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월의 끝날이다. 이젠 더 자주 시간 앞에서 그 지나감의 빠름에 놀란다. 많이 남지 않은 시간들을 의미 있게 써야 되는데 그게 영 쉽지가 않다.
안산에 가 있던 아내가 금요일 오후에 돌아 왔는데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일찍 일어났다. 일어났으니 집안에서 뭉기적 대는 것 보다 일찍 다녀오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새벽밥을 먹고 배낭에 샌드위치와 뜨거운 차, 벙어리장갑과 털모자를 넣고 7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바뀐 열차시간표의 7:13 차를 타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니 찬기운이 엄습한다. 핸드폰을 보니 영하 13도다. 어둡다. 집에서 뜯어 넣은 핫팩을 쥐고 부지런히 걸어 역에 갔는데 열차는 세 정거장 앞에 있다. 바뀌기 전 시간 보다 더 늦다. 늦은 덕에 대곡역에서 환승하러 갔는데 오금행 열차는 그제야 대화역에서 떠났다. 일찍 나왔지만 평소와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배신감이 든다. 그래도 버스는 바로 와서 산 앞에 내려 주었다.
너무 추워서 기온을 보니 진관동 영하 13도라고 나온다. 북한동을 찾으니 영하 9도란다. 뭔가 이상하다. 바람은 없지만 느낌은 영하 20도도 넘는다. 아직 어둠이 남은 입구에 사람들이 많다. 한 회사 사람들인가 보다. 계곡 입구에서 갑자기 까치가 소리를 지르더니 조용해졌다. 계곡길이 조용하다. 추워서 모든 것이 얼어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그 고요함을 내 거친 숨소리가 깨뜨리며 지나갔다. 비탈진 데크길이 얼어서 미끄러졌다. 계단으로 걸었다.
역사관 앞 데크에 올라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추운 날엔 뜨거운 차가 최고다. 여기서 켑자켓을 벗기가 싫어지긴 처음이다. 열심히 걸어 왔지만 추위 때문에 땀이 나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검은 티셔츠와 핸더슨자켓 차림으로 다시 길에 들어갔는데 허전하다. 추위 탓이다. 일찍 왔으니 오늘은 천천히 걷자던 다짐은 또 지나가는 이들에 묻혀 사라졌다. 아니 추위가 가져 갔나 보다.
선암사 아래 비탈길을 오르자 바지주머니에 넣은 핫팩이 뜨겁게 느껴졌다. 이제 비로서 몸이 풀렸나 보다. 법용사를 지나 중성문으로 간다. 갑자기 왼쪽의 시구문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곳인데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중성문 주변에서 쉬었던 여러 기억들이 스친다. 작은 미소로 기억들을 맞는다. 계곡가의 정자에는 거의 늘 누군가가 있다. 오늘도 있다. 나는 거의 매번 그냥 지나친다. 계곡은 모두 얼어 붙었다. 손을 써가며 바위를 붙잡고 옛길로 올라 고개를 돌리니 나월봉에 해가 들어 밝다. 오늘은 산길에서 눈부신 해를 정면으로 보고 걸었다. 산영루에서는 아직 해가 앞산을 오르지 못했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일단은 그냥 계곡을 따라 걷기로 했다. 계곡이 모두 얼음에 덮여 있어 더 추워 보인다. 계곡이라 바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다. 오늘 추위에 바람이 불면? 상상에 몸이 오싹해진다. 행궁지, 대동문, 보국문 갈림길을 모두 지나쳤다. 이젠 대성문과 대남문만 남았다. 금위영 터를 지나 길 중간에 있던 10센치 정도의 단풍나무가 중간이 부러졌다. 사람이 부러뜨리기엔 굵은데 누가 그랬을지 궁금하다. 잘려나간 윗부분은 보이질 않는다. 나무가 특이하게 굽어서 늘 눈에 띄었었고 길의 어디쯤인가 가늠하게 해주던 표지였는데.
보국사지 부터 시작되는 넓은 너덜길을 오르니 대성암 문이 열려 있다. 바라보니 오늘도 역시 해가 환하고 따스하게 절을 밝히고 있다. 그 문을 지나 대성문으로 향했다. 오르는 길에 눈만 내놓고 내려오는 여자와 마주쳤다. 아내가 입는 옥색 패딩을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눈만 보이게 가릴 수 있지? 그러고 숨이 제대로 쉬어 지나? 보는 내가 답답해서.... 무릎을 짚어가며 힘겹게 대성문에 올라 문 밖 의자에 배낭을 벗고 보온병에서 차를 따라 마셨다. 참 좋다.
이제 어디로 갈까? 문수봉 쪽은 지난주에 갔으니 오래간만에 보국문으로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방향을 작은 것이다. 겨울에 눈이 얼어붙으면 아이젠과 스틱 없이는 위험하고 불편한 길인 것을 얼음에 덮인 계단길을 만나고 나서야 잘못 했다는 후회가 되었다. 생각 없이 판단한 덕에 아이젠을 신지 않고 성벽을 붙잡고, 난간줄에 의지하며 힘겹게 긴 세 곳의 얼음 계단을 내려왔다. 계단 뿐 아니라 길 중간에 놓인 야자매트도 얼어 있어서 미끄러웠다. 이 길은 겨울엔 반대 방향으로 걸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해내지 못해 몸이 고생을 했다.
보국문을 그냥 지나쳤다. 아래 너덜지대를 걷고 싶지 않았고, 아직은 다리 힘이 남아서다. 그래도 기운이 떨어져 발을 높이 들지 못해 바위에 걸린다. 하지만 이 고개를 넘기만 하면 내리막길이니 힘이 솟는다. 칼바위 앞으로 보이는 형제봉 전경이 참 좋다. 성덕봉의 남쪽전망대에서 돌아나오는데 젊은이들 셋이 뛰어 지나간다. 젊음과 힘이 부럽다. 대동문에서 대피소로 갈까 하다가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계곡길 까지의 오백 미터 길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자주 마주치는 너덜 때문이다. 계곡길을 만나고 부터는 걸음이 빨라졌다. 내려오다가 용학사 아래 계곡 양지바른 물가에 배낭을 벗고 자리를 만들고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내려왔다. 산길을 다 내려오니 입구에 조은네 님이 함께 다니는 산악회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근처 식당에 들어가 뜨끈한 국물에 몸을 녹이고 집으로 갈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월요일 부터 또 일주일 동안 안산에 가야 한다고 하니.... 이제 설이 보름 정도 앞으로 다가 왔다. 아롬이가 가까운 곳에 다녀 오자고 했는데 요즘 동남아가 뒤숭숭해서 짧게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영하 13도. 무척 춥지만 이 계곡으로 들어간다.

폭포가 완전히 얼었다.

역사관 앞 도착. 해가 낮아 눈에 정면으로 들어왔다.

중성문 아래 계곡. 뒤돌아서 본 모습아다.

오랫만에 중성문에 달린 시구문을 보았다.

나월봉이 볕을 쬐고 있다.

산영루. 이곳은 아직 해가 산을 넘지 못했다.

산영루 옆의 와폭도 꽁꽁 얼었다.

경리청상창지 옆을 지나며 뒤돌아 봤다.

보광사지 부터 본격적인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대성암. 늘 볕을 잘 받는 곳이다.

대성문. 이곳까지 오르느라 힘을 다 써서 이제부터는 무릎을 짚어야 했다.

대성문

보국문으로 가는 길에 삼각산이 거침없이 보이는 바위가 있어서.... 오른쪽으로 도봉산이 선명하다.

이 곳에서 보는 풍경이 참 좋다. 보현봉과 문수봉 그리고 성곽길

삼각산과 주능선

전망대가 있는 성덕봉

성덕봉에서 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성곽 아래 계단의 얼음이 내려오는 걸음을 더디게 했다.

성덕봉에서 보는 삼각산

남쪽전망대에서 보는 전경. 백악, 인왕, 안산, 남산 그리고 더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도 보였다.

북쪽전망대

보국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칼바위

보국문. 오늘은 그냥 통과다.

보국문을 지나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을 배경으로

칼바위와 형제봉, 백악, 인왕

대동문. 오늘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백운동계곡으로 내려와 처음 건너는 얼음판

두번 째 얼음판

여름이면 알탕을 하는 곳인데 낙엽이 덮히고 얼음판이 초라해졌다.

역사관 앞.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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