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 7 행궁지 - 대성문

PAROM 2026. 2. 8. 10:18

밤에 자다가 깨면 머리가 아프다. 요즘 계속 그런다.  소화에 문제가 있나 싶어 소화제도 먹어 봤지만 효과가 없다. 한 달 후에 내과에 혈압약 받으러 갈 때 물어봐야겠다.
아내가 안산에 간 지 일주일 째다. 혼자 지내려니 바쁘기도 하지만 느긋함도 있다. 다시 맞은 토요일. 산에 가야하는데 영하13도다. 여기가 이러면 산은 더 추운데 산 위에서 바람이라도 만나면? 오늘은 집에 있을까? 아니다. 가서 되돌아 오더라도 가자.  
 
밥 먹고 치우고 배낭 꾸리고 집을 나왔는데 7시 15분 전이다. 탄현역으로 가다가 버스정거장에 대화역 가는 차가 오는 것을 보고 냉큼 탔다. 타고 생각해보니 150원이 더 비싼 차다. 대화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10여 분 있다가 출발한다. 그냥  탄현역으로 가는 것이 비용과 시간에서 효과적이었다. 그 바람에 구파발역에서 한동안 타지 않던 양주37번을 타고 산으로 갔다. 서울 버스가 150원 더 싸서....
오늘 지하철에서 술 마신 것 같은 늙은 놈이 임산부석에 앉아 혼자 되도 않는 소리를 지른다. 주엽에서 구파발까지. 사람들이 모두 피한다. 구파발에서 내리는데 지하철경찰이 탄다. 누군가 신고했나 보다. 어서 붙잡아 가라고 했다. 
 
산으로 가는 길이 춥고 스산하다. 겨울의 한가운데 떨어진 것이다. 탐방쎈터 앞에 모여 있는 이들을 지나 계곡으로 갔다. 모든 것이 얼어 붙었다.  소리조차 얼어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 길은 미끄럽지 않다. 집에서 뜯어 주머니에 넣은 핫팩이 제 일을 한다. 지금부터 너무 뜨거우면 산꼭대기에서 차가워질 수 있어 걱정이 든다. 폭포 옆 철계단을 지나며 부터 등에 땀이 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발가락은 춥다고 아우성이다. 열심히 걷는 수 밖에 없다.  
 
역사관에 도착하니 춥다고 느껴지는 부위가 없다. 켑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뜨거운 둥굴레차를 마시니 속이 따뜻해 진다. 이어폰을 끼고 길로 들어가 앞서 지나간 사람들을 쫓는다. 일찍 집에서 나온 덕에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눈이 부시지 않아 좋고 등산객들도 적다. 그래도 이시간에 내려오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 오는 것일지 궁금해 한다. 지난주에 눈이 조금 내렸는데 이쪽으로는 흔적이 없다. 추워서 그런지 발걸음이 빨라진 느낌이 들었지만 그대로 걷는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추우니까 대피소에서 보국문으로? 행궁지로 가? 옛길로 올라 오른쪽을 보니 해가 나월봉을 빛나게 하고 있다. 그래 나월봉을 내려다보며 걷자.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앞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재미 없다. 행궁지 갈림길 아래에서 딱 한 명이 지나갔을 뿐이다. 행궁지 옆 흙비탈을 오르기가 힘이 들어 무릎을 짚으며 오르다 중간 바위에 배낭을 내리고 옷을 추스린 후 다시 기운을 차리고 올랐다. 점점 더 힘이 든다는 느낌이다.  
 
아무도 없는 추운 길을 홀로 헉헉대며 올랐다. 이어폰에서는 어니언스의 혼자서가 흐르고 있다. "아무도 살 지 않는 깊은 산 속에서~~" 바램이지만 너무 적적할 것이다. 대여섯 시간 걷는 산에서도 아무도 만나지 못하면 허전해 지는데.... 행궁지를 돌아 오르는 길 위 능선에서 마주 보이는 나월봉을 바라보았다. 남장대지능선 바로 아래 바위를 오르다 오래 전 넘어진 소나무 가지를 들이받고 정신이 번쩍 든다. 능선길을 걷다가 오늘은 상원봉을 돌아가기로 하고 양지바른 바위에서 바로 청수동암문으로 향했다. 작년 가을에 이 길 저 아래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맨 기억이 되살아났다.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으로 가는데 길이 얼었다. 지난번에 내린 눈이 조금 녹았다가 얼었다. 조심조심 살금살금 발을 딛으며 간다. 아이젠을 신는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손으로 바위도 잡고 땅도 짚으며 힘겹게 문수봉에 오르니 아무도 없다. 미끄러워 힘들게 와서 그런지 추운지도 모르겠다. 문수봉을 아래로 돌아가는 길에 남녀 두 명이 헤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는 아이젠을 신었는데 왜 그러지? 사진을 찍고 대남문으로 내려왔다.  
 
구기동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대성문으로 가기로 하고 내려가는데 길이 녹았다 얼어서 얼음판이다. 스틱을 꺼낼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걸었다. 앞에 가는 이가 미끄러지는 것을 보며 나도 미끄러졌다. 대성문에 도착해 앞서 가던 이가 평창동으로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려다 배낭을 벗고 아직은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고 백운계곡으로 내려왔다. 이 길도 돌들 사이는 얼어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계곡을 건너는 곳은 얼음이 길보다 높아져 있었다.  
 
내려오다가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했으나 이 추운 곳에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냥 내려오다 보니 저 앞에 아내의 점퍼 색과 같은 색 옷을 입은 이가 가고 있다. 부지런히 걸어 추월하다 힐끗 보았는데 지난 번에 대성문에서 내려오던 눈만 내놓았던 이와 같다. 하마터면 반갑다고 인사할 뻔 했다. 그런데 이 분 걸음이 참 빠르다. 역사관 앞 데크에 올라가 차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니 정오 전에 산행을 마칠 듯하다.  
 
길에 다시 들어가 찻길로 내려왔다. 이젠 산에서 아는 이를 만나기가 어렵다. 그들 대부분이 등산을 포기했나 보다. 혹시라도 아는 이를 만날까 하여 두리번거렸지만 없다. 계곡입구에 다시 선 시간은 정오 전이었다. 든 시간이 8시 7분이었으니 산에서 있은 시간이 네 시간에서 십 분이 모자란다. 이제 배도 고프니 어서 집으로 가기로 한다. 집에 도착해 막걸리를 사러가기 귀찮아 삼사 년 전에 담근 아로니아주를 꺼냈다.

 

 

 

아직은 어둡다.

 

수문자리 앞에서 본 원효봉과 데크계단

 

계곡폭포가 얼었다.

 

역사관 앞.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중성문 가는 길

 

네 발로 옛길에 올라 보는 나월봉

 

건너편 산에 해가 들며 큰바위얼굴이 보였다.

 

산영루

 

산영루 옆의 와폭

 

행궁지를 돌아오르는 길에서 가장 가파른 길. 나는 줄잠고 오르기 싫어서 왼쪽으로 올라가서 오른다.

 

나무들 사이로 나월봉이 보인다.

 

이 바위를 올라 조금 더 가면 남장대지능선이다.

 

앞 사진의 바위를 오르면 보이는 삼각산

 

주능선 너머로 도봉산과 수락, 불암산이 보였고 멀리 주읍산도 또렷이 보였다.

 

남장대지능선 끝의 소나무

 

남장대지에서 보이는 의상능선의 나월봉과 증취봉

 

의상능선 너머로 고양시, 파주가  또렸이 보였다. 추운 탓인가?

 

의상능선의 끝봉우리 나한봉

 

청수동암문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

 

문수봉에 오르니 아무도 없었다.

 

비봉능선

 

추워.....

 

구기동계곡

 

대남문

 

대성문

 

금위영이건기비 앞길

 

경리청상창지 앞

 

역사관 앞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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