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게 간다. 엊그제 새해가 시작했는데 벌써 1월이 다 갔다. 나는 정말 시간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 제발 나는 그냥 두고 세월, 너만 혼자 가라.
고관절이 걱정이 되어 조심한 지 스무 날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헬스장에서도, 길에서도 신경은 온통 고관절에 가 있었다. 어제 아내가 산에 갈 거냐고 묻는 소리를 듣고 몸부터 살펴 봤다. 괜찮다. 특별하게 무리를 하지 않는 한 소리 지르는 곳은 없다. 그러면 가는 거다. 대신 천천히 걷자. 땀이 겨우 날 정도로만. 그래야 오래도록 산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새벽 3시에 깨어 핸펀 켜고 이것저것 보다 보니 6시가 넘었다. 서둘렀지만 다른 때 보다 늦었다. 다음 열차 시간을 보니 7:50이다. 그런데 열차 시간이 익숙하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7분 씩 당겨진 것 같다. 7시 50분 열차를 타기 위해 게으름을 폈다가 하마터면 뒷차를 탈 뻔했다. 배낭엔 뜨거운 옥수수차와 샌드위치, 그리고 350미리 캔에 든 물을 넣었고 핫팩은 진작에 뜯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니 보온이 잘 되게 입어야 한다.
집에서 밖을 보니 찻길이 하얗고 거무스름하다. 뭐지? 예보가 없었는데 눈이 왔다. 등산화를 신고 밖에 나가니 찬바람이 훅 들어온다. 춥다. 아내는 잔반 처리를 한다고 맨발에 팔을 걷어부치고 갔다가 오고 있다. 그걸 보니 내 몸에 한기가 더 돈다. 역으로 가며 다시 한 번 고관절이 무사한지 집중을 했다. 추워서 그런지 산으로 가는 차들에 승객이 적어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려 산으로 향했다. 춥다. 길에 밤새 내린 눈이 많지 않아 미끄럽지는 않다. 이 정도면 아이젠을 신지 않고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고개 돌려 여기저기 보지 않고 계곡으로 직진했다. 등산객들이 지난주 보다 더 적다. 그나마도 다 내 뒤에 있다. 버스에서 먼저 내려 앞서 걸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물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숨소리만 산속을 흘러갔다. 이미 내려오고 있는 이들을 보니 모두 아이젠을 신고 있다. 중간중간 보이는 등산객들을 뒤로 보내며 천천히 걸어야 된다는 생각만 한다. 어쩌다 나를 지나치는 젊은이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북한동역사관 앞에서 켑자켓을 벗어 넣고, 뜨거운 차 한 모금으로 추위를 달랜 후 이어폰을 끼고 다시 길로 들어섰다. 역사관 앞에서 쉬다 보면 기를 쓰고 제친 사람들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천천히 걷나 기를 쓰고 걷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걸 알고 고치려 하는데도 못 고치고 있다.
산길을 걷다 보니 오늘은 비탈길에 눈이 없다. 비로 쓸어낸 것이 아니고 바람으로 불어낸 모습이다. 아마도 차를 운행해야 할 이들이 치웠나 보다. 덕분에 많이 내린 눈이 아니지만 아이젠 생각 없이 쉽게 걸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길이 높아질수록 쌓인 눈이 깊어졌다. 보국문 갈림길을 지나며 부터는 길이 많이 미끄러워 고민했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그 바람에 대성문으로 오르며 한 번 엎어져 땅을 짚었고 대남문으로 오르며 또 한 번 엎어졌다. 엎어지고 난 후 바로 일어나 누가 볼 세라 바지와 장갑에 묻은 눈을 급히 털어 냈다.
문수봉을 오른 후에도 엉덩이가 괜찮았다. 처음엔 눈 때문에 바로 돌아내려 가거나 구기동으로 가려고 했는데 눈과 발에 익은 남장대지능선을 지나기로 하고 아이젠을 신었다. 오름길에서는 넘어져도 다치거나 하지 않지만 내리막에서 자빠지면 최소한 일주일은 가는 타박상이니 신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 산길에서는 지나친 이들을 여러 번 다시 보게 되었다. 다른 때는 다시 보기 어려웠는데 오래 쉬었기 때문인가? 그들이 빨라서 인가?
청수동암문을 성곽길로 지나 상원봉 성랑지로 올랐다. 이렇게는 오랫만에 걷는 길이다. 이 길이 바윗길을 오르는 것 보다 훨씬 쉽다. 눈이 쌓여서 암문을 오르내리기 귀찮아 택한 길이었다. 역시 남장대지능선엔 바람이 격하게 반겼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깊게 쌓이지는 않았지만 길은 나무나 바위를 잡고 오르내리게 변해 있었다. 이런 곳은 이제는 혼자 다니기에 조금 부담이 되긴 한다. 능선을 내려 서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행궁지 뒤의 계단길로 가기로 했다.
행궁지 뒷길의 가장 스릴 넘치는 구간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바위를 돌아 나무들에 매달려 내려가는 길과 눈에 덮힌 바윗길. 그 바윗길을 내려가려면 반드시 노출된 나무 뿌리에 의지해야 한다. 그래서 엎어져 내려가며 매달렸는데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내 키 정도 되는 높이라 다리를 뻗어 바위 모퉁이를 잡고 무사히 내려왔지만.... 만약 부러져서 떨어졌으면? 다른 이들도 무사하게 다니길....
놀랐던 덕분에 이후의 내리막 길은 행궁지 옆 흙 비탈 까지도 신작로로 느껴졌다. 역사관 앞 데크 의자에서 차가운 샌드위치를 아직 뜨거운 차와 함께 먹고 찻길로 내려왔더니 다른 때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렸다. 길을 다 걷고 났는데 고맙게도 고관절이 뭐라하지 않았다. 이제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할 때 더 조심하고 12키로 이상 속도는 내지 말아야겠고 근력 운동 할 때 무게도 한 단계 내리는 것이 어떨까 모르겠다. 몸이 하자는 대로 해야지....
고관절이 걱정이 되어 조심한 지 스무 날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헬스장에서도, 길에서도 신경은 온통 고관절에 가 있었다. 어제 아내가 산에 갈 거냐고 묻는 소리를 듣고 몸부터 살펴 봤다. 괜찮다. 특별하게 무리를 하지 않는 한 소리 지르는 곳은 없다. 그러면 가는 거다. 대신 천천히 걷자. 땀이 겨우 날 정도로만. 그래야 오래도록 산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새벽 3시에 깨어 핸펀 켜고 이것저것 보다 보니 6시가 넘었다. 서둘렀지만 다른 때 보다 늦었다. 다음 열차 시간을 보니 7:50이다. 그런데 열차 시간이 익숙하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7분 씩 당겨진 것 같다. 7시 50분 열차를 타기 위해 게으름을 폈다가 하마터면 뒷차를 탈 뻔했다. 배낭엔 뜨거운 옥수수차와 샌드위치, 그리고 350미리 캔에 든 물을 넣었고 핫팩은 진작에 뜯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니 보온이 잘 되게 입어야 한다.
집에서 밖을 보니 찻길이 하얗고 거무스름하다. 뭐지? 예보가 없었는데 눈이 왔다. 등산화를 신고 밖에 나가니 찬바람이 훅 들어온다. 춥다. 아내는 잔반 처리를 한다고 맨발에 팔을 걷어부치고 갔다가 오고 있다. 그걸 보니 내 몸에 한기가 더 돈다. 역으로 가며 다시 한 번 고관절이 무사한지 집중을 했다. 추워서 그런지 산으로 가는 차들에 승객이 적어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려 산으로 향했다. 춥다. 길에 밤새 내린 눈이 많지 않아 미끄럽지는 않다. 이 정도면 아이젠을 신지 않고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고개 돌려 여기저기 보지 않고 계곡으로 직진했다. 등산객들이 지난주 보다 더 적다. 그나마도 다 내 뒤에 있다. 버스에서 먼저 내려 앞서 걸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물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숨소리만 산속을 흘러갔다. 이미 내려오고 있는 이들을 보니 모두 아이젠을 신고 있다. 중간중간 보이는 등산객들을 뒤로 보내며 천천히 걸어야 된다는 생각만 한다. 어쩌다 나를 지나치는 젊은이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북한동역사관 앞에서 켑자켓을 벗어 넣고, 뜨거운 차 한 모금으로 추위를 달랜 후 이어폰을 끼고 다시 길로 들어섰다. 역사관 앞에서 쉬다 보면 기를 쓰고 제친 사람들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천천히 걷나 기를 쓰고 걷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걸 알고 고치려 하는데도 못 고치고 있다.
산길을 걷다 보니 오늘은 비탈길에 눈이 없다. 비로 쓸어낸 것이 아니고 바람으로 불어낸 모습이다. 아마도 차를 운행해야 할 이들이 치웠나 보다. 덕분에 많이 내린 눈이 아니지만 아이젠 생각 없이 쉽게 걸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길이 높아질수록 쌓인 눈이 깊어졌다. 보국문 갈림길을 지나며 부터는 길이 많이 미끄러워 고민했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그 바람에 대성문으로 오르며 한 번 엎어져 땅을 짚었고 대남문으로 오르며 또 한 번 엎어졌다. 엎어지고 난 후 바로 일어나 누가 볼 세라 바지와 장갑에 묻은 눈을 급히 털어 냈다.
문수봉을 오른 후에도 엉덩이가 괜찮았다. 처음엔 눈 때문에 바로 돌아내려 가거나 구기동으로 가려고 했는데 눈과 발에 익은 남장대지능선을 지나기로 하고 아이젠을 신었다. 오름길에서는 넘어져도 다치거나 하지 않지만 내리막에서 자빠지면 최소한 일주일은 가는 타박상이니 신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 산길에서는 지나친 이들을 여러 번 다시 보게 되었다. 다른 때는 다시 보기 어려웠는데 오래 쉬었기 때문인가? 그들이 빨라서 인가?
청수동암문을 성곽길로 지나 상원봉 성랑지로 올랐다. 이렇게는 오랫만에 걷는 길이다. 이 길이 바윗길을 오르는 것 보다 훨씬 쉽다. 눈이 쌓여서 암문을 오르내리기 귀찮아 택한 길이었다. 역시 남장대지능선엔 바람이 격하게 반겼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깊게 쌓이지는 않았지만 길은 나무나 바위를 잡고 오르내리게 변해 있었다. 이런 곳은 이제는 혼자 다니기에 조금 부담이 되긴 한다. 능선을 내려 서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행궁지 뒤의 계단길로 가기로 했다.
행궁지 뒷길의 가장 스릴 넘치는 구간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바위를 돌아 나무들에 매달려 내려가는 길과 눈에 덮힌 바윗길. 그 바윗길을 내려가려면 반드시 노출된 나무 뿌리에 의지해야 한다. 그래서 엎어져 내려가며 매달렸는데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내 키 정도 되는 높이라 다리를 뻗어 바위 모퉁이를 잡고 무사히 내려왔지만.... 만약 부러져서 떨어졌으면? 다른 이들도 무사하게 다니길....
놀랐던 덕분에 이후의 내리막 길은 행궁지 옆 흙 비탈 까지도 신작로로 느껴졌다. 역사관 앞 데크 의자에서 차가운 샌드위치를 아직 뜨거운 차와 함께 먹고 찻길로 내려왔더니 다른 때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렸다. 길을 다 걷고 났는데 고맙게도 고관절이 뭐라하지 않았다. 이제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할 때 더 조심하고 12키로 이상 속도는 내지 말아야겠고 근력 운동 할 때 무게도 한 단계 내리는 것이 어떨까 모르겠다. 몸이 하자는 대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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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자!

이제 걷기 시작이다.

수문자리에서 보는 원효봉

계곡폭포는 꽁꽁 얼었다.

역사관 앞에서

중성문으로 오르는 길

산영루

산영루 옆의 와폭도 꽁꽁 얼었다.

경리청상창지 옆길

대동문 갈림길을 지나서 있는 물 건너는 곳. 역시 꽁꽁

금위영이건기비 앞길

대성암. 항상 밝고 맑은 곳이다.

대성문. 여기를 오르다 헛딛어 엎어졌다.

대남문. 여기서도 엎어졌다.

대남문 지붕 아래에서 보는 서울 시내. 광화문을 찾기 어렵다.

문수봉에서 보는 구기동과 서울 시내

삼각산을 배경으로 증명 사진

문수봉.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사람들도 많이 올라 사진을 찍는 장소에서 둘이 뭘 먹는 지 한참을.... 한소리 하려다 말았다.

청수동암문 앞으로 구파발이 깨끗하게 보였다.

상원봉에서 보이는 삼각산과 뒤의 도봉산

의상능선 너머로 내가 사는 동네가 뚜렷이 보였다.

주능선 너머로 수락과 도봉도 깨끗이 보였다.

내려오느라 이 나무뿌리에 매달렸는데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직도 공사 중인 행궁지

역사관 앞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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