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 6 대성문 - 행궁지, 첫 눈길 산행

PAROM 2025. 12. 7. 07:12

지난주에는 사당에서 청송회 모임이 있기에 산에 가지를 못했다. 아내까지 같이 간다고 나서는 바람에 산에 가는 방향은 고봉산에서 운정역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둘이 만육천 보는 걸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열심히 헬스장에 가서 땀을 뺐고 드디어 주말인 오늘, 산에 가는 날인데 별 감흥이 없다. 동네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니 흥이 날 수가 없다. 속만 끓는다. 내가 그냥 내려놓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지났다. 혹 나중을 위해 기억을 하겠다지만 글쎄.... ㅠㅠ
상록수역 근처의 집들을 알아보고 있다. 밭이 가깝고 손주들이 가까이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가 나가질 않으니 걱정이다. 
 
산으로 가면 모든 시름과 걱정을 다 잊으니 오늘도 산으로 간다. 이제 제법 추워졌고 이틀 전에 눈이 내렸으니 겨울산 준비를 해야 한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일기예보를 봤다. 기온은 -3 ~ 8도고 오후에 비가 예보 되었었는데 구름만 있다. 북한동을 보니 13~15시에 비가 예보되었다. 산에 눈이 녹지 않은 상태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능선엔 바람이 강할 확률이 높다. 드디어 겨울 차림을 할 때가 왔다. 늦가을용 바지에 겨울용 켑자겥을 입었다. 둔해진 듯하다. 등산장비장에서 아이젠을 챙겼다. 비가 온다고 하니 3단 우산도 넣고 아내가 챙겨준 물, 샌드위치, 과일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왔다 다시 집에 들어갔다. 핸드폰을 방에 두고 나왔다. 
 
시간을 잘못 봐서 역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열차를 탈 수 있었다.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산의 하늘은 맑았다. 이럴땐 기분이 참 좋다. 하지만 몸은 긴장한다. 기분에 뭔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주 전 보다 계곡에 물이 늘었다. 물소리가 난다. 계곡길을 아이젠 없이 걸었다. 난간을 짚기는 했지만 많이 미끄럽지는 않았다. 이제 눈이 길을 덮었으니 내년 봄까지는 이런 풍경이 일상일 것이다. 
 
지난주를 걸러서 그런지 힘이 들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겨울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길에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계곡길은 줄어들지 않는다.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집에서 나온 그 차림대로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벌써 내려가는 이들도 있다. 겉옷을 벗어 넣고 물 한모금 마시고 이어폰을 끼고 아이젠을 신고 길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젠을 잘못 가지고 왔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신으며 보았을 때 체인의 길이가 달랐다. 제발 오늘 하루만 버텨주기를 바랐다. 
 
오늘은 어디로 발길을 할까? 일단 가면서 보기로 한다. 길이 멀어질수록  볕이 사라져 갔지만 하늘은 맑다. 눈길이라 발에 힘이 많이 든다. 다져지지 않은 눈을 딛어 삐끗하기도 한다. 스틱을 꺼낼까 하다가 말았다.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등산객들이 거의 안 보인다. 대동문 갈림길 위에서 중늙은이 하나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따라가려다 이내 포기했다.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다.  대성암 아래 너덜지대에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급한 것도 없는데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자며 위로한다. 
 
지난번에 걸은 반대방향을 걸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성문에서 문수봉을 가기로 했다. 대성암을 지나 오르는 길이 눈이 다져지지 않았고 돌들이 흔들려 오르기 불편하지만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지붕이 빤히 보이는데 숨이 더 차오른다. 겨우 올라가 문 앞 의자에 배낭을 내리고 물 한모금을 마시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대남문을 향해 옆길로 들어섰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급경사의 돌계단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늘 하던대로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광화문을 찾다가 못 찾고 문수봉으로 간다.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에 여든은 되어보이는 분이 너무 어렵게 오르는 모습이 아래에서 부터 보였다. 하여 지나가면서 다 오셨으니 쉬시면서 천천히 가시라고 하며 지나쳤는데 봉우리 바로 아래에 대성문에서 마주쳤던 세 명이 더 있다. 아, 이분들 일행이구나. 그 나이에 매주 오신다는데 대단한 분들이고 나도 늦게까지 산에 다니고 싶다. 눈 때문에 바로 내려가려다 남장대지능선을 따라 내려가고 싶어졌다. 능선의 볕이 잘 드는 바위로 가는 길에는 발자국이 하나만 있다. 그래서 상원봉으로 올랐다. 내가 다니는 바윗길엔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눈에 발딛음이 모두 덮였으니 저기서 미끄러지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니 당연하다. 상원봉을 지나는데 의상능선에서 올라오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단한 이들이다.  
 
남장대지능선길 바위구간에 발자국이 두 명 분 밖에 없다. 등산객이 많지는 않지만 이럴리가 없는데. 여긴 다른 길도 없는데 이상하다. 볕이 잘 드는 길에 난 발자국은 녹아서 얼음이 되어 있다. 내려가는 길이니 더욱 신경 써서 조심조심 걸을 수 밖에 없다. 이곳으로 들어온 후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나뭇가지와 바위 등 손에 닿는 것들에 의지해 내려오는데 참 어렵다. 겨우 가파른 길을 내려와 행궁지를 빙 도는 길로 들어갔다. 서너 명의 것으로 보이던 발자국이 두 명 것으로 줄었다. 그 두 명의 발자국도 부황사로 향했다. 밧줄에 매달려 가파른 길을 내려와서 걷는데 발길에 채인 눈이 굴러가며 스스로 눈덩이를 만들어 길을 치워준다. 신기해 다시 눈덩이를 굴리려 하지만 되질 않는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헤치며 계단길을 만날 때 까지 걸었다. 두 명의 발자국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행궁지 삼거리에서 큰 길로 나오니 사람들도 보이고 문명세계로 온 기분이다. 발을 보니 아이젠 줄이 흔들리고 있다. 쇠줄이 오래되어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이다. 작년에도 줄이 터져 잇느라 고생했었다. 이제 이 아이젠과는 이별하고 새로 사 둔 것과 친해져야 한다. 버릴 것이란 생각에 터덜터덜 생각없이 걸으며 내려오는데 눈이 내린다. 사진에 얼른 담았지만 눈은 보이질 않는다.  
 
노적사입구에서 지도를 펴고 보던 젊은 외국인들이 길을 묻는다. 우리말은 인사말 뿐이고 자기들 끼리는 러시아말을 한다. 지도의 글씨가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꺼냈는데 접는 안경이 신기한가 보다. 안경을 썼는데 배낭에서 다른 안경을 꺼내는 것도. 돋보기로 보니 그들이 손가락으로 짚은 곳이 봉성암이라 그러냐니까 아니란다. 그 아래는 태고사와 중흥사라 물으니 중흥사란다. 큰길을 따라서 5백 미터 쯤 가면 왼쪽에 있다고 하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역사관을 그냥 지나쳤다. 오늘은 물만 두 모금 마시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고 집에서 나와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시간은 정오가 지났다. 차가 다니는 길이라 눈을 다 치웠다. 계곡길 갈림길을 지나서 아이젠을 벗어 넣었다. 발이 얼얼하다. 하지만 편하다. 눈 때문에 산길을 걷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북한동으로 내려와 새로 생긴 억만네로 들어가 고갈비를 먹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탔는데 길이 밀린다. 음주단속 중이다. 버스는 그냥 보내준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대화로 가는 차가 홍제역에 접근 중이란다. 오늘은 모든 것이 늦나보다. 
 
집에 돌아오니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늦은 시간이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백합탕과 불고기를 안주로 막걸리 병을 비웠다. 아내가 옆에서 술을 더 마실까 끝까지 지키고 있다. ㅎ~~

 

 

켑자켓을 입고 겨울산행을 가자!

 

북한동. 계곡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의상봉

 

계곡입구. 이제 시작이다.

 

수문터에서 보는 계곡과 원효봉

 

계곡폭포에 물이 조금씩 내렸다.

 

역사관 앞

 

역사관 앞 계곡

 

중성문

 

산영루

 

용학사샘 앞길

 

금위영이건기비 앞길

 

대성암

 

대성문

 

대남문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보이는 서울시내

 

문수봉. 지금은 아무도 없다.

 

비봉능선

 

구기동계곡

 

증명사진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

 

상원봉의 이정표

 

삼각산

 

의상능선

 

의상능선 너머로 집옆의 제니스건물이 오랫만에 보였다.

 

바람골에 쌓인 눈이 정강이를 덮었다.

 

바람골에 쌓인 눈

 

남장대지능선 끝자락

 

능선 아래 바위에서 보는 주능선

 

이쪽 능선이 바람이 많고 춥다.

 

주능선 너머로 칼바위가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나월봉

 

눈이 내려서 찍었는데....

 

역사관 앞

 

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걸렸지만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