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26.01.03 행궁지 - 대성문

PAROM 2026. 1. 4. 08:21

아침 8시에 나갔다가 4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 술상 앞에 앉았다. 손주들 유치원이 방학하는 바람에 지난 토요일에 집에 모셔와 돌보느라 연말 산행을 걸렀다. 데몬헌터스 유튜브에 빠져 종일 보는 바람에 나는 TV 근처에도 못 갔다. 이제 내일이면 안산에 보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유가 이리 그리운 것을 그동안 너무 몰랐다.
이제 우리가 그어놓은 시간에 인사를 주고 받았던 기간도 지났다. 친하게 지냈다 잊고 있던 이에게 온 안부에 깜짝 놀라기 전에 미리 챙겨야 되는데 내 게으름이 실망하게 만든다. 연말과 연초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이 스릴 넘치게 했다. 배당을 받으려 가지고 있는 통신과 은행주들이 정신을 못 차렸지만 대표 반도체주 때문에 제자리를 지켜 다행이다. 
 
어제 손주들과 놀이동산 다녀온 바람에 일찍 잤고 그 덕에 일찍 일어났는데 작은 녀석을 업고 다녔던 아내는 7시가 넘도록 못 일어났다. 서둘러 준비했지만 평소보다 늦었다. 그래도 애들 두고 산에 가는 게 어디냐? 오늘 최저기온이 영하 14도 라고 했는데 체감온도는 더 낮다. 이 계절 들어 오늘이 제일 추운 듯하다. 배낭에 핫팩을 하나 넣고 하나는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에스키모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는데 8시다. 오늘도 배낭엔 뜨거운 녹차 한 병, 샌드위치, 과일, 물 한 병을 새로 넣었다.  
 
집에서 역으로 가는 길이 멀고 춥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역으로 걸어갔다. 추워서 그런지 열차에 승객이 많지 않다. 산성입구에서 앞차에서 내린 이들과 섞여 산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것이, 많은 이들이 같이 걸어 들어가도 계곡에서 보면 나 혼자거나 두셋 뿐이다. 뭐 나야 한적한것이 좋으니까 시비걸고 싶진 않다.
찬기운에 콧물이 생겨 훌쩍거리게 만들어서 휴지 몇 장을 주머니에 넣고 수시로 풀며 계곡길을 올랐다. 집에서 부터 입고 간 옷들 덕분에 역사관에 이르러서는 땀이 흘렀다. 
 
오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역사관 앞 데크 벤치. 그곳에서 켑자켓을 벗어 넣고, 뜨거운 녹차 한 잔 마시고, 이어폰을 끼고 다시 걸었다. 오늘은 새해의 첫 산행이니 백운대에 오를까 하다가 그냥 평소와 같이 걷기로 했다. 대신 문수봉은 꼭 오르기로....
걷는 데 힘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앞에 가던 이들도 뒤에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지난주를 걸렀다고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다행이 앞에 산객이 없어 천천히 걸었다.  
 
노적사 입구 위의 정자를 지나 계곡길에서 네 발로 옛길로 올랐다. 오르며 보니 나월봉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저기를 바로 오를까 아니면 건너 보며 오를까? 바로 오르는 것이 빠르기는 하지만 행궁지를 지나가기로 한다. 날이 풀렸어서 길에 얼음이 없는 대신 흙길이 얼어서 울퉁불퉁하다. 참 걷기 불편하다. 행궁지 옆길을 오르는데 얼어붙은 길이 오히려 걷기 좋다. 질척거려 미끄러지지 않으니 좋긴 한데 힘이 너무 많이 들어 무릎을 짚으며 서서 쉬어야 했다. 행궁지를 돌아 오르는 길이 생각했던 것 보다 북풍이 많이 불고 추웠다.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곳에서도 오랫만에 줄에 매달려 올랐다. 
 
남장대지능선 바로 아래 바위 위에서 이길에서 처음 산객들을 만났다. 한 팀 여섯 명? 그중 한 명은 중학생으로 보였다. 첩첩산중에서 사람을 보니 다시 힘이 났다. 남장대지를 지나 바위에 오르니 우리 동네가 보였다. 안 보이기 전에 얼른 사진 한 장을 찍고 상원봉으로 가서 바위를 타고 내려가려다 성곽을 따라 내려가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으로 올랐다. 남장대지능선을 지나며 보였던 이들은 없다. 텅 빈 문수봉에 오른 것이 얼마만인가? 다 내 세상 같다. 그런데 여기에 아무도 없는 이유를 금방 알았다. 춥다. 너무 춥고 바람이 분다. 나도 어서 내려가야 했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죽어라 오르는 이들을 보며 안스러워 했다. 직장인들 같았는데 오래전 내 생각이 났다. 나도 저랬었다. 
 
문수봉에서 대남문만 찍고 내려가면 너무 허전하다. 하여 성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갔다. 둘레길은 얼음 때문에 미끄러울 것이라 짐작해 힘들지만 산을 넘었다. 내려가는 계단길이 무릎을 계속 쳐서 겁이 났지만 안 갈 수도 없다. 대성문에서 잠시 쉬고 계곡으로 내려와 너덜길을 걷는데 힘이 든다. 이 계절이면 눈이 너덜 사이를 메워 걷기 편하고 딛기  부드러운데 그게 없다. 돌들 대가리만 골라 밟는 것이 균형 잡기 참 어렵다. 
 
보국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 부터는 길이 대체로 좋다. 오늘은 시계를 보지 않았다. 기대하는 것도 없고 맞출 시간도 없어서다. 그래도 발걸음은 빨라졌다. 대서문을 지나 자연관찰로로 내려오다가 공터 의자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너무 차가운데 뜨거운 녹차는 다 식었고 그나마 두 잔도 채 안 나왔다.
일주일 만에 떼 놓고 온 녀석들을 어서 가서 봐야지. 집을 나올 때 아내가 연신내에 새로 생긴 곱창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답사를 하려다 말았다. 5시에 열고 400그램이 4만 원이니 지금 시간에, 혼자는 어렵다. 다음에 같이 가야 한다.
대곡역에서 환승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런 시간대가 있다. 이사 가지 않는 한 참아야 하나?
탄현역에서 집에 서둘러 가려고 에스커레이터를 바삐 오르다 엎어졌다. 창피.  
 
집에 오니 두 녀석이 쉴 새 없이 덤벼든다. 이게 좋은 거다. ㅎ~~

 

단단히 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졌다.

 

계곡입구 전망대에 의자가 놓였다. 춥다.

 

수문자리에서 보는 원효봉과 계곡

 

계곡이 얼었다. 바위 아래에 고드름이 달렸다.

 

폭포도 얼었다.

 

역사관 앞

 

중성문

 

산들 사이로 나월봉이 높게 보였다.

 

산영루 위의 폭포가 얼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나월봉이 보인다. 높이가 거의 맞춰졌다.

 

능선 아래의 바위구간. 이 바위를 올라 조금 더 오르면 능선이다.

 

능선 아래 바위에서 보는 삼각산

 

능선 끝의 소나무

 

청송대에서 보는 주능선 너머의 칼바위와 전망대 봉우리, 대성문

 

의상능선 너머로 우리동네가 보였다.

 

상원봉에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추웠다.

 

청수동암문으로 가는 성곽길에서 보는 비봉능선

 

청수동암문 앞

 

문수봉에서 보는 구기동계곡

 

삼각산을 배경으로

 

문수봉에서 보는 풍경들

 

대남문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보는 서울

 

대성문으로 가다가 뒤돌아 보면 이런 모습이다.

 

대성암. 오랫만에 문이 닫혔다.

 

금위영이건기비 앞

 

물 건너는 곳이 얼었다.

 

경리청상창지 앞

 

계곡의 큰바위얼굴

 

역사관 앞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