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7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26. 1. 18. 10:00

1월 3일에 산에 다녀와서 하루를 쉰 후  금요일까지 매일 조금 많이 걸었더니 몸에 무리가 와서 이번주까지 조심조심했고 산에도 가지 않았더니 고관절이 조금 좋아진 듯하다. 산에 가려고 엉덩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내리 술을 많이 마시는 모임이 줄줄이 있다. 참내 마시고 싶을 땐 없더니만 뭔일이냐? 어제만 해도 부랄친구들을 중국집에서 만났는데 그 좋은 음식을 공부가주 딱 한 잔과 맥주 두 잔으로 마쳤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렵게 조절한 덕에 몸 상태가 등산을 해도 될 듯하다. 이번주 내리 안산에 가 있는 아내 덕분에 3시에 깨어 뭉기적 대다가 5시에 일어나 밥 먹고 산행준비를 마치니 6시가 안 됐다. 밖은 깜깜하다. 지금 나가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느긋하게 등산화 끈을 매고 역으로 갔다. 6시 30분 차인데 조금 늦게 왔다. 그 바람에 대곡역에서 다음 지하철을 타야 했다. 구파발역 밖으로 나갔는데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정거장엔 등산객들이 많다. 곧 도착한 704번을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데 기분이 좋다. 고관절이 나갔으면 다시 못 올 뻔했다. 산은 옅은 구름이 어둠을 붙잡고 있어 묘한 분위기를 냈다. 이 시간에 처음 왔으니 처음 보는 풍경이다. 사진으로 찍으니 희미해야 되는데 대낮같이 나왔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기능을 알아봐야겠다. 
 
계곡입구는 물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데 계곡 안이 갑자기 시끌시끌해 졌다. 대여섯 종류의 새들이 일어나 인사들을 하나 보다. 그 중에 까치도 있고 딱다구리도 있다.(내가 아는 새소리는 대여섯 가지 정도다. 까마귀 비둘기 부엉이 꿩 참새 꾀꼬리 뻐꾸기 닭(?).... 그러고 보니 촌놈이라 그런지 꽤 되네 ㅎ~~) 오늘은 일찍 왔으니 천천히 걸으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오후 5시에 사당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어 가야하니 시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집에 가서 샤워하고 가려면 정오 전에 내려와야 할 듯하다. 걷다가 고관절이 이상하다 싶으면 주저 없이 되돌아 서기로 했다. 오늘은 기온이 낮지 않지만 새벽 산속이라 그런지 공기는 싸늘하다. 감기 걸리지 않으려면 땀이 날 때 까지는 그냥 다 입고 걸어야 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예전에 보이던 내려오는 이들은 없다.  
 
부지런한 이들은 벌써 산에 와서 저 만큼 앞에 가고들 있다. 그런데 왜 자꾸 거리가 좁혀지지? 또 옛 습관이 나왔다. 자중하라고 타이르며 걷는다. 그렇게 걸어 역사관 앞에 도착했는데 아직 해는 보이지 않는다. 데크 위 의자에 배낭을 벗고 커버트가디건과 켑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보온병에서 뜨거운 차를 한 잔 따라 마셨다. 속이 뜨끈해지며 후련해졌다. 그 기운을 받아 이어폰을 끼고 길로 들어가 사람들에 끼어 산을 올랐다.  
 
지난주를 날로 쉬어서 그런지 비탈길 오르기가 힘들다. 정말이지 나이탓이 아니기를 바란다. 등산객들이 거의 없는 산길을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걷다보니 웬지 청승맞은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내 갈길은 간다며 열심히 걸었다. 옛길로 증흥사 앞으로 가서 샛길로 올라가 대피소로 올랐다. 근데 왜 그리 힘이 들었는지....전에는 그냥 쭈욱 걸어 갔는데 오늘은 무릎을 여러 번 짚으며 쉬고 올라야 했다.  
 
고도가 높아지며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 습도가 높아서 상고대가 피었나 보다. 나는 멋 있으니 더욱 좋다. 대피소를 지나쳐 능선으로 가니 산이 눈이 온 듯 온통 하얗다. 나뭇가지 마다 상고대가 다 피었다. 특히 능선 위에는 상고대가 더 크다. 카메라를 계속 들이밀며 성곽길을 걸었다. 그래서인지 원체 추워서 그런지 손이 시렵다. 지하철에서 뜯은 핫팩에 손을 맡기며 걷는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엉덩이가 불안해진다. 아프거나 불편하면 바로 내려가야 되는데 능선에선 찻길까지 최소 5키로다. 대동문에서 내려가려다 몸도 괜찮고 시간도 일러서 보국문으로 향했다. 칼바위갈림길을 지나니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어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걷기만 한다. 이어폰은 벌써 한 바퀴 돌았지만 귀찮아 그냥 듣는다. 보국문에 내려가니 계곡에서 수십 명이 올라와서 문 앞 공간을 채우고 있다. 같은 회사 사람들인가? 
 
그들을 뒤로 하고 계곡으로 내려와 걷는데 발과 무릎이 따로 노는 기분이다. 왜 발걸음은 그리 세게 딛었는지, 왜 자꾸 비틀거리는지.... 내리막길은 조심스럽다. 낙엽 밑에 숨은 얼음이 있고 나무나 돌 위에 낀 살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까 오를 때 나무계단에서 여러 번 미끄러졌었다. 스틱을 펼까 했지만 내 게으름이 하지 못하게 막았다. 내리막길에서 늘 무릎을 막 써서 큰일이다. 빨리 가야 한다며 시계는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래도 길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시간이 꽤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산에서 외국인을 못 봤다. 이 근래에 못 보긴 처음이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역사관 앞 데크에 올라가 커버트가디건을 꺼내 입고 샌드위치를 뜨거운 옥수수차에 같이 먹으니 살만하다. 이젠 굶지를 못하니 큰일이다. 아내에게 전화하니 저녁이나 되어야 집에 온단다. 아들이 퇴근해서 집에 오면 손주들 태우고 같이 온단다. 사실 손주들 볼 생각에 더 서둘렀는데, 내일 아침에나 보게 됐다. 
 
집에 가야 밥 해 먹을 수도 없고 사 먹고 가야겠다 마음 먹고 뭘 먹을까 하다가 집 근처에서 양평해장국을 사 먹고 집에 왔다. 그리고 샤워하고 이 글 쓰고  다시 나가야 한다. 친구들 보러 사당으로... 서둘러야 한다.

 

 

****사진 자료가 PC로 넘어오지 않네,  ㅠㅠ  ---> 핸펀을 고쳤다.

 

 

6시가 넘었지만 아직 어둡다.

 

어스름이 남았는데 사진에는 그런 표시가 나질 않네....ㅠㅠ

 

계곡 입구. 아직 어두웠다.

 

수문자리에서 보는 계곡과 원효봉. 여기서 부터 고관절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이 시작되었다.

 

계곡폭포 전경

 

드디어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 확실히 등산객이 적다.

 

중성문 아래 계곡

 

중성문

 

네발로 옛길에 올라 나월봉을 봤는데, 안 보였다.

 

건너편 산기슭에 큰바위얼굴이 보였다.

 

산영루. 해는 아직 산을 나오지 못했다.

 

산영루 위의 와폭이 꽁꽁 얼었다.

 

대피소 갈림길의 데크계단. 다리 아래는 얼음이 덮었다.

 

대피소 아래에 가까워지자 상고대가 옅게 피었다.

 

정말 힘들게 대피소 도착했다.

 

동장대로 가는 중 볕이 들어 뒤돌아 봤다.

 

능선에 핀 상고대. 하얀 예쁜 세상을 만들었다.

 

동장대. 가로막이 들려 있어서 열린 줄 알고 올라갔더니.... 아니어서 되돌아 내려가야 했다.

 

내 사진 수준이 멋진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눈으로 봤을 때는 기가막히게 예뻤는데....

 

대동문 위의 제단 뒤에서 보는 삼각산을 배경으로

 

해가 대동문 지붕에 들었다.

 

칼바위와 형제봉

 

보국문으로 내려가기 전에 문수봉을 배경으로

 

2년 전만 해도 이 능선을 따라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을 지나는 길을 늘 걸었는데, 이젠 일 년에 두세 번에 그치고....

 

보국문

 

대동문  갈림길 아래 물 건너는 곳이 얼었다. 여긴 내가 안경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경리청상창지 옆길. 노적봉과 백운대 만경대가 보이는 곳이다.

 

중성문

 

역사관

 

역사관 앞 광장과 데크

 

다 내려왔다. 친구들 모임에 가야해서 얼렁뚱땅 걷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