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 7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26. 3. 8. 07:23

요즘 주식하고 있는 사람은 나 포함 모두 새벽에 중동과 나스닥 소식에 집중하리라 생각한다. 나야 적은 돈이라 그렇지만 다른 이들은.... 암튼 3.3과 3.4 이틀간 20퍼센트가 사라졌고 하루 조금 올랐다가 어제 또 내리박았다. 다행히 남겨 둔 것이 있어서 괜찮지만 이제는 정말 손을 씻어야 되겠다는 생각이고, 전쟁만큼은 하지 말아야 되는데 쌩양아치 같은 놈들이 세계를 흔들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주말이라 편하게 자야 했는데도 여러 걱정이 몰려와 세 번이나 잔 후에 네 시에 깼다. 잠과 뒤섞여 뒤죽박죽인 정신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 한 시간을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가 일어나 부엌에 가서 조용히 냉장고를 뒤졌는데 그 소리에 아내가 깨어 잔소리를 들었다. 잔소리 속에 아침을 먹고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7시 10분이다. 나 혼자 밥 해 먹고 설겆이 하고 나올 때보다 더 늦다. 배낭엔 편의점에서 가져온 샌드위치와 둥굴레차만 넣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낮엔 영상이라 캡도 넣었다.  
 
집을 나왔는데 춥다. 3월7일인데 뭔일이냐? 하긴 어제 밤에 눈과 우박인지가 내려 집잎 주차장 차들이 허옇게 되었었다. 아이젠을 다시 확인하고 역으로 가다가 버스를 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소 1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해서 탄현역으로 갔다. 조금 전에 빵을 구웠는지 역 안에 구수한 빵 냄새가 진동한다. 침이 나온다. 예전에 7:37 차 시간이 7:30으로 변경되었고 그 시간에 열차가 오는 것을 확인했다. 시간이 당겨져서 그런지 승객이 조금 줄었지만 빈 자리는 없다. 그런데  야당에 사는 준규가 앞에 앉아 있다. 얘는 일산에서 내린다. 
 
대곡에서 내렸는데 오금행 지하철이 이미 도착했다는 싸인이 떠서 천천히 환승장으로 갔는데 대화역에서 다음  열차가 출발하지 않는다. 20분이 넘게 지난 후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열차가 고장이라 8시 몇 분에  오는 차를 타야 한다고. 이제껏 50년 넘게 잘 타고 다녔고 시간도 비교적 잘 지켰으니 그럴 수 있다고 다독이지만 속에선 열불이 난다. 안내도 없이 이러긴 50년 넘게 만에 처음이다. 한참을 더 기다려서 겨우 온 차를 타고 구파발로 갔다.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으로 가는데 춥다. 열차에서 뜯어 따스해진 핫팩을 꼬옥 쥐었다. 주말버스를 탔는데 춥다. 첫 배차인가 보다. 핫팩을 미리 뜯길 잘했다. 요사이 산에 젊은이들이 참 많다. 오늘도 젊은이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내 앞을 뛰어 올라간다. 정말 부럽다.
오늘은 느긋하게 걷고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 아내가 친한 고향 후배 딸의 결혼식에 가느라 양재역에 가니 집이 비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벌써 들어왔다. 늦게 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시원한 소리니 흐르는 양이 많은가 보다. 어젯밤에 눈이 많이 내려서 수량이 많아졌나 보다. 계곡을 오르며 들리는 물소리가 눈과 귀를 맑게 했고 힘도 덜 들게 했지만 아직은 춥다. 지난주에 정 박사가 전해준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텄다는 소식과 같이 아랫계곡에는 진달래와 생강나무, 버드나무 가지가 싹을 부풀리고 있다. 경칩도 이제 지났고 아무리 추워도 때 맞춰 우주의 기운은 온다. 
 
오늘도 오르는 길에서 뒷다리 오금을 펴며 걸었다. 그게 힘이 덜 든다고 해서.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일흔이 넘은 이에게도 그럴까? 역사관 앞에서 통과의식으로 쉬고 이어폰을 끼고 길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많다. 내겐 치인다는 느낌이다. 바삐 걷지만 서로의 간격이 유지된다. 이게 뭔일이냐? 이제 힘이 달리는가 보다.
중성문을 지나며 아래와 다른 문밖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완전히 다른 하얀 세상이 펼쳐졌다. 3월에 보는 환상적인 눈세상 풍경이다. 가끔 있는 이런 멋진 풍경이 나를 계속 산으로 이끈다. 
 
오늘은 눈 때문에 옛길을 포기하고 너른 신작로로 올랐다. 오르는 길에서는 얼음이 있어도 조금만 조심하면 자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습설이고 많이 미끄러워서 중흥사 앞에서 아이젠을 신었다. 그리고 작은 계곡을 건너 대피소를 향했다. 계곡은 온통 눈세상이다. 발 아래와 머리 위 나뭇가지에 얹힌 떨어질 듯 위태로운 눈. 금방이라도 자빠뜨리려는 듯 덤벼드는 눈송이. 그들을 땀을 뻘뻘 흘리며 물리치고 대피소에 올랐다. 
 
대피소 앞 광장의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였다. 가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참자. 눈 덮힌 산길, 부드러워진 길을 걸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걸었지만 아직은 눈이 발을 감싼다. 오늘 길에 사람이 많이 보인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늦게 산에 들었다. 그 때문이다. 능선 성곽길은 아직 미답인 곳이 많았다. 하지만 앞 발자국을 따랐다. 조금 눈밭을 걸어봤더니 힘이 들어서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능선에 바람이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이 시렸다. 
 
제단을 지나 눈이 쌓인 돌계단을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괜히 이길로 왔다. 대동문 아래 쉼터가 시끄럽다. 몇 놈이 벌써 취했나보다. 칼바위 계단이 눈 때문에 선명하다. 보국문으로 내려가기 전에 멋진 전망을 사진에 담았다. 주능선,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눈 때문에 더욱 선명하다. 참 멋지다. 보국문으로 내려갔다가 대성문으로 가서 평창동으로 내려가려던 생각은 폐기했다.  
 
오늘은 눈 덕분에 내려가는 길이 편했다. 돌 사이의 구덩이들이 다 메워졌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늘 이러면 참 좋은데.... 그래도 뒤뚱거리며 길을 내려왔다. 마주치는 이들이 많다. 시간이 꽤 됐나보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지난주에도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역사관에 닿았는데 119차가 엄청 많다. 백운대 방향 위에서 큰 일이 났나보다. 봄철의 눈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하긴 나도 점심자리에 가기 바로 전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대피소갈림길 위에서 벗은 아이젠을 배낭에 넣고 자연탐방로로 내려오니 또 구급차가 올라간다. 궁금하다.  
 
길 중간의 모든 관심을 끊고 집으로 오는데 오는 길도 가는 길처럼 멀다. 허리가 아프다.
집에 오니 동네 걱정이 다시 생각난다.

 

 

자, 산으로 가자!

 

오늘이 산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가장 길었다. 늦으니 해도 높이 떴다. 이제 즐겁게, 열심히 걷자.

 

수문자리 계곡의 얼음이 거의 다 녹았다.

 

계곡폭포에도 얼음이 조금만 남았다.

 

길가 생강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커졌다. 다음주엔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역사관 데크에 눈이 그대로 있다. 여기까지는 눈이 많지 않았다.

 

법용사로 가는 데크길에 눈이 그대로고 길옆 나무에도 눈이 쌓였다.

 

의상봉 위의 나무들도 하얗게 되었다.

 

중성문

 

중성문을 사이로 위와 아래가 확연히 구별되었다. 이 위는 길만 빼고 눈세상이다.

 

노적사 입구로 가는 계곡길

 

건너편 산의 큰바위얼굴 눈썹에 눈이 쌓였다.

 

산영루

 

용학사에서 중흥사 가는 길. 길에 작은 하얀 알갱이가 보였는데 염화칼슘인지 의심되었다. 대피소 갈림길까지만 길의 눈이 치워졌다.

 

중흥사 앞 계곡을 건너는 다리. 나는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올라가 계곡을 건넜다.

 

중흥사 만세루

 

대피소 갈림길 계곡에 놓인 다리. 다리 아래로 발자국이 보였다. 봉성암 쪽에서 내려오는 나이 든 등산객들도 3명이나 보았다.

 

대피소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보았다.

 

대피소에 도착했다.

 

광장 앞 나무들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동장대로 가는 평화로운 길

 

대동문으로 성벽을 따라 가다가 뒤돌아 봤다. 눈세상이었다.

 

대동문 위의 제단으로 가다가 보이는 주능선과 문수봉, 남장대지능선

 

제단에 도착했다. 여러 명의 발자국이 어지럽다.

 

제단 뒤의 성벽에 기대어 삼각산을 배경으로 한 장

 

대동문으로 내려가는 길, 성벽 밖으로 롯데타워가 보였다.

 

대동문

 

칼바위와 형제봉. 눈이 쌓여서 칼바위의 계단이 선명하다. 시내의 낮은 산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문수봉을 배경으로 또 한 장

 

보국문. 성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려다 계곡으로 내려섰다.

 

보국문 밖도 눈으로 하얗다.

 

지난주에는 이곳으로 걸었다.

 

경리청상창지 앞길

 

용학사 아래 점심자리에서 본 계곡

 

역사관 앞에 고양시 119 차량들이 많다. 큰 사고가 났나보다.

 

대서문

 

다 내려왔다.