗어 넣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길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참 많다. 길이 미어 터지는 느낌이다. 단풍철 조금 늦은 시간의 일요일이라 그런가? 지난주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었다. 역사관 앞 다리 건너 백운대 삼거리의 단풍나무가 반쯤 붉어지려 하고 있고 그 위 은행나무는 그냥 푸르르다. 선암사 비탈을 오르니 비로소 붉은 단풍이 절 요사채 뒤로 보였다. 사람들이 단풍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오늘은 어디를 걸을까 하다가 대피소로 오르는 길의 단풍이 늘 좋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즈음의 산은 거의 비슷하다. 숨은벽능선과 비봉능선, 행궁지 뒷길도 좋다. 단지 단풍나무가 많은지, 볕이 잘 드는 곳인지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날 뿐이다. 대피소로 오르는 길은 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산길이 높아지며 산색이 차츰 변했다. 소나무와 낙엽수들 사이사이 박힌 단풍나무가 자태를 드러냈지만 아직은 노랗고 푸르다. 일찍 붉어진 잎들은 바싹 말라 휘어올랐다. 네 발로 올라선 옛길에 이르자 본격적인 색 변화가 나타났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을 단풍 정취를 느끼기엔 그럴 듯하다. 
 
대피소 삼거리로 가기 전에 중흥사 앞 아래뜰로 들어갔다. 작은 개울을 건너는 봉성암 가는 길로 오르기 위함이다. 태고사 축대가 무너져 길을 막았기에 삼거리에서 올라가면 한참을 더 돌아 올라야 해서.... 봉성암 갈림길 앞 계곡에 새로 놓인 다리를 건너 비탈에 들어서자 비로소 단풍나무 밭이 나타났다. 역시 색은 화려하지 않다. 올 여름부터 얼마전까지 계속된 비와 흐린 날들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왜 이리 힘이 드냐? 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가는데도 이러면 어쩌란 말이냐? 
 
예전 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한 단풍나무 군락지를 지나 대피소에 올랐다. 정 박사가 광장 앞 대피소에 뼈대만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공원공단은 다리와 계단 놓고 문과 대들 고치기에는 바쁜데 보러 온 이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는 신경을 안 쓰는 듯하다. 대피소를 지나 능선으로 나가니 바람이 더욱 거세다. 춥다. 능선길을 조금 걷다가 배낭에 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으니 조금 낫다. 얇지만 장갑을 끼니 더 낫다. 능선의 남쪽엔 푸른빛이 짙고 북쪽 사면엔 붉고 노란색이 많이 박혔다. 성곽길을 따라 걷다가 동장대를 돌아 걷고 제단 뒤에서 삼각산 사진을 찍고 대동문으로 내려가 칼바위 삼거리를 지났다. 계속되었던 구름 속 산행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칼바위와 형제봉과 백악이 반가움에 묻혀 다가 왔다. 이런  풍경을 볼 때 참 즐겁다. 이런 것들을 보러 이 고생을 하며 길을 오른다. 
 
배가 고파져서 보국문 너머 볕이 드는 좁은 공간을 찾아 들었다. 아주 오랫만에 온 곳이다. 그곳에서 맛있는 커피와 과일, 샌드위치, 빵, 곳감을 먹고 북한동을 향해 계곡으로 내려왔다. 우리가 점심을 위해 쉬는 동안에도 정릉쪽에서 등산객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도 많은 이들이 걷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제 이 단풍시기도 다음주면 끝이 날 것이고 산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 것이다. 겨울을 위해 보온이 잘 되는 보온병이 필요한데.... 모래방지를 위한 작은 스패츠도. 
 
토요일에 맞은 예방주사 때문에 하산주를 못하니 식사를 하는 것도 마땅치 않아 그냥 버스를 타러왔는데 정거장에 사람이 엄청 많다. 갈 때처럼 만원버스에 끼어서 구파발로 와서 바로 열차를 탔는데 마땅한 식당에 가서 따스한 식사를 했어야 할 걸 생각을 못했다. 이달 29일 청송회 친구들 모임에 문중행사에 참여 하느라 정박사는 오지 못하는데.... 오랜만에 멀리서 왔는데, 하 참, 생각이 없었다.

 

춥다. 그래도 산에는 가야지. 그런데 옷을 두껍게 갈아입고 나왔어야 했다.

 

서암사 돌계단 위로 보이는 원효봉

 

폭포인데 물이 거의 말랐다.

 

백운대삼거리 이곳 단풍이 참 좋은데 아직은....

 

오늘 산길에서 만난 화사한 단풍

 

산길에 다니는 작업용 트럭이 참 불편하다.

 

옛길로 오르려면 손을 바위에 대야 한다.

 

그렇게 오르고 나면 나월봉이 보인다.

 

용학사로 가는 옛길.

 

산영루

 

이 봉성암갈림길을 지나면 단풍나무가 많다.

 

대피소에 왔다. 저 앙상한 뼈대에 정 박사가 많이 실망했다.

 

동장대로 가는 조용한 길

 

능선길 북쪽으로는 단풍이 들었다.

 

제단 뒤에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대동문

 

칼바위와 형제봉, 백악 그리고 더 오른쪽으로 인왕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정 박사와 기념사진

 

보국문

 

누군가가 길가 바위에 예쁜 돌탑을 쌓았다.

 

백운동길 윗쪽에 단풍이 들었다.

 

역사관 앞

 

산 아래는 아직 파랗다.

 

정 박사가 보내 준 오늘 걸은 산길 그림. 이 아래는 모두 정 박사가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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