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 8 부왕동암문 - 문수봉 - 대성문

PAROM 2025. 11. 9. 13:46

단감을 많이 먹고 체했는지 이틀이나 머리가 아파 활명수를 마셨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조금 나아진 듯 했으나 아픈 기운이 남았다. 이불 밖으로 빠져 나오기 전에 오늘은 전과 다른 코스로 걷고 싶었다. 그래, 늘 남장대지능선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나월봉을 걷자. 용학사 아래 삼거리에서 부왕동암문으로 가서 문수봉으로 가자. 비탈이 엄청 심해 가슴이 땅에 닿을 듯한 곳이지만 계단을 깔았다고 하니 가보고 싶다. 
 
오늘 오후 늦게 아내가 안산에 며칠간 간다. 그래서 그런지 부엌에 국물요리가 많다. 곰탕, 닭백숙, 콩나물국, 소불고기. 없는 동안 뭐 해 먹는다고 부엌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얘기다. 콩나물국에 밥을 먹고 배낭을 꾸렸다. 이젠 배낭에 세 가지만 새로 넣는다. 물과 과일 한 통, 샌드위치나 햄버거. 일기예보를 보니 날이 춥지 않다. 그래도 능선은 추울 수 있으니 감마MX자켓을 입고 바람막이를 넣었다. 그리고 등산화에 모래가 들어 불편해서 그를 막고자 네이버쇼핑에서 산 스패츠를 덧신고 7:37분 열차를 타러 집을 나섰다.  
 
단풍철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열차에도 버스에도 길에도 가득하다. 계곡입구로 가니 울긋불긋하다. 산 아래에 단풍이 들었다면 위는 단풍이 끝났다는 얘기다. 그래도 중턱까지는 살아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패츠 덕분인지 등산화 속으로 모래가 들어오지 않아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계곡의  물은 이젠 졸졸 거렸다. 곧 말라붙을 듯 보였다. 계곡의 나무들이 제법 화려하게 변해 눈길을 계속 사로 잡는다. 한참 오르다 그냥 늘 걷던 길을 걸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겨울용 등산화에 적응이 되어 이젠 무거운 느낌이 없다.  
 
기온이 내려가서 그런지 지난 시즌 같이 등판에서 땀이 흐를 정도는 되지 않고 역사관에 닿았다. 많은 이들이 쉬고 있다. 바위꾼들도 많다. 늘 하던대로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어폰 꺼내 끼고 다시 길로 들어가 오르는 이들과 섞인다. 단풍 시즌엔 대부분이 쌍쌍이고 단체며 솔로는 드물다. 그 드문 이 중 하나가 나다. 그들이 부럽지만 개의치 않고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길을 올랐다. 단풍은 중성문을 지나서까지 맵시를 뽐내고 있다. 이 계절의 산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참 화려하다. 산길 나뭇가지에 오늘 산악마라톤을 알리는 파란 표식이 있지만 마라토너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2.9키로를 걸어 부왕동암문으로 가는 삼거리에 닿았다. 이제 9백 미터만 가면 부왕동암문이다. 징검다리를 건너자 바로 가파른 돌길이다. 그 길을 지나도 돌들이 불규칙하게 솟은 길인데 낙엽이 덮고 있어서 발이 삐끗삐끗한다. 부황사 입구를 지나 계속 오르는데 길이 지난 계절의 비에 많이 파였다. 조금 더 오르자 색바랜 잎들이 산을 옅은 갈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부왕동암문에 도착해 왼쪽으로 올랐다. 전에는 여기서 문을 통과해 삼천사로 내려가곤 했었다. 길가 의자에 배낭을 내리고 스틱을 펼쳤다. 내 기억으로 여기서 올라가는 길이 무척 험했다. 전과 같은 바위길이면 스틱이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듣던대로 봉우리를 조금 오르자 데크계단이 나타났다. 무척 가파르다. 오르며 계단 아래를 보니 예전에 이길을 어찌 올라다녔나 싶다. 계단이 길고 가파라서 오르기가 쉽지 않다. 스틱에 의지하는데도 숨이 턱에 찼다. 그런데 남녀 중년들은 잘도 오른다. 그들에게 길을 비켜 주며 잠시라도 쉬었다. 계단이 끝나고 나월봉으로 오르는 십여 미터의 돌길이 나왔다. 나는 옆길로 돌았다. 스틱을 편 상태에서 오르내리기가 불편해서 였다. 나월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다시 만나자 예전의 험한 쇠난간 길이 나타났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쇠난간에 매달리기가 쉽지 않지만 앞으로 가지 않을 수 없으니 어쩌랴. 힘들어 쉬고 있는 이들을 비껴 매달려 오르는데 스틱이 여간 거추장스러운게 아니다. 
 
이제 나한봉을 올라야 한다. 여긴 그래도 나월봉 보다는 조금 낫다. 이길에도 데크계단이 놓였다. 여기도 데크계단이 끝나고 조금은 돌길을 올라야 한다. 길 아래는 낭떠러지다. 전망이 좋은 쇠난간이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나한봉 옆구리를 끼고 돌아 상원봉으로 간다. 이 구간은 낭떠러지 옆에 설치된 쇠난간에 매달려 오르는 곳이고 남장대지능선에 속하고 해발 717미터인 곳이다. 스틱 한 쪽을 벗어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난간에 매달려 바위를 올랐다. 힘이 들어서 숨이 턱에 차서 꼭대기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자주 다니는 길이다. 
 
청수동암문으로 내려가 문수봉으로 갔다. 사람들이 꽤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문수봉에 올라왔다.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느낌에 정오 전에 북한동에 내려가고 싶다. 같이 산에 다녔던 이들 중 두 명이 다니는 수도권 대장이 그 시간에 아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바로 내려와 대남문에서 아랫길로 대성문으로 가서 물 한 모금 마신 후 계곡으로 바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 역사관에 와서 데크의자 빈 곳을 찾아 배낭을 내리고 가지고 갔던 과일과 햄버거를 먹고 큰길로 내려왔다.

정오가 한참 지났지만 많은 이들이 공단사무실 아래 공터에 모여 사진을 찍고 흩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입구 전망대 앞에 서서 보니 조은네님이 보였다. 인사를 하고 같이 다니던 이를 물으니 요즘 보이지 않는단다. 산행 내내 지근거리던 머리가 아직 낫지 않았다. 근처 식당이나 연신내에 가서 막걸리 한 잔을 하여야 했지만 바로 집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와서 샤워를 하고 산에서 입었던 옷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사흘 전에 마시다 남은 막걸리에 불고기와 닭백숙을 안주로....
그리고 아내는 세 시 반 쯤 아들에게로....


집에서 마시는 것이 편하기는 하다.

 

 

가자! 오늘도 산으로....

 

계곡 입구의 색이 화려하게 변했다.

 

수문자리에서 보이는 계곡과 원효봉

 

계곡도 색이 변했다.

 

폭포는 물이 많이 줄었다.

 

역사관 앞 광장에 등산객들이 많다.

 

지난주엔 삼거리의 이 단풍이 이렇지 않았다.

 

늘 사진으로 찍는 중성문 아래 계곡 나무들이 잎을 다 떨궜다.

 

중성문

 

백운동계곡에도 단풍이 멋지게 들었다.

 

부황사 입구의 나무들이 잎을 갈색으로 바꿨다.

 

부황사 입구에서 삼각산이 나뭇잎들 사이로 보였다.

 

부왕동암문에 드디어 왔다. 전에는 문으로 들어가 내려갔지만 오늘은 왼쪽으로 올랐다.

 

나월봉계단의 끝에서 본 증취봉과 용혈봉

 

시야가 트인 곳에서 보이는 삼각산

 

왼쪽 끝이 남장대지능선 끝자락이다.

 

나한봉 끝에서 보는 구파발과 삼송벌

 

의상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아주 오랫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섰다.

 

상원봉에 도착했다.

 

청수동암문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

 

구기동계곡

 

보현봉

 

문수봉에서 증명사진

 

비봉능선

 

바위 아래의 문수사와 구기동계곡

 

대남문

 

대성문

 

대성암

 

산영루

 

산영루 옆의 와폭

 

역사관 앞 광장

 

역사관 앞의 다리 건너 모습

 

찻길로 내려오다가 단풍이 예뻐서....

 

다 내려왔다. 앞의 등산객들이 조은네 님 일행들이다.

 

북한산성주차장의 단풍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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